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안한 레퍼런스급, ATH-W100과 HD650, 그리고...
안녕하세요.
alpine-snow 입니다.
주말을 맞이하여 막걸리 두 병 걸치고 NAD C316BEE 앰프에 MDR-CD900ST를 꼽아서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인터커넥터는 실텍 ST-18iQ이 너무 짧아서 대신 걸어놓은 오디오퀘스트 에버그린.
평소 자주 듣던 베토벤 음악을 제쳐두고, 국내 대중음악을 들었습니다.
묘합니다.
걸었던 음악은 윤종신의 그 유명한 '좋니' 입니다.
MDR-CD900ST가 성능은 참 떨어집니다만, 오늘따라 왜 이리도 난리인 건지.
윤종신이 마치, 노래방에서 울분을 토해내듯이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 겁니다.
와...
이거 좋은 폰 걸면 대박이겠다.
곡이 끝나자마자 ATH-W100을 걸고는 곧바로 다시 재생했습니다.
...응?
좀 절제하듯이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더군요.
얘가 왜 이래?
다시 HD650을 걸었습니다.
어라...
너무 자제하는데... -_-;;
다시 MDR-CD900ST를 걸어봅니다.
처절하게 부르는 것 같네요.
희안합니다.
그 절체절명의 1942년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9번 교향곡을 틀면
HD650이나 ATH-W100이나 굉장한 연주를 들려주었었는데...
대중가요를 틀었더니 소주 병나발 불고 처절하게 울부짖듯 하는 느낌이 안 느껴집니다.
MDR-CD900ST로는 뭐 거의 전봇대를 주먹으로 두들겨 패고 피자 한 판 쏟아낼 것 같은 분위기.
와우...
레퍼런스급이라고 무조건 천하무적은 아니구나...
음악 듣는데는 또 다른 면이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곧바로 네만야 라두로비치가 바이올린을 잡은 하챠투리안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틀었더니
완전 엉성합니다. 뭔가 굉장히 내추럴하긴 한데, 음대 강당에서 연습하던 학생들 쫓아낸 자리서
프로들이 들어앉아 연주하는 것 같은 정키한 느낌.
다시 HD650으로 곧바로 바꾸었더니 장소 자체를 아예 프로 공연장으로 옮겨놓은 느낌.
아...
고성능 헤드폰이라고 무조건 그것 독주 체재로 가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어느게 정말 의도된 느낌인지는 모릅니다.
단지 제가 느끼기에 느낌이 확 와닿는 쪽이 더 나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ATH-W100, HD650만으로는 뭔가 충분치 않다는 건 뒤이어 아이유 노래를 들어보니
확 와닿는 느낌입니다.
문득 MDR-CD2000이 그리워집니다.
이젠 오래되어서 기억이 정확한지도 알 수 없지만,
대중가요부터 클래식까지 두루두루 그 느낌을 충만하게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기억입니다.
투명감이 다소 부족했고 플라스틱 울리는 느낌도 살짝 있었지만 그래봤자 HD650 정도이고...
특유의 라이브한 느낌 덕분에 어떤 음악을 듣든, 고유의 느낌이 두루두루 아주 잘 와닿았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2002년인가 2003년인가 MD코리아에서 사용기를 보고 숭례문 미니디스크월드에서
10만8천원 주고 구매했었던 MDR-CD780도 대중가요와 대편성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표현력만큼은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기억이예요.
하기사, 그 느낌을 갖고 레퍼런스급보다 낫더라는 얘길 하고 다녔으니 얻어맞고 다녔지만.
이렇게, ATH-W100, HD650은 둘 다 뭔가 괜찮은 것 같으면서도 세세한 표현의 디테일은
오히려 엔트리급보다 못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더랍니다.
참 뭣한게...
불과 얼마 전에 들었던 아이유의 자장가는,
MDR-CD900ST로 들었을 때는 발음 표현이 참 모호했고
ATH-W100과 HD650으로 더 만족스럽게 들었다는 점입니다.
하하... 묘하네요.
얘네 도대체 왜 이래...
아니, 얘네가 문제가 아니라 제 인식의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내가 듣기 좋은대로 들으면 될 것을, 뭐 이리 복잡한 생각을.
댓글 19
댓글 쓰기HD650은 일단 바리톤이고 ATH-W100은 카운터테너부터 카스트라토 사이에 위치하는 것 같아요.
얘네한테 아이유 노래 시키면 확실히 너무 무게잡고 진지하여 무덤덤하고 재수없는 느낌입니다.
되돌아보면, 소니 츠노다 나오타카씨의 작품들이 꽤나 대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울리면 JBL 스피커의 다이나믹하고 힘 있으며 묵직한 저음과 함께
라이브하면서도 뭔가 몽환적인 듯한 아름답고 밀도감 있는 중역대 표현,
그리고 그라도 SR325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반짝이는 고역대의 표현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줬었고, 바이오셀룰로오스는 정말 신의 한 수였어요.
불세출의 명기인 HD650을 잘 울리려고 아예 TR앰프 느낌의 진공관 인티앰프에
물리는 강수까지 뒀건만, 나드 인티앰프에 물린 MDR-CD900ST의 엉성함보다도
감성만큼은 한 수 접고 들어가네요.
MDR-CD3000, MDR-R10 같은 상급기도 있었지만,
가성비를 포함하여 모든 면에서 MDR-CD2000은 아깝게 묻힌 명작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MDR-CD2000을 그리워하는 결론이 나버렸네요. ㅋㅋㅋ
여태까지 한 거 보면 그냥... 경탄스럽더군요.
음향기업중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모델에 대해서 '빠'가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최근 소니 헤드폰들을 들어보면 어설프게 유럽 폰들을 따라한 탓인지,
과거의 감성 충만하던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요.
만일, 그 때의 그 디테일하게 아름답던 소리가 지금도 나왔다면
지금 가진 폰들을 다 팔고 그 레퍼런스급 하나만 둘 것 같기도 합니다.
현실은 그러지 않으니 여러 폰들을 다 두고 있지만요.
ATH-W100, HD650, K501 셋도 모자라 MDR-CD900ST까지 갖고 있어도
MDR-CD2000 단 하나 갖고 있던 때만큼 음악 즐기기에 좋지는 않네요.
그 당시 소니 이어폰, 헤드폰 사운드의 원류가 MDR-CD900ST였어요.
그래서 그걸 들였었던 건데... ㅠ.ㅠ
낭창낭창?이라면 그 때도 그랬기는 했는데,
오디오테크니카의 강직한 착색 사운드나 젠하이저의 목에 힘 빡 준
경직된 사운드, AKG의 말라비틀어진 사운드와도 달랐습니다.
말랑말랑 마쉬멜로우와 조금은 비슷하달지요.
반도체 앰프에 물려도 마치 진공관 앰프 물린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굳이 진공관 앰프가 필요없었어요.
최근에 진공관 앰프를 들인 이유가, 지금 가진 폰들의 무능함 때문에(...)
찐 R10보다 낫다면서 자랑스럽게 출시하는 모양이던데....
헤드폰 집어던질 것 같습니다.
고급 헤드폰 시장은 헤드폰의 성능만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요. ㅋ
차이파이 이미지를 탈피하나 싶었는데 이렇게 망쳐버리네요
나름 고급형 만드는 회사인데 거 쪽팔리게스리...
애초에 타사 헤드폰 까는 거부터가 좀....
물건 자체를 깎아내리는 건 음향제품에서는 부적절한 태도라고 봅니다.(결함이나 성능이 격하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이러이러해서 내 취향은 아님 ㅇㅇ 이거면 모를까...
굳이 모델명과 디자인을 따라해서 내놓을 것 까진 없었지 않나 싶어요.
하이파이맨이라면 이젠 충분히 명품 브랜드인데.
에르메스에서 프라다나 MCM 백에 도전하겠다며
그들의 한정판과 똑같은 물건을 만들려는 것 같달지요.
사람들이 울트라손 욕 많이하지만 여태껏 들어본 것 중 아이유 목소리가 젤 예쁘게 나온 헤드폰이 울트라손에 있어서 바로 질렀죠.
소니는 그걸 알았던 걸까요, 아니면 그냥 개발하다 보니 그리 된 걸까요?
요즘 나오는 제품들을 보면 하나 갖고 만족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어요.
울트라손은 아예 왜곡을 컨셉으로 나온데라서 욕을 안 먹을 수는 없지만,
과장된 디테일의 재미는 저도 인정합니다. 그런거 걔네 밖에 안 만들고요.
이상한 헤드폰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걸 또 사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일단 추천부터...!
저도 말씀하신 느낌 때문에 클랙식 곡에서는 울트라손 pro750을 쓰구요
대중 가요에서는 모멘텀3 이렇게 사용합니다 ㅎㅎ
물론 요즈음은 블루투스가 너무 편해서 딴 기기들을 잘 안쓴다지만요 ㅎㅎㅎㅎ
저는 딱 지금 상태가 좋네요.
MDR-CD900ST와 HD650이 좋은 상호 보완을 보여주고 있고,
(나쁘게 말하자면 둘 다 나사 하나 빠진 느낌)
스케일이 큰 음악으로 가면 ATH-W100이 둘을 적당히 믹스한 느낌으로
(나쁘게 말하자면 나사 머리 부러진 느낌)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솔직히 돈 더 쓰기가 싫습니다. ㅋㅎ
cd2000이랑 w100 지금 갖고있네요 솔까말 지금 해드폰 몇대 가지고 있는지도 기억안납니다 여기저기 있어서
둘 다 레어템이네요. 잘 갖고 계셨으면 하는 마음이...
제가 그렇게 둘만 갖고 있었다면 제대로 완벽한 보완이었을 듯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미 10여년 전에 그렇게 갖고 있어봤네요. -_-;;
CD2000의 말랑말랑 보드라운 사운드를 듣다가, 탄탄함이 아쉬울 때는
W100이 딱 적당히 보완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둘 다 저음이 많았고 둘 다 스케일도 컸지만 성향이 참 달랐던 기억입니다.
추억 보정인지 당시의 오판인지는 몰라도,
그 땐 HD650을 사야겠다며 청음매장에 가면 늘 다시 되돌아왔었습니다.
AD700보단 분명 좋은데, CD2000보다는 오히려 떨어진다고 느꼈어요.
지금은 CD2000이 아닌 HD650을 쓰고 있지만, 역시 CD2000이 낫습니다.
특히 대편성 교향곡을 들으면 CD2000이 보여주던 바닥을 찍는 저음과
중역대의 평탄함, 꽉 찬 배경이 HD650에서는 도저히 나와주지를 않아요.
투명감과 분해능은 확실히 HD650의 압승이지만, 상당히 경직된 느낌이예요.
저도 가끔씩 안맞는 곡 듣고 현타 오면 주저없이 곡을 바꿉니다. 서브기기라도 들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