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품과 번들 / MDR-E931, E0931

지난 번 MDR-E931 관련 질문을 올린 이후로 아무래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여기저기 검색해 봤습니다. 
ebay 쪽은 패키지나 케이스가 있는 매물도 있던데 가격이 정말 비싸더군요.. orz 
(제일 저렴했던 게 거의 20만원 들어가니..) 
그리고 일본 옥션과 중고판매 사이트 쪽을 보니 E931이 종종 있긴 한데 일단 케이스 있는 매물은 없고, 
그마저도 MP 단자(소니가 예전에 밀었던 독자 규격) 모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만 타이밍이 좋았던 건지 옥션 쪽에 SP 모델에 연장선을 끼워 주는 매물이 하나 나와서 간을 좀 보다가 
매물 상태도 괜찮아 보이고 낙찰도 안 된 상태여서 구매했습니다. 
물품가 4,999엔에 대행 수수료 포함해서 5,999엔, 국제배송비 760엔까지 해서 7만 5천원 정도 들었습니다. 
 
배송을 좀 느린 옵션으로 해서 그런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엊그제(금요일) 오후에 도착했습니다. 
그날 점심부터 오후 늦게까지 여의도랑 압구정 들러서 청음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도착했더군요. 
(이쪽 후기는 적을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글 내용이 영 빈약한 막귀이다 보니..) 
 

 
사진으로 봤을 때에도 멀쩡해 보였지만 실물을 보니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물건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단자 쪽이 아주 깨끗한 상태로 사용감이 거의 없더군요.  
같이 따라 온 연장선도 특이하게 소니에서 나온 직조 케이블 연장선이었고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원래 세트인 물건이 아닌데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케이블 굵기는 굵은 편은 아니지만 직조 케이블이라 단선 문제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전에 구했던 E0931을 구했을 당시와 비교해도 이쪽이 더 깨끗한 상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사용하던 E0931과 이번에 구한 MDR-E931을 나란히 찍어봤습니다. 
유닛 생긴 건 같은 모델에서 나온 거라 그런지 그냥 쌍둥이급입니다. 
다만 케이블이 직조 케이블과 일반 케이블로 다르고 분기점 형태도 꽤나 다르게 생겼습니다. 
E931 쪽은 정통 소니 y자형 넥채인에서 흔히 보는 원통형인 반면 E0931은 정말 단순한 사각형입니다.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근소하긴 해도 E931 쪽이 확실히 좀 더 돈이 더 들어간 느낌이 들긴 합니다. 
  
두 모델을 가지고 청음 테스트를 해 봤는데 결론부터 적으면 완전히 같은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단 변수가 몇 가지 있는데 기존 보유 중인 E0931은 이미 구매 후 5년 이상 지난 물건이고, 
번들이라 기성품 대비 QC가 약했을 수도 있으며, E931은 필리핀 제조, E0931은 중국 제조입니다.>
둘을 놓고 비교해 보면 밸런스 자체는 두 모델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두 모델 모두 저역도 오픈형을 감안하면 잘 나오는 편이고 
중역/고역도 특별히 튀는 부분 없이 안정적인 편입니다. 
(희한하게 E868보다도 이 유닛 구조가 오픈형 지옥인 제 귀에 잘 맞는 편이라 저역이 꽤 나오더군요.)
그런데 동일 음압에 필요한 볼륨이 E931 쪽이 E0931에 비해 아주 약간 높았습니다. 
(다만 정말 근소한 차이라서 atom amp 볼륨 노브가 2~3도 정도 돌아가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E0931에 비해 E931 쪽이 전체적인 음의 밀도감이 더 좋았습니다. 
E931을 듣다가 E0931로 바꾸면 확실히 소리가 가볍게 나오는 경향이 두드러지더군요. 
그래서 E931 쪽 드럼 소리가 훨씬 더 타격감 있게 들어오고 보컬 음선도 좀 더 자연스러운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E0931에 비해서도 더 만족스러운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소니 16mm 드라이버 사운드가 역시 취향에 잘 맞아서 
엊그제부터 계속 이 녀석으로만 듣고 있습니다. 
 
요즘 여러 곳을 둘러보면 업그레이드 쪽으로만 대부분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여전히 귀가 덜 트여서 그런지 이번에도 가격대로 보면 한참 다운그레이드를 단행했습니다..;; 
(샤콘느를 두고도 MX400과 E931 같은 이어폰들을 사용하는 판이니..) 
그래도 이것저것 찔러 보면서 이런 식으로 듣기에 재미있는 물건들 하나씩 찾으면 그게 또 즐거운 거라 
결국 가격대 불문하고 이것저것 건드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옛날 물건들 중에 재미있는 걸 건졌으니 열심히 굴려봐야겠습니다. 
(이 이후로도 들어보고 싶고 사고 싶은 건 많은데 아직 여건이 안 되니.. orz) 
  
  
 
덧. 헤드폰은 일단 Hi-X65를 다음 목표로 두고 있고, 이어폰은 KATO랑 뜨레첸토 2021 청음은 해 보고 싶은데 
이어폰 쪽 두 모델 모두 청음은 어려울 듯해서 고민이 꽤 됩니다..;; 
이어폰 쪽 최종 목표가 좀 애매해진 것도 다시 잡아야 할 텐데 이쪽은 여전히 난관이 많아 보입니다..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