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귀의 피로도의 관계
최근에 오래된 O2 앰프를 Pro-ject Dac s2+(이하 O2+s2)와 묶어 재구성 해서 들어보며
K9pro ess와 본의 아니게 비교하게 되었는데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또 느끼게 되어 글을 남겨봅니다.
제가 들어본 가장 고오급 시스템은 Sennheiser社의 HE-1 시스템 입니다.
2019년 son-video 매장에서.
그 때 저는 헤드폰과 시스템 성능이 좋아지면 얻는 최종적인 이득은
'자연스러움' 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때부터 저는 "오디오 기기를 들을 때 얻는 자연스럽다는 감각은 다르게 말하면
음원에 담긴 모든 소리를 자연스럽게 풀어서 표현한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커뮤니티에서 쉽게 등장하는 '좋은 타격감', '덩어리' 와 같은 표현을 예로 들자면
이 타격감이나 덩어리감은 자연스러움과는 반대되는 표현으로
소리가 자연스럽게 풀려서 들리지 못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여기서 말하는 덩어리감은 두터운 음선과는 다릅니다.)
사실 제가 이 자연스러운 감각에 대해서 말하는 이유는
이번에 O2+s2와 K9pro을 비청경험이 저에게 성능과 자연스러움의 관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줬기 때문입니다.
기억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전 글에서 저는
"오히려 더 타격감에 있어서는 O2+s2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역대에서 덩어리째 고막을 팡팡 때려주는 그 느낌은
음감을 즐겁게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저는 이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움' 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죠.
그런데 요 며칠동안 O2+s2로 음감을 하고나서
오른쪽 귀가 뻐근해지고 먹먹해지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K9pro로 듣는 동안은 겪지 못한 일이었죠.
샤워를 하면서도 오른쪽 귀가 뻐근한 느낌을 받아서 하루동안은 음감을 쉬었습니다.
아마도 귀에 피로도가 쌓여 이압조절이 잘 안됐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고
오늘 다시 비청을 하면서 두가지 가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a는 앞서 이야기한 자연스러움과 관련된 것으로, 'O2와 S2+DAC의 성능적 한계로 인해
귀가 뭉친 소리를 받아들이다 생긴 피로도 때문이다.' 이며
b는 'O2의 스탭 어테뉴에이터가 볼륨을 미세조절 하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귀에 무리를 주는 볼륨으로 장시간 음감을 했기 때문이다.' 입니다.
사실 이렇게 보면 b가 더 원인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높은 볼륨으로 하는 장시간의 음감청취는 누구나 아는 청력 하락의 원인이니까요.
K9의 장점은 볼륨을 미세하게 조절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O2는 24스탭 어테뉴에이터로 볼륨 미세조절이 불가능 했습니다.
하지만 O2+s2로 들으면서도 K9으로 들을 때와 같이
체감상 비슷한 볼륨으로 들었다고 생각하며
O2의 스텝 어테뉴에이터가 놓쳤던 볼륨 차이는 기껏해야 1~2db정도였을 거라고 봅니다.
이 작은 차이가 피로도에 영향을 미칠정도였을까요?
그러나 여기서 a의 가정을 하게 만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koss社 KSC75와 Grado社 헤드폰들의 청취 경험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위 제조사들의 헤드폰들은 밸런스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강한 타격감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제품들이죠.
그런데 저만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헤드폰들을 들을 때마다 고막이 빠르게 피로해졌고
더 나아가 귀가 아팠던 기억도 납니다.
아시다시피 두 회사의 드라이버는
강하고 가벼우며 재빠른 타사의 최신식 드라이버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저급한 다이나믹 드라이버 입니다.
이 두가지 경험에서
하나는 헤드폰, 하나는 앰프+DAC에서 문제가 발현 되었다는 차이가 있지만
'귀가 피로해졌다'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 여기서 제가 생각 해 볼 수 있는
[K9pro 와 O2+s2] 그리고 [ksc75&ps500e 와 ad2000]에서의 차이는
바로 기술 고도화 여부의 차이, 즉 성능차이 입니다.
너무 멀리간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성능차이가 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사실 O2+s2에서 이 것이 정확히 앰프 문제나 DAC문제냐 짚어내긴 어렵지만
[데이터 처리방식, 증폭방식, 회로구성 등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겠죠.]
적어도K9pro ess보다 소리가 덜 자연스럽게 들리는 건 확실해 보이거든요.
여러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적 있는지 혹은
성능과 귀의 피로도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번외로 이 어설픈 가설에 관한 이야기를 떠나
이번에 제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정리하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건 고도화 되지 않은 과거 기술에 크게 집착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처럼 음감 경력이 길고 나이먹은 늙은이들.
제가 o2를 자작하면서도 볼륨단에 래더형 스탭 어테뉴에이터라는 부품을 썼지만
위에서 b의 가정이 정답이라 본다면
사실 비싼 부품을 때려 박은 오래된 기계식 볼륨단에 대한 집착은 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을 떠나 볼륨을 오차없이 미세하게 조절 가능한지의 여부였던 것이죠.
좀 확장해서 이야기하면 어설픈 R2R DAC이나 진공관 앰프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건
사람의 귀는 간사해서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 의미있는, 애착이 가는 제품보다
성능 좋은 제품을 쓰게 된다는 사실이랄까요.
O2를 다시 서랍장에 넣어 둘 걸 생각하니 마음이 허하네요.
댓글 16
댓글 쓰기그보다는 파형이 두툼하고 뚱뚱해질수록 기계에게도 생체에게도 부하가 좀 더 걸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입니다
예를 좀 들자면,
근래 2~3년간은 잠잠한 상황인 모양인데 loudness war라는 오디오계 떡밥이 있지요
헤드룸을 다 까먹으면서 라우드니스를 늘리는 처리를 통해 오디오 신호가 뚱뚱해집니다(참고 : crest factor)
다이나믹레인지를 에너지로 꽈악꽉 채운 차트음악만 계속 들으면 짜증이 나고 귀가 아픈 이유가, 파형이 뚱뚱할 때 얼핏 소리가 작게 들리는 착각을 해서 우리가 더 음량을 더 올려버리게 되기도 하지만, 음파 성분중에 사각파 비슷한 모양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기도 해요(라고 제가 추측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one more thing
비닐 레코드판, 테이프, 진공관 등의 옛날식 내지는 아날로그 플레이백에서 나오는 소리도 원본으로 여겨지는 신호에 비해 파형이 좀 뚱뚱합니다
배음이니 뭐니 하는거 있잖아요
그리고 그런게 또 재생장치들 퀄리티가 나쁘지 않으면 듣기에 더 즐겁습니다
dac든 헤드폰이든 뭐든간에 그 즐거움을 강조해볼라고 어떻게 설계하다 보면 종종 이상하게 귀를 금방 피로하게 만드는 제품이 나오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주파수가 없는 직류의 경우 고막을 스피커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건 고막의 기계적인 진동 (스피커에서 발생한 시간적으로 변하는 음압으로 인한) 이 내이의 세가지 작은 뼈를 통해 증폭이 되서 와우관 안에 정열되어 있는 inner hair cell의 cilia를 물리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이 기계적인 움직임이 전기 신호로 바뀌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수용기를 mechanoreceptor라고 합니다. 우리의 촉각도 같은 부류의 수용기들입니다.
직류신호는 스피커의 막이 고정된 상태가 되고 전선에서는 교류보다 직류에서의 더 높은 저항 (우리가 전력을 교류로 전송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으로 과열이 되서 스피커를 고장내는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고막의 경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킬로헤르츠의 진동을 고스라니 받아서 그대로 진동하고 있는 hair cell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사각파의 꺽이는 부분이 아주 기계적으로 강한 충격을 유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급격히 정지하고 급격히 움직이게 되니까요.
평생 죽어라고 진동하고 있는 부분이 나이가 들면 물리적인 피로도가 많이 높아질 것이고 따라서 고주파에 대응되는 높은 소리를 주로 진동하는 hair cell의 cilia들은 결국 떨어져나가고 우리는 그 대역을 소리를 잘못듣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높은 소리를 잘 못듣게 되는 것이 같은 이유입니다.
동일한 메카니즘이 분명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타격감이나 덩어리 같은게 귓전에서 빵빵 때리면 별로더군요.
저 멀리서 공기 중에 퍼지면서, 하지만 또렷하게 들려오는 쪽을 선호하는데,
그런 기기들은 영 비싸더군요. ㅠ
기기 번인시킬 때도 롹이나 메탈 음원을 잘 쓰고요.
다만... 귀가 아프기(훨씬)전에 목부터 아픕니다? ㄷㄷㄷㄷ
작지만 보이는 듯 들리는 소리, 바로 그것입니다.^^
오로라 사운드의 헤드폰 앰프 중 전원부 정류회로에 관을 쓴 것들이 그런 사운드더군요.
측정치가 좋을 타입은 아니되, 음악을 펼쳐내는 전망과 디테일은 상당했던 기억입니다.
제 HD650이 m900에 물렸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소릴 냈지요.
또 숙제를! ㅎㅎㅎ
무슨 소린지 글로 먼저 찾아보겠습니다.^^
저음 부왘 거리고 특정 대역대 가 왜곡되면 고막 이 그 압력 을 버티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듣기 좋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청각세포와 고막 이 느끼는 고통 은 답이 없습니다.
추론을 하자면 성능이 낮아 기존에 들리지 않던 디테일을 캐치하려 음압을 올리는 케이스 아닐까 합니다
오디오 소리중에 다이어프램에 해로운 소리가 있습니다
허용입력을 넘어가서 다이어프램이 끝과 끝까지 닿아버리게 되면 클립디스토션이라는게 생기는데요
이 때의 파형이 사각파 형태에요
사각파는 헤드폰의 허용입력 한계에 닿았을 때 생기기도 하고, 앰프 입력단이 허용입력보다 강한 신호를 받았을 때 생기기도 합니다
사각파라는 소리가 나올 때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뭐냐면 다이어프램이 중간 어느 한 높이에서 일정시간 멈춰있는거에요
헤드폰의 클립디스토션일 경우 다이어프램이 더 갈 수 없는 곳까지 가서 부딛히거나 잠깐 삐져나가면서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전기적으로는 어쨌든 그 일정시간동안 오디오 신호가 직류입니다
코일에 직류가 들어가면 뭐 되는것도 없이 열만 생기는데, 사실 이게 제일 치명적이에요
공연장 스피커가 죽어버리는 90% 이상이 사각파의 열 때문에 코일이 익어서 떨어지거나 끊어지는 경우입니다
근데 우리 고막도 다이어프램이잖아요
일종의 마이크 아닙니까
그래서 고막(과 달팽이관)도 음량 자체의 강도 이전에, 사각파를 많이 받아먹다 보면 평소보다 훨씬 빨리 지치거나 망가지는게 아닐까 하는게 제가 그동안 혼자 정리해온 가설입니다
어떤 오디오기기에서 유난히 덩어리감이나 청감적 빵빵함같은게 뚜렷하게 느껴질 경우, 그러면서 별로 오래 듣지도 않았고 음량도 평소대론데 어째 귀가 금방 쑤시고 피로하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 사각파 머시기 스러운 왜곡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의심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