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평가 후기
정확히 기억 안 나는 2월 중순의 어느 날, 문득 우쿨렐레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크기도 작고 소리도 작고 현이 4줄 뿐이라서 취급 난이도도 연주 난이도도 기타보다 훨씬 낮을테니 금방 재미붙일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지요
정말 할 생각이었다면 아마 네이버스토어 검색해서 맨 먼저 나오는 제일 인기상품을 다짜고짜 주문하고 봤겠으나, 진심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ㅋㅋ
유튜브에서 기초기술, 코드 모양, 입문기 고르는 요령, 크기별 특징과 음색, 나무 종류별 음색의 차이같은거 잔뜩 열어놓고 턱 괸 채 하나씩 보고 닫고 보고 닫으며 좋아하고 있었지요
한바탕 개운하게 해치우고 나니까 자동추천이 그 쪽으로 바뀌더군요
그렇게 보여주는것도 하나하나 치워없애다가 외국 우쿨렐레 채널에서 기타랑 함께 갖고 나와서 비교하는 영상도 봤는데, 우쿨렐레 중에서 소리 제일 좋은 테너사이즈랑 걍 기타랑 번갈아 치는데 소리가 너무 차이가 나버리더라구요
쉽게 하는 얘기로 128k와 cd오디오의 음질 차이, 삼성꼬다리와 코드모조의 해상도 차이, 5만원짜리 브릿츠 블투헤드폰과 qc45의 차이, 회사 모니터와 하이마트 lg매장 80인치 oled의 화질 차이...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기타로 선회하고, 또 열나게 찾아봅니다
앞판 나무를 뭐를 쓰면 음색이 어떻고 다른거는 또 어떻다길래 그 쪽으로만 한 이틀정도 뒤지다가, 그게 아니라 회사별로 달라지는게 더 크다길래 마틴 테일러 이스트맨 길트 깁슨 등등 일진 브랜드의 먹고 죽을래도 없을 액수의 최고급 기타 연주영상만 또 허벌나게 뒤져댔네요
대강 찾을만한거 다 찾고 나니까 이제 최고급 공방업자들 이름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또 속절없이 여어어얼심히 찾아보고 들어보고 아까 들었던거 다시 열어서 비교해보구요
그러다가 습기관리 할 필요 없는 카본기타가 또 떡하니 나와서 죄다 찾아보고, 본김에 카본 바이올린이랑 카본 첼로 연주도 실컷 봤습니다
어차피 당장 살 수 있고 사야 하는건 30만원짜리 입문템일 터이지만 아무튼 아직 보고 싶은 영상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다 정신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지금 집이 윗집 샤워소리 옆집 폰 진동소리 다 들어오는 원룸이라서 사실 손바닥만한 우쿨렐레도 똑바로 치면 다 들리는 상태입니다
아 그러면 앰프같은거 다 제끼고 일렉기타 몸뚱이만 사서 크로매틱 연습부터 해야 되는건가?
이제 펜더며 깁슨이며 아이바네즈며 픽업은 싱글과 험버커가 있고 프렛은 니켈과 스뎅과 에보골드 세가지 재질인데 에보골드가 어중간하게 제일 좋다그러고 팬프렛이랑 트루텀퍼먼트라는 것도 있고 요즘 엘릭서 스트링으로 천하통일이라더라 등등 무궁무진한 시간을 또 보냈습니다
몇일 후 질릴 때 쯤 가서는 이제 베이스기타를 찾아보고 있네요
제일 비싼 브랜드가 포데라라는 것 까지 알아낸 다음, 한달여간 기다려왔던 오디오쇼가 시작되어서 시스템 종료를 찍고 얌전히 잠들었습니다
어디 나갈 때 제일 중요한 잼민이를 챙겨들고 집을 나와서 ktx를 탄 다음에 자리에 앉은 채 이제 눈을 감으며 플레이를 따악 눌렀는데, 읭? 음악소리가 다릅니다?
기타소리가 달라졌고, 베이스기타도 달리 들리고, 덩달아 왼손 영역의 피아노 소리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댓글 6
댓글 쓰기영어회화 듣다보면 점점 알아듣는 말이 많이지는거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집중해서 들으신 만큼 비교가 가능할 만큼 인풋이 제대로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기타가 오랜 취미인데, 일본 오고나서는 소음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를 못하고 있네요
핑거스타일을 버리고 일렉으로 가냐, 사일런트 기타로 가냐 고민중입니드..
국내산 제품도 있더군요
다음이 궁금해지는 소설연재같은 느낌... 뭣때문에 달라졌다고 느끼신걸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