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 이젠 졸업하려 합니다.
그동안 헤드폰을 대략 40여개 정도 사모았지만
사전에 청음을 하고 구입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천성이 게을러 귀차니즘 때문인 것도 있겠으나,
저는 매장에서 하는 청음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제가 현재까지 애장하고 있는 헤드폰들 대부분
첫느낌은 그닥 마땅치 않았던 놈들이 태반이고,
첫인상이 괜찮았던 놈들 중 지금에 이르기까지
두고두고 사용되는 것들도 그다지 많지 않네요.
오래 두고 진득이 듣다 보면 한참 지난 뒤에야
진가를 발견하게되는 경우도 제법 많았습니다.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의 리뷰도 신뢰하지 않고.
사용기같은 것들도 잘 챙겨보는 편은 아닙니다.
측정 데이터와 그래프가 보기에 아름답다 해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소리를 보장하진 않더군요.
저는 보기에 남다르고 재미있게 생긴 놈들이랑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제품들을 높이 삽니다.
평가가 아무리 좋아도 터무니없이 비싼건 패스,
너무 빈번하게 신제품을 내놓는 메이커도 패스.
몇 가지 원칙아닌 원칙만을 계속 고수해 왔는데
돌이켜 보면 실패 사례가 그다지 많지는 않네요.
고장나서 폐기한건 있어도 내다 판건 하나 없고
사 모은 그대로 대부분을 아끼며 사용 중입니다.
이젠 그것들도 자식과 학생들 하나씩 나눠주고
제일 애정하는 몇 가지만을 남겨둘 생각입니다.
댓글 28
댓글 쓰기'음향' 감상이 아닌 '음악' 감상에는 더할 나위 없다고 봅니다.
멈춘게 아니라, 충분히 갔다면 굳이 더이상 갈 필요없는 거죠.
저도 언젠가는 유랑이 끝나겠지만 현재까지는 즐길만하네요 ㅎㅎ
저도 900하나로 잘 버티고 있습니다ㅋㅋ
저는 D1001에서 멈추었어요. 딱 원하는 사운드 그 자체라서요.
HD650도, W100도, CD2000이나 K501도 제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D1001만큼 높지는 않고, 그래서 여럿 갖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D1001이 있음에도 더 큰 헤드폰들을 갖고 있는 건 체급 때문이고... ㅠ.ㅠ
체급과 소리의 풀어냄 모두 만족스러운 헤드폰은 STAX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스탁스 네모 넙데데한 이어스피커에 슈어 고유의 사운드 섞인게 아직도 370 가격 하는데다 오묘했습니다ㅋㅋ
그까지 언제 가노... ㅠ.ㅠ
그래서 스울 사시는 분들이 부럽드라고예!!
주화입마에 빠질 것 같아 엄두도 안내고 있습니다..
본문하곤 전혀 상관없지만....
혹시...시인이신가요?
상당히 장문인데도 문장을 깔끔하게 딱 떨어지게 쓰셨으면서도
말씀의 전달력은 오히려 더 강화되는 느낌에
필력이 보통이 아니심을 느꼈습니다..
설마 글로 밥을 벌어 먹는 사람의 글이 저리 허접할 리가 있겠습니까.
글을 쓰는 일이 업은 아니고, 글을 무언가로 바꾸는 일이 업이었다가
이제는 그 조차 힘겨워, 그걸 가르치는 게 업이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검증된 제품들은 대부분 충분히 좋습니다.
지나친 폄하와 과장된 칭찬들 모두 신경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출시된 물건은 아무리 극찬이 쏟아져도 일단 보류하세요.
이 바닥의 특성상 초반에는 온갖 마케팅 노이즈가 난무합니다.
특히 극찬의 말을 경계하세요. 굳이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해도
비싼돈을 지불해 산 물건은 어떻게든 좋게 들립니다, 한동안은.
그런 걸 이쪽 바닥에선 뇌이징이라고 부르기도 하나 보더군요.
감각과 이성의 괴리를 어떻든 중재하려는 뇌의 처절한 몸부림.
얼리어댑터가 아닌 한 기다리세요. 결국 시간이 판가름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시간의 검증을 거친 제품들은 대부분 좋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퀄리티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걸 찾거나 제품에 취향을 맞출 수 밖에.
그러나 또 첩첩산중입니다. 취향이라는 것도 점점 변하니까요.
‘바로 이거다’ 싶은 것도 나중에 보면 별로인 경우가 있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취향의 결을 세분화 하는 것,
또하나는 자신의 취향이 변화하는 방향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둘 다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확신을 갖는거죠.
다른사람들이 하는 말에 지나치게 신경쓰고 흔들리지 마세요.
결국 내 귀에 좋게 들리는 것이 좋은 겁니다. 그것만 챙기세요.
그걸 잊으면 먼 길을 돌아가게 됩니다. 음악 즐길 여유도 없이.
그러고 보니까 최근에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말입니다.
얼마전 학생이 졸고 있어서 한마디 하니 울먹이며 말하더군요.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왔는데 학비대기 위해 일을 하느라
공부할 여력이 없어요 라고. 우린 뭘 위해 살고 있나 싶더군요.
장비를 사 모으고 데이터를 살피고 다른이의 의견을 듣는것도
어쨌든 다 음악을 듣기위한 과정이니 목적은 음악이 돼야해요.
너무 일에만 매몰되다 보면 돈을 왜 버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곤 했는데,
정작 열심히 일 하고 벌어도 그걸로 할 일이 없으면 한없이 우울해지더군요.
열심히 공부하고 일 해서 돈 버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인데,
돈 많이 벌면 잘못한게 있건 없건 또 그 자체만으로도 지탄하기도 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걸 하기 위해 일 하고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하는데에 돈이 들지 않는다면 그 돈 안 벌어도 되고.
일 자체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면 일 자체를 즐기면 되고.
내가 좋을대로 사는게 최고인 듯 합니다.
문단을 어떻게 이렇게 맞추실 수가 있죠? ㅎㅎㅎㅎ
가지고 계신 제품을 보니, 졸업 하셔도 되겠습니다.
JBL L50이 눈에 띄네요. 대학다닐 때 처음 구매한 스피커였어요. ㅎㅎ
와..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소유하신 제품 리스트에서 내공이 느껴집니다ㅎㅎ
그냥 어쩌다보니 우연히 하게된
문장 길이 맞추기가 재미있어서
놀이삼아 계속 하고있는 겁니다.
저 제품리스트는 내공이 아니라
다만 제 잉여력을 증명할뿐이죠.
종결기라 할만한게 여럿 보이네요~
취향의 문제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네, 결국에는 취향이 문제더군요
나는 모르겠는데 남들이 극찬하는 비싸고 유명한 물건도 쓸모는 있습니다.
그걸로 고수 행세 하면서 한 무리의 우두머리 노릇을 할 수가 있죠!! 절대반지예요.
술과 고기까지 덤으로 제공하면 줄줄이 따르는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그쯤 되면 사실상 주지육림 클럽이지만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듯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