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울트라손 영입하려다가 미라가 부활한 사건.

드라이버가 고장나서 자기회로와 코일까지 수리한 HFI-2000을 갖고 있지만, 
수리 이후 제 소리를 잃어버려서 거의 보관만 하다시피 하고 있었습니다. 
 
순정 드라이버도 도저히 구할 수 없었고, 순정 이어패드도 도저히 구할 수 없으니 
그냥 HFI-2200이나 PRO-2500 하나 구하면 그 때는 버리자.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서 가만 보니 2200과 2500 둘 다 할아버지 폰이 되었네요.
중고 매물을 구할 시기를 놓쳐버렸습니다. 
구하려 해도 이젠 도통 구할 수도 없고, 어쩌다 나와도 대개 상태들이 나쁘더군요.
연식이 오래되어 헤드밴드 크랙, 헤드쿠션과 이어패드 주저앉음이 딱 기본이네요. 
내구성이 참...;;
문제는, 헤드쿠션과 이어패드는 순정은 물론 호환품도 구할 수가 없는 상태이니. 
이어패드 고정방식이 시중품과 다르고, 뒷면도 완전 망사로 뻥뻥 뚫려있습니다. 
즉, 순정 이어패드가 망가져 있으면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하여간;;
소리는 잘 나오지만 상태가 안 좋은 2200을 하나 업어왔습니다.
헤드밴드 도장이 벗겨지고 헤드쿠션은 완전히 주저앉았으며 이어패드는 터져버림.
그런데 프레임 상태마저 겉보기보다 나빠서 결국 드라이버만 빼고 다 버렸습니다. 
소리만 나올 뿐 쓸 수 없었습니다.
 
저는 HFI-2000이 있으니, 그걸 활용하는게 답이죠. 
즉, 드라이버 스왑.
그러나 2200 드라이버는 전용 클램프가 붙어있는 상태여서 그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몇 시간을 고생해가며 클램프를 뜯어내다가, 
HFI-2000의 맛이 간 기존 드라이버를 가차없이 뜯어내고 2200의 것을 쑥 박아넣고, 
와이어링까지 마쳤습니다. 납은 은납, 무연납 말고 그냥 케스터 일반 유연납.
순정 케이블도 환경호르몬 많다는 가소제가 잔뜩 배어나와서 도저히 수습 불가능이라 
마개조 해서 2200의 착탈식 케이블로 갈아넣었습니다. 
예전에 이미 한 번 배어나와서 야무지게 닦아놨는데도 또 떡이 지도록 배어나와 있네요. 
 

 
울트라손은 최근 모델은 모르겠지만 예전 모델들은 소재에 문제가 좀 있는게 아닌지... 
헤드밴드 크랙도 그렇지만, 케이블 피복에서 가소제가 철철 배어나오다니. 
케이블에서 가소제 배어나오면 언제까지 배어나올지도 모르고, 가급적 만지지 않거나 
그럴 자신 없으면 버리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자라니

아, 가만 생각해보니 AUX 케이블로 쓰던 여분의 W100 케이블을 활용했으면 쉬웠을 것을 
괜히 삽질했네요. ㅠ.ㅠ 
2200 순정케이블이 작업이 좀 힘들었습니다. 
심선이 이어폰처럼 에나멜 코팅된데다가 빳빳한 내부 피복까지 씌워져 있어서 
드라이버에 바로 못 붙이고 헤드폰 내부용 선재를 하나 더 이어서 붙이느라... 
빳빳한 선을 드라이버에 바로 붙이면, PCB 타입인 경우 PCB 패턴 뜯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특히 그라도, 소니, 오테 얘네들...;;
 
이어패드는, 좀 비싸겠지만 나중에 재봉집에 의뢰해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ㅠ.ㅠ 
아니면 직접 재단해서 한땀한땀 꿰매어 만들든가... 
 
하여간, 작업 후 사진입니다.
 

 
황금색 다이어프램. 
여전히, 옛날에 들었던 그 화려한 금가루 날리는 소리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완전 오리지널 드라이버라야만 그 소리 재현이 가능한가 봅니다. 
다만 휴대용 기기에서 고역대가 칠렐레 팔렐레 날리는 건 여전합니다. 
출력임피던스 높은 앰프 매칭에서 완벽하게 잡히네요. 즉, 답은 인티앰프 헤드폰단 혹은 저항잭. 
구동이 어렵지는 않은데, 출력임피던스 낮은 앰프에서는 고역을 못 다스립니다. 
고역 쪽 어딘가에서 공진이 있거나 해서 임피던스가 겁나게 올라가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 그렇다고 또 구동이 쉽다는 얘긴 아닙니다. 
임피던스 75옴에 감도가 94dB/mW 밖에 안 됩니다. 
출력 낮은 앰프에서는 힘도 못 쓰고 무려 클리핑이 나버립니다. 
심지어 크리스탈오디오 THA-2000 진공관 헤드폰앰프에서조차 심한 클리핑이...;;
 

 
쫒겨난 기존 드라이버들. 
 
 

 
기존 드라이버 괴롭히기. 
살짝만 눌러도 헤드폰의 '뽀그락'이 아닌 이어폰 다이어프램 찌그러지는 '찌지직' 소리가 납니다. 
만져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다이어프램 엄청나게 얇습니다. 부들부들해요.
 
 

 
기존 드라이버 괴롭히기 2. 
눈으로 보면 얇은 호일이라 그래도 강성이 있을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필름도 아닌 비닐에 금칠 해놓은 것 같습니다. 
이제 보니 자기회로 저거, 장비도 지그도 없이 어떻게 재조립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꾸 제멋대로 이리저리 붙는거 잡으면서 고정하느라 무지 짜증났던 기억은 선명합니다. 
자기회로... 호환 자석 붙이면 제 소리 안 날 수도 있습니다. 이거 제 소리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기존 드라이버 괴롭히기 3. 
혹시나. 8090년생들의 추억 속의 색종이 금박지 생각이 나서 엄청나게 구기고 문질러봤지만, 
그 금박지처럼 손에 금가루가 묻어나오지는 않더군요. 
즉, 24K 금(이라고 울트라손에서 주장하는) 코팅은 아주 야무지게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