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이 있어도 좋아하는 이유
자식 낳아놓으면 맘에 안 들 때가 참 많지만, 그래도 내 새낀데 우짜겠노 싶어지는게 부모 맘이지요.
오디오 따위에 그런 감정까지 들지는 않습니다만...
맘에 안 들어도 갖고 있게 되는 물건들에 대한 이유들을 재미삼아 써봅니다.
보통 거론되지 않는, 저만 매우매우 개인적으로 느낀 내용들로만요.
굉장히 이질적이고 공감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웃자고 쓰는 거예욥!!
▶AKG K501
- 미움 : 순정 패드도 없고 호환패드 끼우니 노래방 트롯트 뽕삘 어마어마함. 클래식에 어울리긴 개뿔...
마이크로다이나믹 없음. 매크로다이나믹도 꽝. 다이나믹 표현이 매우 촌스러움.
국물이나 기름기 없이 마른 건더기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
- 이쁨 : 끝내주는 과도특성. 그래서 꿍짝꿍짝 하는 노래 들을 때 가장 흥이 남. 호환패드가 눌리면서
투명감이 순정 패드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올라옴. 위의 동영상 곡 같은거 들을 때 최고.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비유할 것이 마땅치 않고, 그냥 크리스탈 장식품 핥는 느낌.
▶audio-technica ATH-W100
- 미움 : 순정 패드도 없고 호환패드랄 것도 없음. 20년 된 낡은 패드와 함께 1980년대 물건 느낌을 줌.
명색이 2000년 맞이 뉴밀레니엄 물건인데 세련됨으로 보면 빈티지에 가까운 느낌.
재생 대역이 넓지 않아 더 그런 느낌.
- 이쁨 : 진중한 표현력과 또 그것과는 안 어울릴 것 같은 엄청난 하이스피드를 겸비한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매력적임. 빈티지 명기, 특히 JBL 파라곤이나 하츠필드 같은 정취가 쬐끔 있음.
다른 W100과 차별화되는 사운드에 영향을 주는 수축된 우드 하우징.
▶SENNHEISER HD650
- 미움 : 패드 눌림이 너무 잘 일어나서 메인으로 쓰기에 부담스러움. 재미없는 수면제 교수님 느낌.
신나는 곡도 점잖지 못하다며 혼난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것 같음.
- 이쁨 : 그런데 힘빨 좋은 앰프 연결시 그 수면제 교수님의 나이트클럽 무대 음주가무를 볼 수 있음.
PA 스피커 느낌의 강렬한 파워는 덤. 난생 처음으로 신품 구매한 레퍼런스급 헤드폰.
▶SONY MDR-V700
- 미움 : 우락부락한 외모와 매너없는 착용감.
- 이쁨 : CD780의 DJ용 버전 딱 그 느낌의 그리운 사운드. CD780의 느낌을 15%쯤 느낄 수 있음.
▶DENON D1001
- 미움 : 소리 선이 가늘고 고급 오디오 옵션 넣은 승용차 순정 카오디오의 요망한 사운드를 닮음.
- 이쁨 : 빈자의 현대판 R10 포터블 버전. 신품 가격으로 봐도 여전히 매력있음. 어렵게 구했음.
▶ULTRASONE HFI-2000
- 미움 : 고장 비가동. 관상용.
- 이쁨 : 황금색 진동판이 이쁘다. 관상용.
▶SONY MDR-CD900ST
- 미움 : 저음 실종. 쏘는 고음.
- 이쁨 : PRO5보단 훨 낫다.
▶audio-technica ATH-PRO5
- 미움 : 기본기 부족.
- 이쁨 : 그래도 번인 + 튜닝으로 귀이징(또는 뇌이징)시 어느 정도 납득이 갈만한 소리는 간신히 됨.
유튜브용 스피커 대용으로 써도 부담이 없음.
▶SONY MDR-CD2000
- 미움 : 희뿌연 착색감, 텁텁한 착용감, 명료하지 못한 음색.
- 이쁨 : HD650보다 착용에 대한 부담감이 없으면서도 거의 근접한 사운드 만족감을 얻고 있음.
부드러운 착용감. 상급기 CD3000보다도 기본기가 탄탄한 하극상 모델.
▶Etymotic Research ER-4S
- 미움 : 고통스러운 착용감. 부서지는 고역대.
- 이쁨 : 고통과 함께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착용감. 시원시원한 중역대 표현.
▶GRADO RS-1
- 미움 : 고장난 드라이버 적출 후 iGRADO 드라이버가 들어가 있음.
- 이쁨 : 십몇년째 라면 그릇 받침대로 너무 훌륭함.
▶GRADO SR80
- 미움 : 좌우 밸런스 안 맞음.
- 이쁨 : 플라스틱이라서 라면은 무리지만 소리나는 냉면 그릇 받침대로 활약 중.
▶QCY T9S
- 미움 : 성능 별로임.
- 이쁨 : 엄청 저렴함. 그러면서도 가격 대비로는 K501보다 크게 부족한지는 모르겠음.
▶audio-technica ATH-CM7Ti
- 미움 : 좌우밸런스 안 맞음. A/S 받아도 안 맞아서 포기하고 장식용으로 방치.
- 이쁨 : 처음으로 고가의 이어폰을 신품으로 사서 여지껏 한 번도 내치지 않고 잘 갖고 있음.
팔기 귀찮고 좌우밸런스 안 맞는 걸로 컴플레인 받기도 싫고 버리기엔 아까울 정도로 예쁨.
▶SONY MDR-E868
- 미움 : 한쪽 드라이버 코일 단선. 내구성에 대한 불신.
- 이쁨 : 소리 안 나와도 소장하고 있을 만큼 디자인이 너무 예쁨. 고교 시절 처음 본 추억의 물건.
▶SONY MDR-E838
- 미움 : 고작 몇 년만 쓰다보면 삭아버리는 폼 댐퍼. 현재 댐퍼가 없어서 가동 중지.
- 이쁨 :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오픈형으로는 기본기가 잘 된 사운드. 추억 어린 아련한 음색.
▶SENNHEISER MX400
- 미움 : 이거 고장날 때마다 바꿔가며 쓴 돈이면 DAC 하나 살 수 있었음.
- 이쁨 : 발로 밟아도 안 부서지는 극강의 내구성.
▶BOSE Companion 2 Series 3
- 미움 : 작고 볼품없어 값싸보이는데 BOSE 마크 때문에 그냥 달라는 사람들이 있음.
- 이쁨 : 작고 볼품없는데 음악을 틀면 비싼 것 같은 소리가 나서 사람들이 입 싹 닫음.
▶Wharfedale Diamond 8.1
- 미움 : 어벙벙하고 맹함. 앞뒤로 좁은 인클로저가 볼품없음.
- 이쁨 : 그래도 가성비의 담백한 브리티쉬 사운드의 엔트리급 표준 아닌가!!
▶CALLAS PS402 다솜이
- 미움 : 안 쓰다가 쓰면 트위터에서 소리가 거의 안 나옴. 몇 시간 써야 트위터에서 소리가 남.
- 이쁨 : 위의 스피커보다 그래도 중역대 질감은 참 좋음.
▶JVC 정체불명 풀레인지
- 미움 : 높이가 낮은데 경사각이 없어서 책상에 놓고 쓰려해도 높은 스탠드가 있어야 함.
- 이쁨 : 소리 하나만으로 다 용서됨. 중역대 표현력에 마음이 녹아내림.
▶audio-technica AT-HA20
- 미움 : 파워 부족. 저역 부족. 싸구려 같은 디자인.
- 이쁨 : 저임피던스 헤드폰과 기막히게 매칭이 좋은 느낌. 빈자의 뮤지컬피델리티.
뮤지컬피델리티도 고가의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은 함정.
▶NAD C316BEE
- 미움 : 팔려고 했는데 도도하게 배째라고 개김. 결국 못 팔고 지박령이 들었음.
- 이쁨 : 저발열로 한여름 음악감상에 최고이면서 체급에 비해 구동력이 상당히 준수함.
▶L'AURORA 6BQ8 (舊 Mini Integraged Amplifier)
- 미움 : 헤드폰 꼽으면 험을 감수해야 함.
- 이쁨 : 어지간한 대형 스피커까지도 그럭저럭 들을만함. 앰프 업글 필요를 못 느낌.
댓글 9
댓글 쓰기정말 마음에 드는 헤드폰인데, 좌우밸런스 문제가 모든 매력을 날려버리네요. ㅠ.ㅠ
아침부터 빵터졌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 웃음 감사합니다
ER-4S는... 오디오 외의 새로운 취향을 알아버리신게 아닌지......
요새 굳이 이런 타입이 아니어도 밸런스 잘들 나오니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막상 들으면 들을 수록 이런 정취가 느껴지는 이어폰은 또 잘 없는 것 같아요.
처음으로 정모라는데를 가서 처음 접해본, 당시로서는 고가의 이어폰에 대한 추억이 담긴 설레는 소리라서 제겐 무척 소중합니다. ㅋ
아하.. 여기서 고르면 되는 건가요?ㅋㅋ
그거 잘 길들이면 W100, CD2000보다 나을 수도 있어욥.
유독 GRADO만 찬밥 신세이군요..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