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집착? 멍청함?
15년간 마주할 일도 없이 어두컴컴한 철판상자 속의 길쭉한 구덩이에 발을 묶인 채 갇혀서
묵묵히 좋은 음악을 들려주던 ESI Juli@ 카드가 드디어 슬슬 분해가 되고 있네요.
이상하게 우측 채널 음량이 좀 죽길래.
출구(헤드폰, 스피커)부터 소스까지 쭉 거슬러 올라가보니 RCA Out 단자가 맛이 갔습니다.
가만히 두고 쓰던 물건이지만, 빳빳하다면 빳빳한 케이블을 썼기 때문인지 PCB가... ㅠ.ㅠ
(따지고 보면 접촉 불량이어도 소리 이상한거 못 느끼겠던데 비싼 단자는 왜 쓰ㄴ... 읍읍!!)
상황이 이러한데도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은;;
PCB 코팅을 까서 금은합금선으로 끊어질똥 말똥 하고 있는 RCA 단자와 이어줄까???
아니면 WBT 순은 RCA 잭으로 바꾸고 아날로그단을 하드와이어링으로 재구성 해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ㅡ,.ㅡ;;
어쨌거나 내장형인 이상 15년을 써왔는데, 더 붙잡고 있으면 노인 학대겠지요???
아무래도 누구한테 이걸 일단 쓸 수 있도록 만들어서 무료나눔 하겠다고 약속을 해야
포기하고 새 DAC를 지를 수 있으려나요?;;
하여간 오래 쓴 물건은 정말 지독히도 잘 못 놓아요;;
근데 소리는 여전히 참 마음에 듭니다. 성능이야 어쨌건.
선뜻 외장형 DAC를 못 지르는 가장 큰 이유예요.
나름 당시 불세출의 고수 분들로부터 조언을 얻어 샀던 물건이고
꽤 오래 썼음에도 정작 놓아줄 생각을 하려니 그 15년이 너무 짧았고
아직 15년은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아무래도 여기저기 손상은 많긴 하겠네요.
최근 alpine-snow님이 해당 제품 이야기를
자주 하셔서 궁금해서 좀 찾아봤는데
오래되서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보컬 강사라던지 음향 관련 종사자들이
사용한 후기들이 발굴은 되더군요. ㅎㅎㅎ
무튼 제목인 미련 집착 멍청함?
은 해당이 없다고 생각하고,
전 참 보기 좋습니다. :)
제가 콜렉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레트로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1970년쯤 나온 게임기도 아직 잘 갖고 있기도 합니다.
(구동도 잘 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