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심심해서 뻘글 하나....

저는 아버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커가면서 아버지의 이미지를 스스로 형성해나가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요. 그래서 지금도 아버지 놀이가 아주 서툴러 잘 수행을 못 합니다. 외국에서 애들을 키우니 특히 엄격함이 과해서 실수 없는 생활을 하도록 애들을 가르쳤는데 아이들이 저를 좀 무서워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이사해서 학교를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큰딸아이가 특히 내성적이라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다음 시험에 일 등을 해라 그러면 아이들이 너한테 하는 태도가 달라질 거라고 했어요. 다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니 친구들이 생겼다고 새 학교가 재밌다고 하던 기억이 있네요. 어느 집단이든 무엇이 힘을 갖게 하는가를 잘 보고 그렇게 행동하면 사회생활은 그냥 편하다고 나름 배웠으니까요.
또한 저는 술을 엄청나게 마시지만 프랑스에서는 한 번도 애들 앞에서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외국에서 한국처럼 술을 마시면 잡아갑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알코올 중독자라 부를 겁니다. 그래서 한국 좋아하는 외국인은 보통 그런 부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 아는 지인들과 술을 마실 기회가 오면 그 집에서 그냥 잡니다. 집에 들어오지는 않지요. 가끔 애들 다 데리고 한국에 가서 내가 술을 많이 마시니 의아해하면서 애들이 걱정하더군요. 엄마가 ＂여긴 이래 하니＂ 안심을 하더군요.
또한 한국은 부모들이 자녀 앞에서 돈 이야기를 너무 자주 하더군요. 우리 부부는 한번도 돈 이야기를 애들에게 한 적이 없어요. 걱정이 있어 보여 애들이 물어보면 난 애들하고 그런 이야기 하지 않아라고 답하지요. 애들 장성해서 같이 상의를 하자 하면 그럽니다. ＂내가 너희 낳을 때 상의하고 낳았니＂ 하고 웃어버립니다.
요즘 보기 드문 아버지상이지요. 결론은 철이 아직 안 들어서입니다. 덩치가 커가며 그냥 어른이 됐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가면 친구들이 "야 너는 애 같노＂ 합니다. 그럼 속으로 내 도가 통하는구나 하고요.. 한잔 들어가면 즈그도 모두 애됩니다. 난 맨정신에 애되고 갸들은 마셔야 애되고 ㅎㅎㅎ
온수기 고장 나서 운동도 못 가고 심심해서 잡담하고 갑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뻘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