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5005 커스텀 이어팁 쓰다보니..

저는 공간이 왜곡되어 평면마냥 느껴지거나 들쑥날쑥하지 않는, 다시말해 정위감이 좋은 헤드폰일수록 이런 원론적인 배치가 덜 어색하고 음악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원론적이라고 하냐면, 스피커 환경만 생각하고 만들면 그렇게 되기도 하고, 사실 그게 당연하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해 밴드가 서있는 배치대로 소리가 오는 방향이 정해지는거죠
4인조 락밴드인데 자켓 보니까 보컬이 가운데 떡하니 서있고 감상자 기준 왼쪽에 기타 오른쪽에 베이스기타 저기 뒤에 드럼세트 이러면 간단합니다
반면에 재즈쿼텟인데 드럼세트는 오른편 저쪽 뒤에 있고 옆을 보는 피아노가 왼쪽 맨 앞줄에, 색소폰이랑 더블베이스가 가운데쯤에 붙어서 서있다, 그러면 이제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들으려고 할 때 골때리는거죠
하지만 그걸 어느 한군데 하자가 없는 스피커시스템으로 출력하면 자켓에 그려진 그 배치 그대로 그 원근과 그 거리감 그대로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는 온전한 오디오란 그처럼 재현된 공간을 연상하고 즐길 수 있는 힌트를 방 안에다 펼쳐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가 나오고 소리를 듣는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요
이것을 눈치 챌 수 있는 가장 쉬운 예가 있습니다
원히트원더류 최강자 뚱베이의 far beyond the sun이라는 곡이 있죠
헤드폰과 이어폰이라도 성능이 충분하다면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소리는 저쪽 뒤에 대충 펼쳐져서 적당히 들리고 리드기타가 한 가운데서 째랭째랭거립니다
그런데 가운데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고개를 쳐들어야 시야에 들어올 만큼이나 위에서 내리꽂습니다
제가 공연장에 일빠로 도착해서 무대 맨 앞에 서있거든요
지금 목이 아프게 고개를 쳐들고 스팟라이트의 후광에 감싸인 기타지존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