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FI-2000 미라 부활 마지막 난항 처리 후 청음 결과...

 
울트라손의 첫 플래그쉽, HFI-2000.
 
음... 
완성 후 대충 들어보니 좌우 음량 및 대역밸런스 편차가 느껴지더군요.
응? 헐? 납땜 하다가 망가뜨렸나? 
아니, 설마. 어지간히 지져도 코일까지는 잘 안 상하는데. 열충격도 이어폰 얘기지.
즉, 마그넷 과열이 더 심각한 문제이지만 납땜하면서 체크했을 때 그건 전혀 아니었고. 
그럼, 2200이 드라이버마저도 불량인가? 아무 것도 쓰지 못할 완전 불량품을 사온 건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좌우 드라이버 저항 측정. 좌우 각각 73.X / 74.X 옴. 이 정도야 뭐. 
스크류 드라이버 대를 드라이버 앞면 좌우에 걸터놓아 간이로 자기력 체크... 비슷함. 
뭐가 문제지...?
2200 드라이버 뒷면의 댐핑 홀 하나를 막은 작고 얇은 플라스틱 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돼지표 본드가 옆으로 번져있었고, 플라스틱 판은 좌우 각각 사이즈가 서로 다르더군요. 
손으로 잘라서 본드 칠하고 붙였구나... 역시 울트라손!! ㅋ 
잘 붙여는 놨는데, 홀 사이즈 대비 넉넉하지 않은 사이즈로 붙여놓았길래 일단 의심.
플라스틱 판과 본드를 모두 뜯어낸 뒤 마침 갖고 있던 두꺼운 검정색 PP 마스킹 테이프를 
옆 홀을 덮지 않는 선 내에서 최대한 넉넉한 사이즈로 잘라다 꾹꾹 눌러붙였습니다.
 
이렇게 하니, 좌우 편차는 상당히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뭐, 뜯어서 손을 대서야 정상화 되었으니 불량은 불량이지요.
신품이든 외관 상태 좋은 중고든 소리가 이랬다면 교환이나 반품했을 듯 합니다만,
적당히 좋은 가격에 쿨하게 가져온 CS급이니 기분 좋게 자체 마무리 했습니다.
  
2000 배플의 프로텍터 홀에도 원래 반달 모양 마스킹 테이프로 일부가 막혀있었는데, 
그건 제가 드라이버 수리 후 소리 튜닝할 때 떼어놨었어요.
내친 김에 마스킹 테이프를 정확하게 잘라서 옛날에 붙어있던 자국을 따라 막았습니다.  

문제의 이어패드는...
W100과 사운드 매칭이 너무너무 안 맞아서 처박아두었던 W1000 정품 패드를 끼우니 
일단 장착은 어이없이 정확하게 됩니다.;; 
다만 사운드는 W1000 냄새가 좀 섞였습니다.

하여간 별도의 튜닝 없이 원상태로 최대한 정확하게 복구하니, 
이어패드 미스매칭을 감안해도 100%는 아니지만 예전 사운드 엇비슷하게 재현되었습니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렸습니다.
  
다이나믹형인 것 같다가도 정전형 같은 공기감이 느껴지는 고역과 파르르 떨리는 질감,
극단적으로 선이 가늘지만 울림음 표현이 적절히 어우러져 마냥 야위지만은 않은 느낌.
플랫과는 거리가 아주 멀지만 동사의 밀폐형 모델들처럼 딥이 푹푹 파이는 정도는 아니고
양은 적으나 깊이 뚝뚝 떨어지는 저역이 제가 기억하는 울트라손의 첫인상입니다. 
드라이버의 자기회로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그랬다는 의심도 해보았지만, 
자기회로가 말끔한 2200으로도 일단 기본 성향은 비슷하네요.
하여간 그 이후 나왔던 밀폐형들의 딥이 푹푹 파인 소리를 들었을 땐 솔직히 좀 그랬습니다. 
애초부터 중립성과는 담 쌓은 브랜드였지만, 딥이 푹푹 파여서 막힌 느낌은 아니었기에. 
거시적인 저역 부족과 고역대의 피크가 문제라면 문제였지...
 
특이사항이라면 같은 드라이버인데도 2200 바디에 붙어있을 땐 저음 빵빵하던 것이
2000 바디에서는 저음이 유난히 적습니다. 특유의 양이 적은 극저역은 안 나옵니다.
하우징을 꾹 밀어보니 W1000 인조가죽 이어패드 때문인지 이압이 느껴지면서
저역의 양이 크게 부족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올라오며 대역폭이 좀 더 확장되긴 한데, 
바닥을 긁는 느낌은 여전히 안 나네요.
오리지널 상태에서는 청감상 중간에서 얼버무리는 느낌 없이 거침없이 쭉쭉 내려갔었거든요.
고역대가 반짝이는 금가루 날리는 느낌도 재현은 실패. 다만 사이다 느낌은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DT990 Pro 사고 싶어'는 쏙 들어갔습니다.
언제 또 튀어나올지 모르지만.
 
다이오드처럼 생긴 소자 2개를 역방향으로 붙여서 드라이버의 +극과 -극에 붙여놓고 
드라이버를 하우징 앞쪽 아래로 편심되게 붙여놓고 프로텍터 일부를 막은 특이한 구조,
생각보다 아주 단순한 구조의 S-Logic 특유의 기묘한 정위감도 정상적으로 느껴지고요.
 
다만 2000의 오리지널 드라이버보다 펀치력이 좀 더 쎄졌고, 
철판 배플인 2200과는 달리 플라스틱 평판 배플인지라 배플이 잔잔하게 떱니다. 
하우징은 더 떱니다. 볼륨 높이면 사시나무 떨듯이 떱니다.
 
이어패드는 어찌 좀 해봐야겠습니다. 원단을 사다가 재단해서 재봉집에 의뢰해야 할 듯... 
 
그래서, 여성보컬의 귀여움? 
파워보컬 타입 아니면 많이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