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앰프를 들으며 느끼는게...

뭐... 앰프 나름이겠지만, 
스피커 출력을 위한 출력트랜스 + 저항 조합의 헤드폰 단자 출력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헤드폰을 갈아끼우려면 앰프 전원을 꼭 꺼야 하니(안 그러면 DC 성분 쇼트로 헤드폰 사망) 
그 점이 불편하긴 합니다만.
 
하여간, K501이 젠하이저틱한 묵직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궁금해서 HD650으로 바꿔 꽂고나서 헤드폰을 도무지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HD650으로는 볼륨이 어느 이상 되면 험이 아예 안 들려요. 제 막귀로는 감청 불가입니다. 
(내용 추가 : AT-HA20, C316BEE 조합에서 빌빌대던 HD650이 이젠 CD2000을 압도합니다!! 우와!!)
W100도 궁금해지니 다시 바꿔들어보면 험이 들리긴 한데, 플라시보도 때로는 도움이 됩니다. 
험을 제외한 소리를 알아서 필터링해서 듣습니다. 
히터 전원이 교류로 들어오는 것 같고, 이 경우 험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건 어렵거든요. 
스피커로 들으면 거의 안 들리는지라 결함이라 하기도 어렵고, 아예 없애면 소리에 힘이 없어지니.
쉴딩 작업 후 험 크기도 확 줄어들고 심지어 좌우 밸런스도 딱 잡혀서 그냥 좋습니다. ㅋ
험도 노이즈도 없는 THX A888 앰프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음 하나하나의 새김은 그보다 확실합니다. 
노이즈리스가 상식이지만, 험을 제외한 소리가 좋으면 걸러듣게 되는 막귀도 이럴 땐 좋습니다. 
 
아, W100의 이어패드도 다시 W1000의 것으로 바꿔끼웠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패드가 죽으니 그나마 좀 듣기 나아졌고, 오리지널 패드는 이제 완전히 끝입니다. 
사용기를 적다가 지웠다가 또 적기를 반복하는 중인데, 지금은 단점이 잘 들려서 더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단점을 가리는 매칭을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개선점을 염두에 둘 수 있고 그게 헤드파이를 계속할 원동력이 되니까요. 
 
진공관 앰프는 짝수배 고조파 왜곡과 출력트랜스 특유의 소리가 만들어내는 음색이 특색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출력트랜스가 없는 OTL 저왜율 앰프 포함해도 소리를 공기 속에 흩뿌리는 느낌, 
그리고 신형 관과 단순한 회로에 영향이 더 크게 들리는 배선재와 인터커넥터 케이블의 조합이 
반도체 앰프에 비해 좀 더 직관적으로 와닿는 것 같습니다. 
잘 조합되면 디지털 음원을 듣는데도 아날로그 녹음의 LP를 다이나믹레인지 확 늘려서 듣는 듯 
물 흐르듯 자연스런 음의 흐름이 매력적인 가운데, 
'한 마리 나비'처럼 하늘하늘 날다가도 일순간 '말벌떼'가 매섭게 독침 소나기를 쏘아대듯 퍼붓는게 
제겐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뭐... 이래봤자 어차피 저는 그레이스 m900 같은 걸 들일 걸 압니다. 
다만 이런 재미도 즐길 수 있는 둔한 체질인게 고마울 때가 많습니다. ㅋ 
처음부터 둔하지는 않았지만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보다는 달을 보려는 노력의 결과라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