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팁질을 하는 거군요. feat. TDK IE800

 제가 예전에도 한번 올렸는데 아주 오래된 TDK IE800이란 이어폰을 아직 갖고 있습니다. 안 쓰는 걸 중고로 팔아 정리하는 부지런함이 없어 집안 어딘가에서 뜻하지 않은 반가운 옛 물건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아이가 그런 아이 중 하나입니다.

찾았지만 다시 들어도 소리는 취향이 아닌 듯 하여 다시 방치 중이었는데, 오늘 얘가 다시 눈에 띄었습니다. 혹시 드라이버가 2개라는데도 너무 맹탕인 소리가 앰핑이 모자라서 인가 싶어 톤2프로 올린 아톰 앰프에 다시 물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원래 끼어 있던 폼팁이 다 삭아버려 버린지라 안 쓰는 이어팁을 모아 둔 곳을 뒤져 출처 모를 실리콘 이어팁을 끼워 들어봤습니다만, 보컬영역은 확 살아나는데 저역이 확 죽어 약하더군요. 원래 정착용 이슈가 있던 녀석인지라...

뭔가 다른 걸 끼워보면 달라질까 싶어 5005에 있던 연두색 팁(아마도 L 사이즈팁 맞나요?)이 눈에 띄길래 끼워 들어봤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어폰 프렌지의 끝단 앞으로도 꽤 여유 공간이 생기도록 만들어진 게 눈에 띄네요.

그런데 허허... 이게 웬걸... 

락머신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중고역 모두 선명하고, 저역 표현도 간결해서 찰진 드럼 소리에, 하이햇의 찰랑거림에 기타와 베이스, 건반의 연주 모두가 잘 살아있으면서 보컬도 명료한 것이 뭐하나 어긋나지 않네요.

원래 락음악을 제대로 잘 표현하는 기기가 다른 모든 쟝르도 잘 소화해 내는 법이죠.

앰프빨인가 해서 폰에 래드손 0.9mV 출력 꼬다리로 직결해 봤습니다. 앰프에 전혀 꿀리지 않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허허.. 기가 막히네요.

이걸 여지껏 몰랐습니다. 어떤 분들이 TDK IE800이 명기라고 했던 이유를 근 10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전혀 힘없는 애가 아니었습니다.

이어팁을 잘 골랐어야 했던 것이었군요.

이어팁을 바꿔서 경험한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네요.

변화 정도가 아니라 변신이군요.

요즘 지난 의견 수정과 반성의 연속입니다.

여러분 TDK IE800은 좋은 이어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