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A C16 이어폰 적응기...

SMSL SP200 헤드폰 앰프에 이어 CCA C16 인이어 이어폰으로써 차이파이는 두 번째입니다. 

처음엔 좁은 공간에 큰 스피커를 모셔놓고 대출력 앰프로 울리는 듯 아주 미어터지고 웅웅거려서
상당히 난감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느낌이 조금 줄어들길래, 설마 Full-BA 이어폰이 번인이 되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몇 번 착용하면서 이어팁이 본체 쪽으로 살짝 더 밀려들어갔더군요. 
그래서 팁 위치를 앞뒤로 조절해보니, 
제 귀에는 팁이 밖으로 나오고 본체가 귀 밖으로 나올 수록 저역 양이 늘어나고 웅웅거림이 늘고 
팁이 안으로 들어가고 본체가 귀 안으로 들어갈 수록 저역 양이 줄어들고 웅웅거림이 줄더군요. 
다만, 팁을 아주 끝까지 밀어놓고 본체를 완전히 귀에 밀착시키면 소리가 너무 난잡해져서 
팁 끝이 노즐보다 2mm 정도 튀어나오도록 조절해서 듣고 있습니다.

일단, 작은 이어폰에 BA를 짝당 8개나 박아넣어서인지는 몰라도 청감상 밀도감과 정보량은
끝내주다 못해 일부러 극단적인 밀도감을 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합니다.
특히 저역이 아주 돌덩이처럼 묵직 딴딴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노래방 반주의 저음을 좀 더 딴딴하게 뭉쳐놓은 것 같아요. 
대편성 곡을 들을 때 저음 악기들의 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안 그래도 DD보다 반응이 느리다고 느껴지는 BA를 큰 걸 박아놔서인지는 몰라도 
스피드는 꽤나 늦습니다. -_-;; 뭔가 첫 반응은 엄청 빠른 것 같은데, 연속 반응은 좀 느려요.
 
POP류를 들을 땐 꿍꿍 합니다. 여기서 고음이 확 부스팅 되었다면 꿍짝꿍짝 신장개업 매장
홍보현장 분위기였을 듯 합니다.
극한의 밀도감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특히 저역 부분에서 만족하실 것 같고...
자연스럽게 공간을 채우는 듯한 저역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적응이 어려우실 듯 합니다. 
현실에서 듣는 그런 자연스러운 저음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느낌입니다.
뭐, 저는 밀폐형 스피커 소리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소리도 적응해서 듣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동사의 모델들 중 그나마 중립적인 편이라는 것 같은데 중역대의 착색이 상당합니다.
아주 못 들을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청감상 2KHz 언저리로 가면서 양이 조금 많아지다가
그 위로 가면서 양이 줄어드는 느낌이고, 결과적으로 코맹맹이 소리가 좀 납니다.
오디오테크니카의 DADS 들어간 대형 클로즈드 헤드폰과 많이 닮은 느낌이랄지.
비의도적인 결과물이라면 좀 더 성숙이 필요할 것 같고, 
의도적인 셋팅이라면 엔지니어가 오디오테크니카를 매우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혹은 아예 오디오테크니카 출신이거나요.
밀도감 부분은 DADS 적용 이전 대형 클로즈드 헤드폰을 정말 많이 닮은 느낌입니다. 
저는 DADS 이후 오디오테크니카는 손절한 입장이라, 밀도감 있는 사운드는 정말 반갑습니다.
다만 얘는 너무 과해서 문제이지...;;

Full-BA 구성으로는 아무래도 저역의 스피드가 문제라서인지, 저역 DD 구동의 하이브리드에
가격이 더 저렴한 CA16이라는 모델이 요새 관심을 끄는 듯한데, 그것도 하나 사볼까 하다가 
걔는 음색이 더 어둡다 하여 그냥 내비두기로 했습니다. C16도 제겐 조금 어둡게 느껴지는데 
이보다 더 어두워지면 답답해서 못 쓸거 같고. 거기서 또 더 저렴한 CA12도 있다고 하는데,
걔는 고역 쪽이 좀 밝다는 얘기도 있고...

하여간 워낙 저렴한 탓에 한 방에 플래그쉽으로 온 만큼, 그냥 하나만 쓰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많이 비싸지 않은 이어폰이라 해도 과소비 하고 싶지 않아서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무엇보다도 이미 ER-4S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