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L SU-9N의 출시와 MQA 몰락의 서곡...?

SMSL의 중급기 DAC인 SU-9의 리런치 버전인 SU-9N이 $400 에 발매됩니다. Hiby 등이 사용하는 블루투스 코덱인 UAT 지원을 중단함과 함께 MQA 지원도 중단한다고 합니다. 기기적으로는 전력 공급을 ES9311칩으로 바꾸고 16코어 XMOS XU-216 USB 칩에서 8코어 XMOS XU-208 칩으로 갈아탄다고 하네요. 
  
MQA를 지원하지 않는 DAC들이야 지금도 많이 나오고 있고, 차기작들부터는 MQA를 제외할 거라는 찌라시가 도는 회사들도 꽤 있지만, 존재하는 기기의 설계에서부터 MQA 지원을 중단하는 쪽으로 변경하는 제품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꽤 오래 전부터 MQA라는 포맷 자체에 대한 과대광고 논란, 독점 코덱의 폐쇄성, 여기에 메리디안의 검증 거부 등으로 말이 많았었습니다, 올해 4월 유튜버인 GoldSound가 직접 Tidal에 음원을 올려가며 측정 분석한 결과 과대광고랄 것도 없이 프로세싱 과정에서 노이즈와 왜곡을 더하는 대놓고 뱀기름이었다는 증거를 제시한 이후로 (그리고 MQA 쪽에서는 되도않는 동문서답과 블로그 글 수정을 한 이후) 여론이 많이 나빠졌죠. 특히 해외의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새 기기에 MQA 디코딩 지원이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욕하고, 2021년 4월 이후 출시되는 기기에서 MQA 디코딩을 없애지 않는 회사 제품은 불매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SMSL이 중급기 DAC 라인업에서 꽤 잘나가던 SU-9를 설계까지 바꿔가며 MQA를 버린것은 분명 이러한 여론의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SONCOZ, SABAJ, Topping, Loxjie등 같은 체급에서의 경쟁자들이 기능이나 가격 대비 밸류에서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한 몫하겠지만 말이죠. 원래 SU-9에 비해서 $60이 저렴한 SU-9N을 보면, SMSL은 적어도 $400 ~ $500 대의 중급기 DAC에 대한 수요에 있어서 MQA 디코딩 지원이라는 것이 $60의 가치도 없다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저 가격대의 DAC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MQA에 대해서 대놓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을테니 말이죠. SU-9N의 성패에 따라서 다른 회사들도 추가 생산 모델에서는 MQA 지원을 중단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쪽으로 가거나 최소한 차후 모델에 대해서는 MQA를 포기할 인센티브가 생길겁니다.
  
이것이 MQA 몰락의 서곡일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잦아드는 독립된 사건일지는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MQA는 결국 라이센스를 팔아야 하는데 이렇게 갈수록 MQA 지원을 중단하는 오디오 기기들이 많아질수록 점점 묻히는 기술이 되겠죠. 최소한 MQA 디코딩 지원을 유의미한 스펙으로 광고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MQA 지원 중단과 함께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바래봅니다. 물론 숨통을 끊을 일격은 Tidal이 마스터 음원을 포기하고 Qobuz처럼 실제로 hi-res 음원을 지원하는 것이겠지만... 그 날까지는 아직 좀 남았겠죠. 
  
음감에 입문하고 얼마 안되어서 터진 MQA 사건을 보고 느낀바가 많습니다. 앞으로 "자, 이 블랙 박스가 음악을 더 완벽하게 만듭니다. 검증은 불가능하지만, 저를 믿으세요."라는 말이 나오면 돈을 쓰지 말자는, 돌아보면 상식적인 것이죠. 다만 제가 스스로 귀를 믿지 못하고, 잘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 남들이 하는 말을 비판 없이 그냥 받아들이려고 했다는 것이 문제일겁니다. 

모두가 결국은 자신의 귀에 더 좋게 들리는 것을 듣겠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의 말과 나의 귀가 전하는 정보를 모두 받아들이고, 재생산 가능한 경험을 통한 검증과 측정에 기반해 의견을 구축하자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