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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인생 헤드폰 #2 영입

alpine-snow alpine-snow
2903 4 11

안녕하세요. 
alpine-snow 입니다. 
  
CD900ST와 함께 인생 헤드폰이 되어줄 녀석을 영입했습니다. 
 

AH-D1001.jpg 
 
갖고 있던 헤드폰들 라인업을 싹 정리하려고 하던 중, 난데없이 데논 AH-D1001 헤드폰입니다.
당연히 중고입니다.

한창 이 헤드폰이 판매 중이던 때에는, 별로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당시 청음해본 솔직한 심정은, 이걸 십몇만원을 주고 산다니 말도 아니다 싶었죠. 
그 이후로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헤드폰이었습니다.
착용시 on-ear around-ear인지 고민되게 만드는 구조와 너무 가벼운 착용감부터가 싫었습니다.
해상력 좋고 대역폭 넓고 기음은 밝지만 배경이 어둡고 소릿결은 여리여리한 스타일인 반면,
소리의 몸체라 할만한 부분은 확 부풀어서 부유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정말 이상했습니다.
속알이 딴딴하게 들어찬 W100을 레퍼런스로 갖고 있었으니, 부실하게 들릴 수 밖에 없었죠. 
  
하여간, 얼굴에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청년이던 저를 아저씨로 만든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 
D1001을 다시 접한 건, 앞서 선라이즈님과의 번개팅에서였습니다. 
그냥 너무 괜찮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중고 매물이 나오면 하나 건져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런게 매물이 쉽게 발견될리가 있나요. 헤드폰 관련 커뮤니티에선 기약이 없지요. 
그랬던 걸, 어째 연이 없던 PC 하드웨어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운 좋게 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번개같이 매물 제보를 해주신 선라이즈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연식에 따른 고질병으로 알려진 헤드밴드의 너덜해진 비닐을 미련없이 삭삭 벗겨내는 것이 
첫 작업이었습니다. 이어패드는 새 것으로 교체되어 있어서 일이 한 가지 줄었고요. 
  
다시금 들어보니, 아... 
선라이즈님의 것과는 소리가 많이 다릅니다. 
당연하지요. 이어패드가 새 것이니. -_- 
옛날, 청음매장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그 소리와 똑같습니다. 
하지만 이젠 알지요. 오래 쓰면서 이어패드 주저앉고 비닐 벗겨지면 좋아진다. 라고... ㅋㅋㅋ 
  
다이어프램이 바이오셀룰로오스인 걸로 알고 있는데, 실 사운드는 애매합니다. 
소니 CD2000이나 E888과 비슷한 듯 아닌 듯 묘합니다. 
소니 바이오셀룰로오스 폰들은 소리의 몸통과 결이 그냥 원래 그런 것처럼 한 덩어리로 들리는데, 
D1001은 붕 하고 부푼 몸통 위에 결을 붙여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만카돈과 쬐끔 비슷??? 
다이어프램 전체가 바이오셀룰로오스인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헐... 
  

foster_399317.jpg 
  
  
엣지가 따로 있었... -_-;; 
보통 헤드폰들은 돔 바깥으로는 통째로 엣지 겸 진동판 일부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얘는 돔 바깥까지도 같은 소재로 쭉 가다가 끄트머리에 다른 소재의 엣지를 달아버렸네요.
저 좁은 구간을 채우는 엣지를 PET 같은 걸로 했을 것 같지는 않고, 
부드러운 멤브레인 느낌의 우레탄 계열의 필름을 썼을 것 같은데... 
 
저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부푼 몸통 위에 여리여리한 소릿결을 얹은 느낌이 들었던 건지
뭐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_-a 
돔 주위의 부분이 일체의 변형 없이 장시간 빳빳하게 버티고 있을지 어떨지 모를 일이지요.
초강체가 아닌 한, 조금은 엣지처럼 움직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망상을 해봅니다. 
 
여하간, 소니 바이오셀룰로오스와는 느낌이 비슷한 듯 꽤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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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talk idletalk님 포함 4명이 추천

댓글 11

댓글 쓰기
profile image 1등
구매 축하드립니다~ 

HP1000도 그렇고 데논 구형 헤드폰들은  패드가 푹 꺼진게 소리 밸런스가 절묘하게 좋습니다. 패드 갈았을 때 엄청 후회했어요.

원하시면 제것도 사가세요 ㅋㅋ 전 요즘 스피커만 들어서 dt880도 매물로 내놨습니다.
20:37
20.11.07.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SunRise

덕분에 엔트리급 헤드폰 삽질은 이제 그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완벽한 헤드폰은 아니라도, 기분 좋게 즐기기에 너무나도 좋은 폰이네요.

DT880은 그래도 언제든 구할 수 있다는게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가진 헤드폰들은 HD650 제외 이젠 구하기가 어려운 것들 뿐이네요.
20살 때부터 애착을 갖고 있던 것들이라선지 정리하려 해도 쉽지가 않아요. ㅠ.ㅠ

HD650은 사실, 바꿈질 그만두겠다는 일념으로 '주기'를 해놨어요. -_-
오로라 미니 인티앰프도 뒷판에 사장님 사인 받고 제 이름 '주기'해놨지요.
원상복구가 안 되므로 소장 or 폐기 둘 중 하나입니다. 소장해야지요.

D1001은 확실히 패드가 거의 완전히 죽고 겉껍데기가 너풀너풀 떨어져나간게
소리가 더 좋다는 확신이 들어요. 일단 얘도 '주기'를... 끄적끄적...

이젠 DT990 Pro 하나 남았습니다. -_-a;; 고민고민중.
영디비님 박스에 싸인 해주신다면 고민 그만두고 질러서 하우징에 '주기'하고 
소장각 될 듯요.(어??)

22:49
20.11.07.
profile image
alpine-snow
ㅋㅋ 공진도 한번 잡아보시고 요리조리 해보신 다음 만나서 비교해보면 좋겠습니다~
23:28
20.11.07.
2등

얘랑 오르바나 라이브가 소리는 좀 다르지만 드라이버가 동일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01:09
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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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벤치프레스좋아함
드라이버는 동일한 것이 들어가 있다고 하네요. 드라이버 자체는 성능이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D1001은 하우징 내부를 싹 비워놨네요. 이러면 청감상 배경 정보량이 늘어난 것처럼 들리는 대신 공진에 취약해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좀 붕붕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두운 듯 날 소리는 다 나는 배경을 살리면서 공진을 잡아볼 생각입니다. ㅋ
09:50
20.11.08.
profile image 3등
포스텍스제 유닛인데 제 솔직한 생각에는 저게 소니제보다 한 수 위로 봅니다. 대량생산해서 여기저기 납품하는유닛인데, 다들 튜닝이 중구난방이지만 저 유닛 써서 기본기에서 흠잡히는 물건은 아얘 없어요. 제가 알기론...
심지어 뒷뚜껑 열고 패드도 제거해서 쌩 플라스틱 배플을 그냥 귀에 대고 들어도 그럴듯하게 들릴걸요?
08:00
20.11.0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idletalk

역시나, 드라이버 뒷면에 포스텍스의 모회사인 포스터 표기가 되어있더군요. MX400 OEM 제조사로도 유명한. 포스텍스면 스피커 드라이버로도 정평이 나 있으니 믿음이 갑니다.

한편, 소니 헤드폰들은 과거 CD시리즈의 드라이버나 지금의 HD 드라이버나 공통적인 단점이, 전체적으로 가벼운 음색에 저역이 부실하고, 마이크로다이나믹은 우수하지만 매크로다이나믹이 꽝이라 한마디로 힘이 없고 펀치력 꽝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이버 알맹이만 잡은 베어 상태로 들어보면 상당히 붕 뜬 소리가 나는데, 적어도 배플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D1001은 망가뜨리기 싫어서 드라이버를 분리해서 들어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드라이버의 형태나 소리로 추측하기에는 베어 드라이버로도 기본기가 잘 잡힌 소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바이오셀룰로오스끼리, 소니의 드라이버와 비교하자면 말씀하신대로 기본기 측면에서는 포스텍스 쪽이 압도적이라고 느껴지네요. 바이오셀룰로오스 자체가 PET 필름보다 내부 손실율이 높으면서도 굽힘 강성이 좋아 분할공진이 적은 강점이 있는 대신, 엣지 소재로 활용하기에는 유연성이 부족해서 운동성이 떨어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CD2000 진동판을 만져보아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고요.

CD2000은 바이오셀룰로오스에 고강성 벡트란 섬유를 배합한 상태로 돔 부터 엣지까지 일체형으로 성형해놓았는데, 이 때문인지 신품 상태에서는 저역이 제대로 안 나오고 공간감마저 협소한 답답한 소리가 나와서 발매 당시에는 매우 저평가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작 제가 중고로 살 당시에는 저음이 매우 풍부하게 나오며 공간을 채울 정도여서 첫 인상이 매우 좋았지만, 드라이버의 음향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엣지 부분까지 바이오셀룰로오스 + 벡트란 소재여선지 기온이나 습도에 따른 소리 변화가 좀 있었습니다. 
  
D1001은 이제 막 쓰기 시작했기에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엣지 부분을 합성수지 필름으로 따로 구성한 건 바이오셀룰로오스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잘 판단한 것 같습니다. 바이오셀룰로오스는 움직이는 부위에는 안 맞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D1001에 들어간 드라이버는 카본 섬유까지 배합했다고 하는데, 이 경우 더더욱 일체형으로 성형해서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테니까요.

10:44
20.11.08.
profile image
alpine-snow
배플 없으면 위상이 반대인 유닛 앞소리와 뒷소리가 유닛 가장자리에서 회절되어서 상쇄되어버려요. 배플은 꼭 있어야 됩니다.
사실 10여년 전에 저 유닛을 쓴 초기형 D7000으로 여러 실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패드 없이 들으면 저음이 사라지면서 소리가 쪼그라들고, 뒷뚜껑를 열면 저음이 펑퍼짐하게 퍼지더랍니다. 패드와 뒷두껑을 모두 제거하면 도로 균형이 돌아오는데, 패드와 뒷뚜껑을 모두 갖추고 있을 때보다 중역이 가깝고 널찍하게 들리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당시 순정 D7000 중역이 너무 옹색해서 불만이었는데 차라리 이쪽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지요.
06:02
20.11.09.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idletalk

말씀하신대로, 베어 드라이버 상태로 들을 때는 회절에 의한 음향 상쇄가 가장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저는 배플을 쓰게 되면 배플 디자인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테스트용 배플을 만들자니 그건 그것대로 제작의 어려움도 있고 싸게 만들자니 재질의 영향도 받을거라는 생각에 그냥 귓바퀴에 밀착한 상태로 들었었습니다. 귓바퀴가 눌리면서 생기는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최대한 드라이버 자체만의 소리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리 했던 것 같습니다.

데논 D 시리즈는 저도 중역이 옹색하게 들리는게 싫어서 아웃 어브 안중이었는데, 더 작은 드라이버가 들어간 엔트리 모델인 D1001의 경우 이어패드가 낡아서 눌리고 기밀도가 떨어진게 오히려 더 좋은 느낌인 것을 보아, 이어패드를 앞뒷면 모두 직물로 된 것으로 바꾸고 하우징에 흡음재를 넣고 들어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휙 하고 지나가네요. 
  
여담이지만, 옛날에 D2000이 오르페우스보다 훨씬 낫다는 사용기를 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해당 사용기보다도 당시 반응들이 더 희안했었는데, 둘 다 들어보았던 저로서는 과장이 좀 심했다고는 느꼈지만 전혀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었습니다. D2000/5000/7000을 적절히 튜닝해서 쓰시는 고수 분이 계신다면 의견을 여쭈어보고 싶어지네요.

21:37
20.11.09.
profile image
올려주신 댓글 내용이 무척 흥미롭네요 오르바나 라이브에 상당히 만족하다 보니 데논에 큰 관심이 갑니다 예전에 꽤 유명했던걸로 기억이 나요 드라이버 제조 기술이 이렇게도 차이 날수 있구나 하는걸 배워갑니다
10:20
20.11.09.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내귀에도청장치

언뜻 보기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설계부터 양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게 고급 모델들의 드라이버인 것 같습니다. 프레임과 자기회로야 어찌어찌 만들더라도, 다이어프램과 댐퍼는 원소재의 두께와 밀도, 비중 같은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가 성형 전 가열 온도와 냉각 온도, 가압 압력도 정말 중요한 부분일텐데 이걸 관리하시는 분들도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21:47
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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