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볼륨노브 방향과 숫자의 의미

그레이스 디자인 DAC/AMP 사용기나 평판을 보면 심심치 않게 반복 지적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볼륨을 반 이상 올렸는데 다른 앰프 9시 방향 음량도 안 나와요. 구동력이 약한가 봅니다." 
 

그러나 볼륨창 숫자 50은 앰프가 50% 파워를 내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앰프의 아날로그 볼륨노브가 1/4만 돌아가 있다고 1/4 힘만 쓰는 것도 아니지요.

그레이스 앰프는 0-99.5까지 숫자로 볼륨을 표기하고, 숫자 1이 오르내릴 때 출력레벨이 1dB 오르내립니다.
  
   

SPL 포니터2 앰프 볼륨을 한 번 보시지요. 9시 방향이면 최대 출력에서 -35dB입니다.  
 

그레이스 앰프의 최대 볼륨 숫자가 99.5라고 할 때, -35dB 출력은 볼륨 숫자64.5에서 달성됩니다. 이게 포니터 2 앰프의 9시 방향과 같은 "볼륨위치"이지요. 굳이 %로 표기하자면 최대 출력(W)의 64.5%도 아니고 1/4도 아니고, 겨우 0.03%밖에 안 됩니다. 노브의 각도와 숫자와는 무관합니다.

"지금 음량에서 6dB 더 올리고 싶다"라고 생각하면 정확하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만족하면서 m903을 써왔었는데, ADI-2 DAC을 쓰면서 이 볼륨 표기의 어설픈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m903 스펙표를 보면 최대 헤드폰단 출력전압은 20dBu(=7.75V)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출력전압이 볼륨숫자 몇에서 나오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내부 High-Gain 스위치가 켜지는 최대 볼륨인 99.5에서 나오는건지,

아니면 스위치가 켜지기 전 최대 볼륨인 96에서 나오는건지,

아니면 소스 신호가 최대값인 0dBFS을 초과했을 때를 대비해서 남겨둔 헤드룸에서 나오는 값인지…?

즉, 볼륨 70이 왜 무슨 기준으로 70으로 표기되는건지 그 근거와 원리가 깜깜합니다.

근본없는 0~99.5dB 범위 표기법 때문에 마치 앰프 파워를 %로 표시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는 겁니다.
 

그에 반해 RME ADI-2 DAC 볼륨 표기는 "-∞ ~ +6(dB)"입니다. 회로의 게인값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지요. 아날로그 입력->아날로그 출력일때 "0"으로 설정하면 입력전압과 출력전압이 동일하고, 디지털 입력->아날로그 출력일때 "0"으로 설정하면 0dbFS를 치는 음원을 재생할 때 스펙에 명시된 출력전압이 그대로 나옵니다. +6dB은 클리핑에 대비해서 남겨둔 헤드룸이고요.

예컨대,

라인아웃일때 이렇게 표기됩니다.

+13dBu으로 설정된 출력레벨에서 -20볼륨입니다.

그러면 지금 설정에서 음원소스가 최대레벨을 치면 (@0dBFS) 
실제 출력레벨은 13dBu - 20dB = -7dBu (약 0.35V)입니다.

헤드폰 출력일때는 이렇게 표기됩니다.

하이파워 모드에서 -35dB 볼륨입니다.

하이파워 모드의 출력레벨은 +22dBu라고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설정에서 음원소스가 최대레벨을 치면 (@0dBFS) 
실제 출력레벨은 22dBu - 35dB = -13dBu (약 0.17V)입니다.
 
그러니까 스펙상의 최대출력전압, 볼륨, 음원의 녹음레벨 세 가지를 알면 지금 출력단에서 정확히 몇 V가 나오고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는 거지요.

JDS Labs Element III도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이게 얼마나 근본있는 표기법이냐면, 아날로그 볼륨을 달고 있는 SPL Phonitor 2도 볼륨 노브를 따라서 -97dB ~ 0dB로 표기하고 있거든요. 9시 방향에 65가 아니라 -35라고 써있지요. 제네렉8040 매뉴얼을 보면 +6dBu  (1.55V) 입력을 받을 때 1m 거리에서 100dBSPL을 내준다고 명시가 되어 있으니, 이런 기기들끼리 조합하면 측정기 없어도 지금 몇 dBSPL로 듣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름답지 않나요…?

 
그레이스 디자인만 이상한 거예요!!

 
7-segment 디스플레이 2개만 쓰려니 "-" 부호 자리가 안 남아서 이렇게 된거 같은데, 디스플레이 부품 한칸 아끼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봤을거라 생각합니다. M900이 충분히 히트작이지만, 근본없는 볼륨 표기법 때문에 생긴 "구동력이 약하다"는 오해만 아니었으면 두 배는 더 팔아먹을 수 있었을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