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앰프 종결
저는 Drop에서 세일하는 THX AAA ONE을 구매해서 행복하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싱글엔드로 제가 가진 헤드폰들 모두를 문제 없이 굴릴 정도로 좋은 출력에, IEM도 별다른 노이즈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3단 게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THX AAA 특유의 차갑도록 정확하고 뉴트럴한 소리도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리고 지난주 지인과 모종의 딜을 통해서, Monolith THX AAA 887 앰프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니 나는 XLR 아웃도 안 쓴다고! SE만 써도 파워가 차고 넘친다고! 이왕 줄거면 앰프가 아니라 DAC을 달라고!> 라고 나름 딜을 걸어봤지만, 이것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좋은 제안이었기에 앰프가 있는데도 탐욕스럽게 다른 앰프를 넙죽 집어버렸습니다. 그 결과가 좀 지저분한데, 이 모양입니다.
3층: 스칼렛 2i2 (DAC) -> 1층: THX 887 (AMP) -> 2층: THX ONE (PRE AMP) > 스피커
THX 887의 외부 구조는 THX ONE의 상급기인 드롭발 THX 789 대충 동일합니다. 마이크를 위해 설치한 오인페에서 RCA로 1층의 THX 887로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확인해보니 887은 프리앰프가 아니라서 패스스루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당장 어찌할지 모르고 있던 THX ONE을 다시 2층에 입주시켜 887의 패스스루를 THX ONE의 인풋에 넣고 이쪽의 아웃을 스피커와 연결했습니다. 졸지에 THX ONE은 15만원짜리 프리앰프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THX 887의 측정치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다고 합니다. 측정상 THX ONE이 0.0001%의 THD일 때 887은 0.00001%라서 10배가 좋다고... 물론 저는 같은 볼륨으로 튼 THX ONE / 789 / 887을 헤드폰으로 구별해낼 능력은 없습니다. 유일하게 좀 다르다고 느꼈던 것이 16옴인 A&K t8ie를 굴릴때 느껴지는 히스 정도네요. 32옴 IEM은 노이즈도 거의 없습니다.
THX 887을 사용해보고 느낀 점은, 고음압을 요하는 헤드폰이 없으면 앰프나 DAC 업글은 그런 헤드폰 사고 하자는 것 정도네요. 앰프의 소리가 너무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XLR은 물론 3.5mm 직결 + 1/4인치 연결이 가능하니까 다재다능하고 깨끗한 앰프라는 것도 알겠습니다만, 무료로 받았으니 쓰는거지 정가를 주고 산다면 (그래도 가성비가 말도 안되게 좋은 앰프임은 분명한데도) 그 돈을 모아서 살 수 있었을 헤드폰들이 머릿속을 떠돌것 같네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봅니다.
처음으로 클리어를 XLR을 통해서 들어봅니다. 원래도 좋은데, 순전히 기분 탓이겠지만 더 좋네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극도로 민감한 IEM을 제외하고는 이들의 차이를 블라인드로 구별해 낼 수 없는 인간입니다. 역시 음악은 귀로 듣는거지만, 귀로만 듣는것이 아닌가봅니다. 더 좋네요. 기분이.
일단 어쩌다보니 앰프는 여기서 종결할 것 같네요. 나중에 말도 안되는 출력을 요하는 헤드폰을 추가하면 그때 다시 업글을 생각하겠지만 아마 제 재정 상황이 허락하는 모든 헤드폰들의 감도와 임피던스를 보면 887이면 굴리고도 남을것 같습니다. 이 앰프가 현재 세일가도 25만원, 원가는 45만원도 넘지만 충분히 가성비 앰프입니다. 여기에 모노프라이스 특유의 긴 보증 기간 (3년) 덕분에 마음껏 굴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150에 구매한 THX ONE이 오히려 비싸보이네요. 보증도 짧고. $120 정도면 괜찮을거 같은데... 프리앰프로 쓸거면 다른 싼것들이 많으니까 아마 팔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의 교훈: DAC은 모르겠는데 앰프는 나의 현재 세팅으로 드라이브 안되는 경우에만 업글합시다.
댓글 12
댓글 쓰기효율극악인 헤륙세도 페어매칭은 둘째치고 사람들말과는 다르게 구동하는데는 전혀문제가 없습니다. 앰프는 종결보셔도 됩니다. 축하드립니다. 미국도 현재 250불로 세일하고 있어서 뽐뿌가 심하게와서 고민하고있습니다만 제가 사용하는 헤드폰들이 현재앰프로 잘구동되는지라...
thx 더블 부럽네요.ㄷㄷ
THX887의 형제기기인 789 쓰고 있는데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무색 무취에 정숙함마저 최고죠. 어지간한 200만원대 앰프들보다도 측정치가 잘 나와서 밴치마크 같은 정말 끝판왕 제품 사는게 아니면 종결해도 될거 같아요
어댑터로 인한 사망의심 문제를 여럿 봐서 사제로 사려고 합니다..
dc전원장치 제대로된거 찾으신다면 웨이버사 wlps-hp 한번 추천해봅니다
물론 많이 비싸요..............
정식유통 시작되면 값 두배로 올린다길래 예판 때 한대 사고, 두배로 나올 줄 알고 의기양양해하고 있던 차에 하이파이클럽에서 런칭행사로 예판가격 그대로 내놓길래 허겁지겁 하나 더 결제해버리는 바람에 두대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타격을 못 이기고 테이블탑 오디오기기 다 팔아먹어서 현재 3.5외장하드랑 usb허브 밥주면서 와신상담 중 ㅠㅠㅠㅠㅠㅠ
가격이 정말 후덜덜하네요..ㅠㅠ
종결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