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MDR-EX800ST 구매기/트리비아. (+잡담)

 0. 만년 막귀에 표현력 꽝이라 청음기는 거의 포기하고 삽니다.. orz 
 그래서 이번에도 소리에 대한 얘기보다 다른 얘기들이 더 많을 예정입니다. 
 다행히(?) EX800ST는 소리 외적으로도 적을 이야기가 좀 있다는 게 위안이 됩니다..;; 
   
 
 1. 패키지 
 처음에는 MDR-7550으로 구하려다가 중고 말고는 없다는 결론이 나서 
 일본 쪽 사이트에서 구매대행으로 주문 진행하였습니다.
 구매 가격은 19,448엔에 구매대행 수수료/국제배송료(FEDEX)/관세 포함해서 270,610원이었습니다.
 <EX800ST는 일본에서 아직도 단종 안 되고 나오고 있어서 신품 재고로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FEDEX 택배 박스를 들 때부터 엄청나게 가벼운 무게에 놀랐습니다. 
 적어도 MDR-7550이랑 같은 패키지이면 이 정도 무게가 안 나올 거라는 예상이었습니다. 
 (참고로 MDR-7550 패키지는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blog.naver.com/gre_nada/220897005565) 
 그래서 수령 후 바로 택배 박스를 열어봤습니다. 
  

 
 ...... 정말 역대 최고로 놀란 패키지였습니다.. 
 자그마한 흰색 박스에 아무 것도 적힌 것 없이 바코드 스티커만 붙어 있습니다. 
 저 스티커를 안 보면 어떤 제품인지 판단도 못 하겠더군요..;; 
 사실 일반 판매용 제품이 아닌 프로 라인업이라 그러려니 싶기도 한데 
 MDR-7550의 적어도 '패키지'로 불릴 만한 형태도 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박스 안 내용물 자체는 MDR-7550과 동일하게 들어 있습니다.  
 (사진에는 안 찍혀 있는데 설명서도 들어 있습니다.)
 

 
  
 일반 컨슈머 이어폰이라면 이 가격대에 안 나올 구성이긴 한데 얜 프로 라인업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케이스도 평범한 물건이지만 작고 얇은 편이라 보관하기에는 괜찮습니다. 
   
 
 2. 착용 문제(feat. 저주받은 귀)
 이건 다른 분들은 거의 경험 못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충격의 패키지를 빠른 속도로 처리한 후 저 상태 그대로 일반 커널형처럼 착용하고 청음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저음양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더군요..;; 
 (사전 정보로 Crinacle의 측정치를 봤을 때에도 저음 양이 강조된 물건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어서 착용 상태를 확인해 봤습니다. 

 
  
 .. 이 녀석 진동판만 16mm이고 유닛은 그보다 더 큰데 그냥 통째로 다 들어갑니다...... 
 (원래는 이렇게 착용되는 물건입니다. 출처는 일본 소니 공식 페이지입니다. 
 https://www.sony.jp/headphone/products/MDR-EX800ST/) 
 이렇게 다 들어가 버리니 원래 저음 조절을 위해 있는 덕트까지 파묻혀서 저음이 무지막지하게 올라갔던 것입니다.. 
 <혹시 보유 중이신 분들 중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하시면 덕트를 테이프로 막아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저주받은 귀는 EX800ST에서도 1점 적립하였습니다.. 
  
 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일단 팁 사이즈를 올려서 착용해 보니 일단 덕트는 밖으로 빼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소리와 관련된 부분에서 약간 날이 죽는 경향이 보여서 다른 팁들을 이것저것 테스트해 봤습니다. 
 몇 가지 팁들을 거쳤는데 현재 정착한 팁은  어쿠스튠 AET06 M 사이즈입니다. 
 얜 더블팁이라 높이 확보도 어느 정도 되고 고음도 많이 죽지 않아서 마음에 듭니다. 
 AET06 이전에 자주 썼던 파이널 E팁의 경우 약간 저음 중심의 사운드에 고역이 살짝 죽는 경향이 보이더군요. 
 이래저래 팁 고르는 데에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 참고로 이렇게 팁을 높이고 기존보다 살짝 얕게 착용해도 대충 이 정도 깊이로 착용됩니다.. orz

 
  
  
 3. 간단한 감상기
 밸런스 자체는 저/중/고 모두 잘 잡혀 있습니다. 
 다만 요즘 플랫형 사운드보다 톤이 살짝 낮고 전체적으로 굵직한 소리입니다. 
 쨍한 느낌은 아니다 보니 해상력이 떨어진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어 보이는데 
 각 음역대에서의 해상도는 모니터링 이어폰이라는 이름에 손색 없이 명확하게 구별됩니다. 
  
 측정치로 보면 5kHz에서 소니 버티컬 드라이버 공통의 공진 피크가 있는데 
 이게 다른 이어폰에서는 자극이 꽤 됐었던 소리인데도 EX800ST에서는 청량감을 주더군요. 
 고역 밸런스가 일반 타겟 그래프와 차이가 있는 편인데도 절묘하게 밸런스를 맞춰서 불편하지 않은 사운드입니다. 
 중역(보컬)은 요즘 성향보다는 살짝 뒤에 있는 느낌도 들지만 묻히지 않고 제 위치에서 잘 나와 줍니다. 
 여성 보컬을 예쁘게 표현해 주는 느낌은 없어서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남성 보컬은 굵직한 성향과 잘 맞물려서 선이 분명한 게 마음에 들더군요. 
  
 이 이어폰이 좀 특이한 점으로, 측정치에서는 분명히 저음 강조형이 아닌데 저음이 정말 찰지게 들립니다. 
 양을 강조한 게 아님에도 저음의 타격감과 울림이 명확하게 들립니다. 
 이게 16mm 드라이버의 위력으로 여겨질 정도로 
 양감을 올린 저음 강조형 이어폰들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박력 있는 저음이 나옵니다. 
 (그래서일 듯한데 위에서도 적었지만 덕트를 막는 순간 무지막지한 저음이 엄습합니다..) 
 이 녀석으로 락 장르 들을 때 드럼 소리 나오면 절로 몸이 움직이게 되더군요..;; 
 이 저음 하나만으로도 만족도가 정말 높은 물건입니다. 
   
 
 4. 마무리  
 두서 없이 적었는데 결론을 적으면 요즘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이어폰입니다. 
 음악을 찰지게 들려주는 데에서는 가지고 있는 더 고가의 이어폰들보다도 특화된 물건입니다. 
 모니터링 이어폰인데 개성이 뚜렷한 것도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결과일 듯하군요. 
   
   
 
 덧. 잡담
 간만에 이런 내용을 적으려니 엄청나게 버벅였습니다.. orz 
 (실제로 겨우 이만큼 적는 데에  4시간 넘게 걸린 상태입니다......) 
 역시 글 적는 건 포기하고 눈팅하며 댓글만 올리는 게 속 편한 것 같습니다..;; 
 <물론 변덕이 어떻게 생겨서 또 뭔가 적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Aria는 국내에 도착한 상태라 내일 정도 도착할 듯합니다. 
 (국내 배송이 CJ라서 어떻게 될지 미지수이지만..) 
 이제 남은 건 이 녀석과 예전부터 위시리스트로 등록했던 물건 정도 남아있습니다. 
 다행히 일본 쪽 재고는 다시 살아난 듯하여 이번 주나 다음 주 자금 상황에 따라서 주문할 예정입니다. 
 이쪽은 도착하면 개봉기 정도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소리보다 외관 중시인 물건이라서) 
  
 신제품 중에서는 도착할 Aria 말고는 이전에 봤던 SeeAudio의 Yume가 정발한다고 해서 살짝 간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외 리뷰에서 감점되는 요인이 뭔지 체험해 보고 싶더군요. 
 (장점보다 단점부터 신경 쓰이는 건 성격이 괴랄맞아서 그런 건지..) 
 이래저래 2021년도 꾸준히 리스트가 올라갈 듯합니다..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