오래간만의 청음샾 마실

본 꼴뚜기는 비싼 물건을 쉽게 사는 성격이 아닌지라 충동구매는 매우 지양합니다.

꼴뚜기가 아니어서 아내가 있었더라도, 아내가 깝깝해서 도망갔을 듯 합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예림이 너 이럴 줄 알았어!!! 이거 뭐야!!! 이거 왜 샀어!!! 얼마 줬어?!! 당장 환불해!!!)

(사실 그 정도는 절대로 절대로 아닌데...;;;)

하지만, 어제 부산 청음회에서 느낀 걸 한 번 더 확인하고자 청음샾으로 갔습니다.

볼륨 버튼이 달린 샨링 UA3는 어머니의 노트북에 달아드렸었습니다.

기본 내장된 헤드폰 단자의 소리가 너무 조악하여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다른 꼬다리가 필요하여 하이디즈 S9 프로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이어멘 스패로우를 들어보곤 특유의 안정되고 무난하며 컬러감 좋은 사운드가 맘에 들었는데,

그 조막만하고 예쁜 꼬다리가 워낙 비싸서 도무지 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여, 바지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꼬불쳐 넣고 다닐 용도로 심갓 DEW0를 사서 쓰고 있었습니다.

가격 대비로는 정말 괜찮은 꼬다리이지만, 절대적인 음질과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생기더군요.

어제 청음회에서 처음 들어본 수월우 문리버2는 꼬다리로서는 상당히 준수했습니다.

가장 좋게 들었던 이어멘 스패로우에 비하면 힘은 있으되 고역대로 힘을 확 실어주더군요.

좋게 보자면 시원시원하게 내지르는 느낌, 안 좋게 보자면 톤이 고역대에 집중된 느낌.

뒤이어 들어본 RZ-550은 꼬다리 범주 내에서 음질 쪽으로 과감히 선택한 느낌이었습니다.

출력이 높고 힘이 좋다는 느낌이되 고급품들처럼 아주 세련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어멘 스패로우처럼 풀바디드 느낌의 안정된 사운드에 힘이 확 실린 느낌이었는데,

소형기에서 자칫 톤이 확 올라가기 쉬운 오테 W100을 가볍게 안정적으로 컨트롤 하길래

진심으로 대단히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해보기 위해, 이어멘 스패로우와 맞비교 해보았습니다.

어제는 그리 길게 들어보지는 않았으나, 얼추 맞게 들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헤드폰을 더 사거나 하지도 않을 터이니 최신 제품들은 안 듣는게 지론이었는데,

어째선지 마음이 동해서...

젠하이저의 최신예 HD490 프로도 들어보고...

HD620S도 들어보고... 저는 톤밸, 질감, FR 등 여러 면에서 이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젠하이저 신형들 중 이런 톤의 녀석들이 취향에 잘 맞네요.

이건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통기성이 높은 스크린으로 마무리되어 있더군요.

sys38 드라이버는 이렇게 듣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마음에 듭니다.

비싸니까 좋겠지...라 하면 진심으로 대단히 큰일입니다.

세상에 싸고 좋은 건 없지만, 비싼데 안 좋은 물건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오디지 모델명 까먹은 이 녀석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다른 헤드폰들보다 확실하게 무겁더군요.

경추 디스크 건강을 위해서는 누워서 듣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본 꼴뚜기는 척추가 없으니... 읍읍!!)

평판형 헤드폰은 진동판의 도선이 반짝반짝 빛나는게 정말 보기 좋습니다.

저는 마음에 들어요.

IE400 프로의 내부 구조에 감탄하고, 소리에는 두 번째로 감탄하고...

IE200보다 확실히 밀도감 있고 컬러감도 좋아서 외견만 보고는 가성비 꿀템인데??? 했는데,

가격표를 보곤, 아... 역시 돈 따라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들어본 IE 시리즈들 중에서는 가장 취향에 잘 맞았습니다.

아, 물론 IE900이 지존입니다!!! ㄷㄷㄷ

난생 처음 몇백만원짜리도 들어보았습니다.

64오디오 티아 포르테를 들어봤는데, 별로 말할 내용이 없습니다.

제 귀엔 그냥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좋은 소리로 들렸습니다.

그리고, 샾 추천으로 엠파이어 신제품도 들어봤는데...

이압이 걸려서 진동판이 눌리는 소리가 났는데, 진동판이 상당히 단단한 듯한 소리였습니다.

하여 고장날 걱정은 그다지 안 들었으나, 저역이... ㅋㅋㅋㅋㅋ...

세대간 소음에 민감한 한국에서 스피커가 아닌 이헤폰으로 탄탄한 저음을 즐기려면

이런 물건을 사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폰으로는 너무 비싼 가격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동가격대의 스피커를 갖춰놓고도 볼륨을 충분히 올려 듣지 못하고 작게 들어야 한다면

그 비용만한 효용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요.

일견 정신나가 보일지도 모를 이런 선택도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합리적일지도 모릅니다.

저와 제 어머니 공통 픽은 이거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샾 추천으로 들어본 캠프파이어 신제품이었는데,

부담없는 저음에 전 대역이 활짝 열린 개방감과 초고역에 살짝 강조를 둔 밸런스.

...위의 것보다 더 비싸더군요. ㅋㅎㅋㅎㅋㅎㅋㅎㅋㅎ...

그리고...

큰 맘 먹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간만에 지름신이 강림하여 젠더형이 아닌 케이블 분리형 꼬다리로는 처음으로 신품 구매했습니다.

이건 리뷰도 써보고 싶네요.

두바이 빌딩 보유 재벌이라면 오늘 들어본 것들 중 마음에 드는 건 다 쓸어담는 건데,

어지간한 부자였어도 그러지 않았을 저는 서민 중 한 사람에 불과하기에 그럴 수는 없었읍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