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허브알바 후기
카드 리볼빙이 쪼들쪼들후달후달해서 몇일 해봤습니다
대충 어쨌는지 보고합니다
1. 가는데 1시간 오는데 1시간 점심 1시간 어버버하면서 1시간
순수하게 짐 나른 시간만 놓고 보면 시급 만몇백원어치인데, 외진데 잡혀들어가서 대기하고 차 타고 어쩌고 하는거 다 따지니까 수지가 안 맞네요
혹시 시내버스나 자전거 타고 금방 가는 정도로 가까운데에 뭐가 있지 않는 한은, 이 문제 때문에라도 저는 하지 마시라는 말부터 대뜸 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사람을 많이 필요로하는 대규모 택배허브는 국토 가운데쯤인 경기도 남동부와 충북도 충남도 정도에 모여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후기들을 찾다보니 제가 겪은 경우는 그래도 행복한 축에 속하는 것 같더군요
2. 다 던짐
음료수 병이나 캔이 쌩으로 배송되는 경우, 던질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경우, 파손위험 스티커가 엄청 살벌하게 겁을 주는 경우. 이렇게 세가지에 해당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던집니다
가로세로높이 한뼘정도의 작은 박스이거나 폴리백 포장이면 백프롭니다
근데 에이스 정규직 애들 하는거 보니까 제가 못 던지는걸 걔는 던지고 스티커가 있건 어쩌건 걔는 아무튼 던지더군요
제가 들어가본 허브는 대한통운인데, 우체국이랑 경동 말고는 기본적으로 다 그 꼴일 것 같더라구요
집어던지지 않으면 시간을 못 맞춥니다
안 그래도 중고거래는 우체국택배만 써왔지만 앞으로도 절대 그렇게 하기로 다짐했어요
3. 늦가을겨울초봄 사이라서 그나마 할만함
택배상하차 구인 찾아보면 죄다 밤샘입니다
그래도 원래대로면 절대로 안 했을 일인데 희한하게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늦게 나오는 오전반이 저 사는 근처에 열려서 그걸 해봤습니다
제가 상차를 받았는데 시작하기 전에는 춥지만 들고 밀고 던지고 좀 하다보니까 땀이 나더라구요
반면 컨베이어 앞에 서서 이리저리 분류하는 여자분들은 계속 추웠습니다
밤에는 더 춥겠지만 상하차 담당자는 그럴수록 더 움직이면 됩니다
하지만 날씨가 뜨듯해지면 그게 또 아니게 되죠
낮타임이 열린게 그나마 지금이 춥지만 안 더운 계절이기 때문인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여름되면 옷이 얇아지기 때문에 어디 찍히고 박으면 반드시 많이 다치게 되는 문제도..
4. 저녁이 없는 삶
밤타임은 구인게시물에 써놓은 정보대로라면 대개 19시에 시작해서 5시 전후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들어갔던 낮타임은 9시30분에 시작해서 6시 30분에 끝납니다
들어가는 셔틀버스 타는게 7시40분, 이건 그렇다 치더라도 퇴근하고 집 앞에서 내리면 19시30분입니다
가족들은 이미 다 저녁 먹고 각자플레이중
혼자 산다면.......문제지만 문제가 아니죠
근데 힘들고 쑤시고 바쁘고 일당이 실망스럽고 다 괜찮았는데 몇일 계속 저녁 같이 못 먹으니까 너무 서글프더군요
5. 허브 말고 동네동네 쪼끔 외진데 숨어있는 동네 집하장이 있어요
택배일 하는 분들은 집배소라고 보통 부르더군요
엊그제 배송기사한테 분류작업 시키면 안된다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제 집배소에서 알바자리가 열릴거에요
정말 당장 내일 망할 판인게 아닌 한 허브로 들어가는건 전 정말 절대로 말립니다
집배소부터 샅샅이 찾아보시고, 다른거 있으면 다른거 하세요....
댓글 11
댓글 쓰기택배일이 요즘 더 바빠진걸로 아는데, 직원분들 안전하게 일했으면 좋겠네요 ㅠㅠ
정말 안되겠다 싶으면 알아서 시급을 올리기 시작해겠죠
그리고 처리속도를 높이고 파손과 버뮤다 상황을 주리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택배시설에서 하루짜리 써보고 알아서 도망가게 두는 이런 방식을 더 이상 유지시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징병제가 모병제로 전환되는 논의와 유사한 느낌이네요
짐작이야 다들 그러듯 저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정말 크켬임
상하차 생각하니 ptsd가 오고 갑자기 허리가 아픈 것 같네요..
다른 건 몰라도 hdd는 절대 일반 택배로 안 시키죠..
역시 택배는 우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