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4의 마력

팁 확인한다고 죄다 꺼내놓고 정리하다가 문득 안 들은지 오래라는 생각에 집어들었습니다
꽂은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 팁부터 새걸로 바꾸고, 제일 쉽게쉽게 들리는 걸그룹 노래부터 주섬주섬..이걸 왜 그동안 안 듣고 있었나..하는 상념에 빠지게 되네요

그 왜 기분은 깝깝하고 찌뿌둥한데 몸 상태는 그닥 나쁘지 않을 때 소주 마시면 좍좍 빨아들이는거 있잖아요
들으면 들을수록 음량을 올리면 올릴수록 그리고 곡이 넘어가면서 계속계속 좍좍 몰입이 되네요
잔향 내지는 테일이 혼탁하다 싶을 정도로 길고 짙은데 이 소리가 명백히 더 진짜같고 더 향긋합니다
흥이 나니까 볼륨을 살짝 올려보고요
그동안 적어도 수백회 이상 방금 전까지도 다른 이어폰을 낀 채 플레이했던 곡에서 매번 잘 들리긴 하지만 주목하지는 않던 사소한 효과음이, 실은 얼마나 야심차게 배열된 것이었고 심지어 얼마나 공들여 세공해놓은 오브젝트였는지를 이제서야 알아챕니다
톤밸런스의 왜곡 이전에 공간이미지를 넓게 벌리지 않는 er4의 종특 때문에 볼륨이 어디로 가있든 머리통 한 가운데에 흩어지지 않는 초점이 잡히고, 발음점간의 방향이랑 거리의 차이는 그래서 더욱 명확히 특정됩니다
역설적으로 더욱 넓고 시원스러운 필드가 제 시야에 겹쳐지네요
곡 넘어갈 때마다 저 생각을 모두 한번씩 되풀이 하며 한시간정도 메차쿠차 쫙쫙 빨아들였습니다

들을거 다 챙겨듣고 이어폰 빼고 자연스럽게 이제 앞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쓰는게 필터 갈아끼다가 노즐 금가가지고 순접 먹여서 몇일간 기다렸다가 5000방 사포로 모양 되살리는 식으로 간신히 회생시켜놓은 물건이거든요
양쪽 다요
어떻게든 대타를 찾아야 할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일단 에티모틱의 신제품들은 후잡지근이랄지...허접지근이랄지...후줄근도 적당하겠네요 어딜 봐도 마땅한 물건들이 아니니까 싹 탈락
톤밸런스 위주로 대타를 꼽아보니 디렘프로dl, r120(220은 못생겨서 탈락), 블레싱2......또 모가있나....64는 df따리는 안 만드는 것 같고, 저스트이어........주문제작이라고 하던데.....프로파일8은 필요해서 찾아보니까 무근본그래프. 탈락. 하이디션은 옆구리에 댐퍼구멍 내놓은게 거슬리고..............................
저중에 뭘 사더라도 전부 er4보다는 고성능이겠지만 막상 이만한 뽕맛은 안 날거라는 교훈적인 결말을 내보기로 합니다
네이버카페에서 er4검색어 알람 맞춰놔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