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속에 대한 간단한 고찰 (스포주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두 번이나 봐버렸네요 (친구들이랑 봤다가 다음날 동기 형이랑 끌려가서 또 봐버렸다..ㅠㅠ)
지금 쓰기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암튼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가죠.
처음에 봤을 때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현실적인 작화와 빠른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느라 주변 배경을 자세히 볼 틈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보게 되었을때는 감독의 현실 고증과 세세한 배경 묘사, 특히 물의 질감을 표현한 장면에 더욱 눈길이 가게 되어 이 작품이 얼마나 영상미적으로 완성되어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죠.
이 작품은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감독님 피셜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통해 애도를 표하는데 어떻게 폐허가 된 곳은 애도를 표하지 않는가 "라고 했다죠. 더군다나 새로 태어난 세대들은 그 아픔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기에 이대로 가면 잊혀질것이다 생각하여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도 동일본 대지진은 어렸을 적 티비로만 보아서 그 규모를 알지 못했죠. 그래서 실제로 참사를 접한 이재민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를 여러 편 보았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규모 9.0의 강진과 16m의 쓰나미로 규슈부터 미나미현을 비롯한 도호쿠 지역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집과 건물들은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고 고지대로 대피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끔찍하게 희생되었죠... 작중 주인공인 스즈메가 도호쿠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이후 쇼타와 자연재해인 미미즈를 봉인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동일본 대지진같은 대재해를 막을 수 있었으면 상황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감독의 바람이 내포되어 있지 않나 느낍니다. '문단속'을 할때 기도를 올리며 폐허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 또한 장소를 애도하고자 하는 감독 특유의 기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반부에 스즈메가 저승으로 넘어가 쇼타를 구하고 이후 미미즈를 물리치지요. 마지막에 만난 과거의 스즈메에게 유아용 의자를 건네며 스즈메가 자신이 '스즈메의 내일'이라고 하는 대사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인간은 자연재해 앞에서는 한없이 작고 연약해집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이재민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작품은 그들을 기억하며 오늘, 내일의 삶을 힘차게 살아갈 것을 말합니다. 슬픔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닌, 아픔을 딛고 힘껏 날개를 펴고 날아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이 작품을 보다 ptsd가 생기거나 심하면 발작까지 일으켰다는 도호쿠 대지진 피해자들의 기사를 보고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ㅠㅠ (글이 조금 부족하거나 엉성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집이 무너지고, 생활이 무너지고, 가족이 무너지고, 희망이 무너지고... 그 소녀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며 보았었네요.
지금 그 소녀가 스즈메처럼 문단속을 마쳤기를 소망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