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기억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제게 
 중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소니 워크맨 카세트를 외국 출장을 다녀오시면서 사오셨더랬습니다.  
 당시 둥둥 울리는 PX100 같은 형태의 헤드폰으로 들리는 워크맨의 소리는 감동이었지요.
 당시는 주로 라디오로 국내 가요을 많이 듣던 시절이었기에 그렇게 잘 쓰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소리라는 것에 제대로 감동을 느끼고 관심이 생겼던 때가 
 대학시절, 당시 집에 있던 '인켈 ' 오디오 시스템을 제 방에 들여 놓게 되면서부터 였습니다. 
 부모님은 잘 쓰지 않으셨고, 음악 듣는 걸 좋아했던 제게 일종의 선물로 주신 것이었죠.. 
 그 때부터 LP들도 좀 모으기도 했고, 방 안 가득 채워지는 소리가 주는 감동과 행복감을 처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먼 친척 아저씨가 한 분, 타 지역에 살고 계셨는데 어린 시절에 몇 번 가본 뒤로 못 뵙다가 대학에 들어가고 그 분 집을 가게 됐습니다. 큰 개조 한옥이었던 집을 천천히 구경하다가 큰 방의 네면이 LP 판으로 가득한 방을 발견 했습니다.  
네면 뿐만 아니라 방의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는 아직 뜯지도 않은 LP들이 쌓여 있었지요.
 당시 제가 즐겨 듣던 전영혁의 FM25시 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음악들의 LP판들을 그 곳에서 보고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 방을 떠나지 못하고 구경하며 
 '나도 나중에는 이런 방을 하나 꾸며야지'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꼭 LP 판이나 CD 같은 것을 모으지 않아도 
 TIDAL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한달 LP 한장 값도 안되는 돈을 지불하면 
 내가 듣고자 하는 거의 모든 음악들을 고음질로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네요.  
  
 이런 환경이 내가 할 수고를 안해도 되니 좋기도 하고...  
인터넷에 연결된 PC와 작은 DAC/AMP와 헤드폰, 작은 액티브 스피커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제 방을 보면서 
LP가 가득한 방에, 방을 가득 소리로 채워 줄 오디오 시스템을 갖기를 소망하던 젊은 시절의 제 꿈이  
 이런 식이면 이루어진 것인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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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한 상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