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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펌) 그라도는 락머신?

SunRise SunRise
1697 2 3

진솔한 글이 있어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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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도대체 왜 락머신이라고 불리는지 (중략) 아마도 이해하려고 해도 절대로 이해를 못할겁니다. 언젠간 이해할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애초에 20년 전에는 락머신!!이라는 말도 없었어요. 애초에 그런게 아닌데 20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뜬금없이 락머신!!이번에는 과연!!??이라고 해봐야 이 알못들이 모여서 무슨 헛소리를 하려나~하고 허허 웃는 마음으로 리뷰를 보겠지요.

왜냐하면, 그라도의 sr325가 처음 나왔던 시대의 배경이나 흐름, 발매당시의 가격, 당시 같은 가격 라인업에서 비교제품군들, 그리고 당시 시대의 음악 재생환경등등의 맥락같은거 전부 싹 무시하고 지금 기준으로 음질로만 평가를 하자!!!라고 하면 당연히 이해가 안되겠지요.

사실 제품에 대해 제대로 된 리뷰를 하자면

1. 저런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어느 정도 제품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고 제품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k1000이나 과거 소니의 퀄리아 해드폰 리뷰같은것이 이런 방향성의 그나마 좀 재대로 된 리뷰겠네요.)

2. 저런 맥락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품에 대한 배경 설명을 생략하고 포인트를 짚어서 그부분만 리뷰를 한다

 
 (중략)


어쨌든, 처음 그라도 325를 들었던 것은 99년이었는데, 당시 함께 일하던 프로그래머 동료의 집에 놀러갔다가 인켈전축의 앰프에 연결되어있는 325를 처음 보고, 너바나의 nervermind엘범(LP)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경험이지요.

그 달 월급을 받자마자 반차내고 용산으로 달려갔고(인터넷 쇼핑몰이라는게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325를 구입해왔지만 아뿔싸...초기 생산된 325는 앰프연결을 전제로 만들어진 물건이라 6.5단자였습니다. 그래서 변환잭을 물려서 사용하다 결국 다음 달에 그라도 앰프인 RA-1까지 구입하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바꿔말하면 97년에 처음 저 325가 나왔을 때에는 저런 스타일의 소리를 들려주는 해드폰이 거의 없었습니다. 애초에 해드폰이라는게 대중적인 시절도 아니었거니와(물론 지금도 대중적이진 않습니다) 그나마 스테디셀러로 잘 팔리는 해드폰이라고 해봐야 같은해에 출시된 젠하이저의 HD600이었으니까요.

어쨌든 출시된 해인 97년은 물론이고 제가 구입했던 99년 당시에도 HD600같은 해드폰으로 락을 들으면서 빤쓰벗고 소리지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겠고, 앞으로도 그럴일은 없을테지만, 325는 좀 다르지요.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빤스벗고 소리지르게 만드는 사운드였으니까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해드폰들이 HD600처럼 범생이같은 밍밍한 소리만 나오던 시절에 325는 지 혼자 이상한 소리를 내는 제품이었거든요.


어쨌든 브루클린의 창고한켠에서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애가 학교 가 있는 시간동안 파트타임으로 알바하러 나와 게러지빌드로 소규모 생산했던 이 돈값못하는 '안좋은 해드폰'에 열광하는 '락알못'들이 97년 당시의 미국에는 생각보다 꽤 많았다는 겁니다. LP에서 흘러나오는 호텔 켈리포니아나 에릭 클랩튼의 레이라를 그라도로 들어보고싶다면 60을 추천하지만 조금 더 깊게 빠져들고 싶다면 325에서 나오는 기타소리는 한번쯤 들어볼만 하다라는 락알못 평론가들도 많았고 말이지요.(당시에는 325가 프레스티지 라인업의 플래그쉽이었고, 이외엔 레퍼런스 라인의 RS시리즈2개 밖에 없던, 제품 라인업이 매우 단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 rock이라는 장르에서 '사운드의 특징이 잘 부각되는' 해드폰이라는 평가가 본토인 미국에서 나왔던 것이고 이런 평가가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앞뒤 맥락은 싹 사라지고 락머신은 그라도!!!라는 이미지만 남아있는거니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97년 당시에도 325는 유니크한 사운드 특징과 '가격'때문에 나름의 평가를 받는 해드폰이었습니다. 다른 해드폰에서는 경험해보기 힘든 사운드가 나오고, 260$(세금 미포함)라는 '저렴한' 가격에 이정도의 소리를 내주는 해드폰은 시장에서 정말 드물었으니까요. **에서 리뷰한 오스티아 같은 제품에 두분이 극찬을 했던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국산제품(그라도의 거의 모든 제품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수제로 생산합니다)인데, 가격도 싸고, 이 가격대에서 이런 유니크한 소리는 드물다!!!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추천할만하다!!!라는 평가가 당시의 미국 시장에서 그라도 제품에 대한 반응이었으니까요.

한국에서야 초기 보따리상의 폭리에 가까운 수입가격때문에(제가 구입했던 99년의 325는 네고로 2만원 깎아서 48만원이었습니다) 이후로도 그 가격대로 판매가가 고정되어서 그라도 제품군 거의 대부분이 고가정책으로 유지되는데다 325는 특히나 HD600이랑 비교당하며 가성비 떨어지는 해드폰으로 무시당하지만 미국에서 좋은 평가가 나왔던 것에는 저런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미국 본토에서는 평론가건 해드파이 매니아들이건 아무도 HD600같은 가격대 상위기종이랑 음질가지고 비교 안합니다. 325는 200$대 제품군들과 비교를 하지요.


(중략)
 

24년전에는 325의 그 사운드가 나름 유니크하고 좋은 소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325의 특징이 락이라는 장르에서 잘 드러나는 것이지 락머신으로 락만 들으라고 만든게 아니니까요.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325는 그냥 평범하게 그 가격대(200$)에서 보기 힘든 유니크한 소리를 들려주는 매니악한 해드폰이었으니까요. 요즘 기준으로 보면 누라폰같은 위치에 있는 제품이지요. 소규모 게러지빌드 메이커에서 유니크하고 실험적인 소리를 내는 메니악한 제품을 만든거니까요.

그리고 325e는 97년 그 시절의 연장선에서 325라는 해드폰의 특징을 긴 시간동안 최대한 유지하며 지켜오는 나름의 역사가 있는 것이니까 그 시절에 그 소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이해를 못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시대가 너무나도 지나버린 지금 시점에 여러가지를 경험해본 사람이 이제와서 뒤늦게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그런 역사적 맥락이나 흐름같은 배경지식이 전무하면 이해가 안되는게 당연한 것이구요. 아마도 앞으로도 이해가 절대 안될겁니다. 이제와서 보면 시대착오적인 느낌까지 들겠지요. 잘못만들었다는 평가도 일견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325같은 병*같이 이상한 해드폰이 왜 이따구 소리를 내는지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처음 나왔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면 안되지요. 모델체인지를 했지만 소리는 최대한 97년의 사운드에서 벗어나지 않게 튜닝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때 그시절에 저 해드폰 듣던 할아버지들이 나이 먹고 귀가 먹어서 나름의 배려를 한게 아니라 그 시절에 자신들을 지지해주었던 소비자와 팬들에 대한 리스펙트이겠지요. 최근 트렌드의 사운드는 새로 제품 라인업을 만들어서 그쪽으로 유도를 하고 말이지요.
 

(중략)
 

결국 시대의 특이점이라는 것은 그때 경험해보지 못하면 절대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죠. 전두환 군사독재가 끝나고 노태우가 당선되는게 지금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되겠지만 당시의 시대적 특이점에서는 그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흐름이었던 것 처럼 325도 비슷한 시대적 특이점이 있는 유니크한 제품이니까요.

그리고 리뷰처럼 음알못들이나 듣는 병*같은 헤드폰이었다면 24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생산되고 있을리가 없으니 진작 망해서 단종되었던가, 아니면 미국에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음알못들이 많다보니 325가 계속 팔리고 있는 것일 겁니다. 어쨌든, 단종되지는 않았으니 음알못들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닥터 드레의 음질 병*같은 해드폰도 힙합 듣기에 좋다고 그렇게나 많이 팔리는 나라이니 그라도로 락을 듣는 음알못들이 많은 것도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중략)

 음알못들이 뭘 알겠습니까. 평생 기타 연주는 커녕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놈들이 기타소리 좋다고 듣는게 그라도 해드폰이니까 말이지요. K-pop이 최근에 미국에서 인기있는 이유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음알못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라도로 락을 듣는 미친 나라인데 재대로 된 소리가 뭔지 뭘 알겠습니까. 에어팟 프로가 음질좋다고 팔려나가는것만 봐도 이해가 가지요. 음질 개 쓰레기 같은 에어팟 맥스를 좋다고 만드는 나라인데 브루클린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닥터 드레로 힙합을 듣고 그라도로 락을 듣고 와이어리스로 에어팟 프로를 쓰는 음알못 미국인들을 삼성 버즈 프로와 BTS가 구원해주겠지요. 할렐루야.


아무튼, 정리하자면 미국에서 그라도 해드폰들이 평론가든 헤드파이메니아들에게든 나름의 좋은 평가를 오랫동안 받은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97년 시절에 압도적인 가성비(엔트리모델인 SR-60은 60$입니다.)로 그 가격대에서 나오기 힘든 유니크한 펀사운드, 혹은 하이파이틱한 소리를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made in USA를 넘어서서 뉴욕 브루클린 태생의 게러지 빌드 제품이라는 플러스 요인까지.

 
 (중략)

 

애초에 그라도 해드폰 까는건 해드파이 메니아들에게 일종의 밈에 가까운 영역이라 **채널 리뷰가 처음도 아니고 그라도 해드폰 좋아해온 사람들이라면 20년 넘는 시간동안 경험해온 하이텔, 디씨, 루리웹, 이글루스, 네이버 블로그, 골든이어스 어디든 가리지 않고 이어진 역사와 전통의 연례행사니까 이제와서 새삼스럽지도 않고 익숙합니다.

 
(중략)
 

위에도 말했지만, 해드폰의 유니크한 특징이 락이라는 장르에서 조금 더 두드러진다는거지 락이라는 장르만 듣기 위해 만든 해드폰이 아니니까요. 325를 샀으면 락을 한번 들어보세요. 이 해드폰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가 아니라 락을 들으려면 325를 사세요-라는 헤드폰에 대한 설명의 전후관계가 역전된 상태에서 관점이 비틀린 상태로 제품을 평가하려 하니..  

(중략)
 

지금이야 락머신 밈만 남아서 다들 락을 들으려면 그라도를!!이라고 말하지만 22년 전에는 반대였습니다. 그라도는 캐릭터가 강한 제품들이 많고 메이커의 사운드 특성을 알고 싶으면 클래식, 힙합이나 테크노같은게 아니라 재즈나 락을 한번 들어봐라.였으니까요.

애초에 그라도 헤드폰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게 재대로 된 소리가 아니라는거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강한 소리를 원해서 그라도를 찾아왔는데 범생이같은 모니터링 플랫사운드가 날거라는 기대는 아무도 안해요. 소리가 더러워지는 진공관이랑 같은 느낌의 연장선으로 즐기는거니까요. 기타픽업 9v건전지 죽기 직전의 사운드랑 같은 맥락이지요. 그게 재대로 된 소리는 아닌데 느낌은 좋은거. 기타만든 사람이 그 9v건전지 뒤지기 직전의 이상한 픽업 사운드를 노리고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선배들은 좋다고 그 사운드가 최고라고 말하는 음알못들이었던 것 처럼. 그게 유행해서 최근엔 전압조절 가능한 것들이 나오는 것처럼, 그라도 헤드폰 듣는 사람들이 음알못인건 맞을텐데, 그런 사운드가 취향에 꽃히는건 개인의 선택이지요.

그러니까 대중적인 사운드가 아니라는거 그라도 듣는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추천도 잘 안합니다.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반드시 들어보고 니 취향에 맞는지 확인하라는 경고도 잊지 않고 말이지요.


(하략)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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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2등

그라도를 락머신이라 하는 건 이미 20여년 전에도 있었던 얘기이지만, 달리 보자면 락이나 메탈 음악을 짜릿하게 들려주는 헤드폰들이 그 당시에는 그리 흔치도 않았습니다. 대부분 극저역 대역폭이 딸려서 헤비한 베이스 사운드를 제대로 내주지 못했고, 다이나믹 레인지도 그닥이었습니다.
 
당시 플래그쉽 헤드폰이래봐야 HD600, DT931, K501, K1000, MDR-CD3000, MDR-R10, 오메가2 이런 것들이었는데, 이들 중 어느 정도 저역과 다이나믹 표현이 나오는 건 그나마 HD600 정도였지만 이 놈은 젠하이저 베일 때문에 과장 좀 보태서 중이염 걸려서 먹먹해진 귀로 락 메탈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소스기기나 헤드폰 앰프들도 대부분 요즘 나오는 기기들에 비하면 성능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여건에서 그나마 손쉽게 묵직한 저역과 강렬한 다이나믹 표현에 시원시원한 음색을 가진 그라도가 락 메탈을 더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탈출구였었죠. 

요즘 기준으로는 동굴 음장이 기본 적용되고 챔버빨로 저역을 묵직하게 내는 그라도를 락 메탈을 가장 잘 표현하는 헤드폰으로 보기에는 어폐가 많고, 다만 락 메탈 뿐만 아닌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그라도처럼 들려주는 헤드폰은 그라도 밖에 없다고 보는 쪽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라도 사운드를 아주 좋아합니다.

00:02
21.06.02.
profile image
SunRise 작성자
alpine-snow
직교형 다이나믹과 정전형 시대가 저물고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안정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졌음을 느끼네요.
01:41
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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