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데서 귀호강하고 왔습니다.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진작 가보고 싶었지만 늘 몇달치 티켓이 선매진상태여서 엄두를 못 내다가
드디어 숙원을 풀었습니다.
공연 프로그램도 이왕이면 스펙타클한걸로...!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피아노: 알렉산드르 칸토로프
지휘: 이반 피셔
악단: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리스트의 협주곡은 제게는 좀 낯설고,
이반 피셔와 BFO의 말러 교향곡은 2번과 6번을 음원으로 갖고 있는데,
둘 다 애정하는 음원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말러 1번 실황 공연은 몇년 전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들어본 적이 있지만
합창단석 티켓을 라스트 미닛으로 구해서 들은지라 제대로 들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이번 공연은 정중앙 약간 뒷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천재와 거장의 연주에 대소 뭐라뭐라 평을 할 깜냥은 아니라서 감상은 기립박수 짤로 갈음합니다.
음향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자주 가던 쾰른 필하모니도 괜찮은 홀이었지만, 신축된 엘브필하모니의 음향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어쿠스틱 악기로 낼 수 있으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다이나믹 레인지를 체험했습니다.
그 와중에 각각의 악기 소리들이 뭉개짐 없이 지극히 또렷하게 들립니다.
토널밸런스는 조금 생소해서 몇분간은 적응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인터미션때 공연장 벽면의 음향패널을 유심히 살펴보고 기겁했습니다.
각각의 패널들이 똑같은건 하나도 없이 하나하나 커스텀된 것이라는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서로 인접한 패널의 굴곡이 이어집니다! 이런 변태들...
계란판처럼 보이지만 CNC로 가공된 단단한 인조 석재 패널입니다.
불규칙한 패턴으로 부조가 되어 있어서 소리를 모든 방향으로 고르게 난반사합니다.
덕분에 악기 하나의 피아니시모 소리도 선명하고 풍성하게 들립니다.
당연하게도 개별 악기 위치는 대략적인 방향만 알 수 있을 뿐 핀포인트로 집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음향을 최적화한 콘서트홀 답게 약간 비대칭적인 불규칙한 형상의 공간인데,
모든 좌석이 지휘자로부터 30미터 이내에 위치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다음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가장 싼 티켓을 구해도 될 거 같아요.
이집트 피라미드 가보기 전까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불가사의 건축물로 기억에 남을거 같습니다.
댓글 15
댓글 쓰기부럽습니다 ㅠ
와... 해외 다닐 때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때 음악도 좀 들으러 다닐걸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군요.
정말 웅장하고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와~~~~~~~
오우~ 이 정도면 음감의 끝판왕 아닌가요!? ㅎㅎ
공연장 형태와 음향패널 생긴 걸 보니 그냥 와따네요.
우리네 실정을 생각해보면 급진적이어 보일 정도로 멋집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새로 생긴 콘서트홀이 으리으리하고 음향도 우수하다고 합니다. 알핀스노우님께 추억의 동네이게도 한 만큼 서울 올라오실때 한번 찾아보심에 어떨까요?
남쪽나라에 내려와 코엑스몰 극한 너프에 실망한 뒤론 서울에 안 가게 됐는데
우째 그러고 나니까 이런 멋진게 들어섰네유... ;ㅡ;
나의 살던 고향은 철거된 동네~♬ (쭈글ㅠ)
묘한 정위감과 울림이 인상적일 것 같네요. 저도 기회되면 꼭 방문해봐야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