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역시 소스였어요

오래된 소스기기... CDP랑 PMP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고, 
학생 시절의 올드 헤드폰에 대해서도 각별한 마음이라 몇몇은 소장 중인데... 
 
어제 청음매장 가서 SRH840A를 들으면서 처음 느낀 기분이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만 꼽자면 결국 내가 듣는 음원 소스였어요.
재생기기의 역할에 따라 퀄리티가 크니 그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기기만 잘 선택하면 결국 남는 건 음악 뿐이네요. 
새삼스럽지 않게 새롭게 느꼈습니다. 배움이란게 끝이 없는 것 같아요.
 
1990~2000년대 초반 발매된 헤드폰들의 감성은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2000년대 후반~2010년대 발매된 헤드폰들은 쏘울이 부족하다고 느꼈지요.
그러나 2020년 들어 발매된 헤드폰들의 저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1990~2000년대 초반 헤드폰들을 쌈싸먹는 표현력과 고성능을 함께 갖췄어요.
 
올드 모델인 HD25의 변화도 처음에는 좀 아쉬웠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이쁜 미소년이셨던 모 님께서 갖고 계시던 걸 들어봤었는데 
밀폐형 그라도라 해도 될 만치 다이나믹하고 거친 사운드가 매력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오래된 모델도 다시 들어보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해왔네요. 
그 때에 비하면 상당히 플랫에 가까워졌고, 분해능은 다소 떨어졌을지언정.
극저음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대역도 나오고 해상력도 준수하고 밀도있어요. 
작은 헤드폰에서 나올만한 스테이지나 정보량도 어느 이상 갖췄고. 
전체적인 완성도는 오히려 더 올라간 느낌이네요.
 
물론 기기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소장하고 수집하는 것도
아주 훌륭한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가치를 알고 몇몇은 모았으니. 
다만, 옛 것을 꼭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까지는 안 가도 될 듯 합니다.
요즘 나오는 헤드폰들, 기본기만 잘 갖춰져 있으면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옛 것을 대체할만큼의 표현력도 갖게 된 듯 합니다.
 
앞으로의 헤드폰 성능 발전을 더 지켜보는 재미가 새로 생긴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SRH840A 매우 추천이구요, 리뉴얼된 HD25도 참 마음에 듭니다. 
저렴하고 튼튼해서 한때 잠시 고려했었던 DT235보다 비싼 값은 하네요.
더 유연하면서 고해상력이고 다이나믹레인지도 넓고 정보량도 많아요. 
유일한 단점은 플라스틱 헤드밴드가 자리잡기 전까지의 
바이스에 머리가 끼인 듯한 착용감입니다.

아... 그리고. 
명불허전 젠하이저네요. 젠하이저 폰 참 좋아요. 튼튼하고 유지보수성 좋고. 
W100을 좋아하지만, 결국 CD780 이후 신품으로 사는 건 죄다 젠하이저네요. 
제게 젠하이저가 주는 의미는...
약간의 아쉬움에 대한 수긍과 이해,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다는 신뢰, 
이것이 지속됨으로써 '변치 않는 사랑' 같은 느낌인거 같아요. 
풋풋하던 시절의 연애 느낌의 소니, 30 전후의 연애 느낌의 오테에 이어
젠하이저라는 와이프를 만난 것 같아요. 알고 보니 젠빠였네요. ㄱ-;;
후덕하니 확 와닿는 매력은 없지만, 이젠 그냥 신뢰가 가요. 
헤드폰이니 소니나 오테를 같이 갖고 있어도 외도라며 싸울 일도 없으니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