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
어제 아침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통역을 좀 해달라고 하더군요. 해서 올해부터 일 안 한다고 법원에 편지 보냈다고 거절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법원 공식 통역원으로 일했거든요.) 스트레스도 심하고 그렇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해서 그만뒀지요. 1시간 정도 후에 대사관에서 전화가 와서 부탁해서 거절하기도 민망해서 경찰서에 갔습니다.
20대 후반의 아가씨가 전날 저녁에 곤욕을 치르고 여권 등 귀중품을 다 잃었더군요. 서류 정리를 다 도와주고 필요한 일을 물었습니다. 파리에 가서 여권을 만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대사관에 연락해 여권을 미리 부탁하고 한국에 계신 아버님과 통화해 1,000유로를 제가 빌려 드려 일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제 계좌 번호를 말씀드렸더니 정확히 오늘 아침에 동생이 오빠야 이게 무꼬?하면서 1000유로 송금됐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늦어 어제 파리는 못 보내고 집에 마침 막내가 있어서(방학이라 잠시 체류) 같이 있으면 되겠다 싶어 집에 데리고 왔습니다. 트라우마를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기미는 없더군요. 식사하고 포도주 한잔 들어가니 얼마나 재밌는 아가씬지 우리가 더 신이 나더군요.
아가씨 아버지가 한국에 들르면 전화하라 하시는데 저 보면 그때의 쓰라린 기억이 날 텐데 전화하면 안 되지요.
안전을 그렇게 외쳤는데도 겁이 없으니 무서워요. 나는 지금도 외지에 가면 겁이 나는데 요즘 사람은 그런 게 없나 봐요.
하여간 저 1,000유로가 내가 귀국하면 HD800 사라는 돈인가 보다고 해석하면서 오늘 새벽에 아가씨 TGV 태워보내고 생각하면서 흐뭇했네요.^^
댓글 11
댓글 쓰기쏴랑해요
좋은 일 하셨습니다.
해외에서 곤란을 겪을 때 받은 도움의 손길은 평생 잊지 못할것 같네요
배포들이 커요. ㅡ ㅡ
대단하십니다. 정말 연륜이 느껴지는 대처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HD800 꼭 사셔야죠.
요즘은 부쩍 이런 미담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대단하신 분입니다.
복 받으실거예요.
좋은일 하셨네요
다 분실하고 앞이 막막한 생태에서의 도움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겠습니까?
정말 큰 도움 주신겁니다.
미담을 희극으로 변질시키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