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우 중

이 정부는 정말 나쁜 의미의 일반 국민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작은" 정부를 이루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하루 전 기상청에서는 300ml의 집중호우를 예보했는데 폭우 당일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그리고 서울 시장까지 모두 퇴근했다죠. 그리고 대통령은 우리 집도 침수 됐다는 거짓말을 스스럼 없이 합니다. 국민들이 그의 사저는 언덕 위에 있다는 걸 모를거라 생각했을까요..

요즘 넷플릭스에서 '더 크라운'이라는 시리즈를 보고 있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를 중심으로 한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 드라마입니다.
시즌3의 3화 애버밴이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966년 영국 사우스웨일스의 애버밴이란 탄광촌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산처럼 쌓아 놓은 석탄 찌꺼기들이 호우에 무너져 내립니다. 그것이 산사태처럼 마을, 특히 초등학교를 집어 삼켜 버립니다.
이 사고로 144명이 사망하는데, 그 중 116명이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당시의 총리는 여왕에게 아이들을 잃고 좌절한 주민들을 위로해 주십사, 사고 현장에 방문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 합니다만, 여왕은 이런 말을 남깁니다.
"군주는 병원을 방문해. 사고 현장이 아니라." 하며 전통적 지배계층의 피지배계층에 대한 무관심, 무신경함을 드러냅니다.
이후 현장을 다녀온 주변인들의 참담한 심정들을 듣고, 또한 당시 노동당 내각이 책임의 화살을 무신경한 왕실로 돌리려 한다는 정보를 접한 여왕은 결국 애버밴으로 향합니다.
후에 여왕은 "애버밴 참사에 대한 늑장 대응이 군주로서 가장 후회되는 일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1966년 이후 왕실 사람들 중 누구 보다도 많이 그 마을을 찾습니다.

이번 물난리의 발생, 대처, 수재민들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몇 년 전 수장 당하는 국민들을 보며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던 무신경한 그 정부의 실루엣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 섬뜩합니다. 입으로만 소외계층을 위하겠다고 하지 말고 어려움을 맞닥뜨린 국민에게 발로 다가가 돌볼 줄 아는 정부가 되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