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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일상] 셀프진단 adhd가 풀테스트 받을 돈 없어서 영양제 사먹어본 이야기

정우철 정우철
592 4 4

제가 운동신경이 심하게 없었습니다
특히 구기종목
농구는 덩치가 작으니까 많이 불리하다 쳐도 축구나 발야구나 제기차기나 탁구같이 어지간하면 한번 해봤고 다들 한가락씩 하는 그런게 전혀 안됐어요
악기 연주도 안됩니다
피아노는 커녕 리코더조차 6학년 지나 졸업 할 때까지 결국 못 익혔고 리코더가 안 되니 단소도 당연히 불가능이죠
운동회 때 단체 율동도 못 따라해서 결국 튀었던 적이 있었구요
자전거도 서른이 넘어서 어영부영 탈 수 있게 됐고 운전도 1종보통 실기를 6번이나 어이없게 낙방하고는 겨우 붙었어요
운전중에 신경쓰면 되는게 막상 몇가지 없는데 그리로 주의가 집중이 되지를 않고 자꾸 저쪽 인도에서 어떤 놈이 달려나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저기서 돌아야 하는데 깜빡이를 어느 시점에 넣는게 정확한거야? 이 정도 밟은 다음에 변속하면 잘 넘어갈까?좀 더 지속해야 하나? 60킬로 유지하라고 했는데 왜 자꾸 속도가 떨어지는거야? 더 밟으라고? 어? 네? 70킬로 넘었어요? 앗 죄송함다..등등 마치 노이즈같은 쓸데없는게 자꾸 인식되고 신경쓰이고 무서워하다가 어느 순간 탈락해가지고 강사랑 바꿔앉고 있더라구요
6번째 합격하고 돌아왔을 때에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이게 맞나..이상하다 이번에도 뭐 잘못했을텐데.. 하고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물론 몸 안 쓰는 학업이라고 해서 수준이 낫지는 않았지요
똘똘하다는 소리 들으며 선생님이랑 눈 마주쳤을 때 같이 웃을 수 있던건 초등학교 시기 뿐
그나마도 수업중에만 좀 괜찮아보였던 것 같고 숙제는 전혀절대완전 안 해갔구요
그 모든게 어중간 내지는 어중간 미만의 재능+게으름 때문이겠거니.. 단순히 생각했을 뿐이지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라는 생각은 당시에 할 수가 없었어요
이게 문제는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또 몇년이 지난 후였습니다만은, 눈치를 채고 나서도 어떻게 해볼라고 하지는 않았지요
그러다가 엉뚱하게 눈 밑 떨리고 자면서 종아리 쥐나면 마그네슘을 먹으라는 얘기를 듣고 쿠팡에 들어가봅니다
그게 5년 전이네요
영양제는 밥이랑 같이 먹어야 한다길래 밥도2끼 이상 잘 먹으면서 마그네슘까지 정해진 양만큼 챙기기 시작하니까 몸이 좀 덜 비실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신이 나서 더 찾아봅니다
재미로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던 비타민c도 마침 어디서 경품으로 받은걸 같이 먹기 시작했고, 그리고 디시 영양제갤러리에 갔다가 레시틴에 이런저런 재미난 효능이 있다는 썰을 보고서는 레시틴도 덥석 주문해봅니다
레시틴의 정체가 무엇이고 그래서 먹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다는 것인지에 관해 확실히 안다는 느낌은 지금도 들지 않지만, 그래도 한알당 가격이 거의 제일 싼 영양제라서 멋모르고 신나게 먹었네요
밥 많이 먹고 영양제 잘 챙겨먹고 잘 싸돌아다니고 열심히 놀고 열나게 일하고 졸리면 자고 이후 내내 그런 생활이었어요
가끔 쿠팡이나 아이허브 둘러보다가 안 위험해 보이고 별로 안 비싼거 보이면 찜 찍어놨다가 한번 사서 먹어보며 이런걸로도 즐겨보다가, 작년 말쯤에 뭔지도 모르겠고 회의감이 문득 들어서 넣다가 말면 곧바로 기운 빠지고 몸이 쑤시는 마그네슘이랑 비타민c랑 비타민b만 살려두고 다른건 싹 치웠습니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또 쭉 지냈지요
그리고 두달인가 전에 동네에 안면이 있는 형이 새로 고깃집을 개업했는데요
마땅히 신뢰하며 부릴 수 있는 매니저가 없어서 곤란하다는 얘기를 모인 자리에서 하길래 처음엔 듣고 그냥 넘겼는데 주변에 다른 분들이 마침 fa시장에 나와있던 저를 매칭시켜주고 싶어들 하시더군요
매니저라고 해봐야 일 하는 애들이 전부 베트남에서 온 꼬맹이들이라서 걔네 뒤치닥꺼리 해준다 느낌의 걍 알바입니다
설득이 돼가지고 찾아가서 그날부터 시작해버렸는데, 이상하게 일이 머릿속에 안 들어와요
손님이 들어와서 머뭇거리면 어떤 멘트로 안내를 한다, 자리에 앉으면 반찬그릇은 어디에 수저는 어디에 어떻게 물병물잔술잔은 어디에, 인원이 2명이면 어떻게 3명이면 어떻게 4명 또는 그 이상이면 어떻게 등등 몇가지 경우에 따라 쪼꼼씩 달라지는거 있잖습니까
그게 일주일간을 옆에서 보고 들었는데 막상 해볼라니까 기억이 안 나요
생각도 정지하고 동작도 정지합니다
그리고 고기랑 꼼장어를 숮으로 직접 구워서 내주는 형태의 가게인데, 꼼장어 다듬어서 초벌구이하는 순서랑 고기 굽는 요령같은거도 하루이틀 사이에 다들 흉내를 내는건데 막상 제가 잡아보니 이것도 일주일이 걸려서야 ㅇㅋ가 나오네요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고문관이었나..
몇년이 지나서 나이도 더 들었고 잡생각 일어나는거 이제는 억제도 할 수 있고 운전대 잡고 길에 나가도 쫄지 않을 자신도 생겼고 상태가 충분히 좋아진 줄 알고만 있었는데, 실제로는 전혀 아니라는걸 깨달은 것이죠
정말 심각하고 정말 침통하다는 기분으로 그동안의 삶을 돌이켜봤습니다
그리고 전보다 더 열심히 adhd에 관해 찾아봤더니, 예전의 검색결과에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조용한 adhd라는 이슈가 있네요
확실히 해보고 싶었는데 풀배터리라는 종합검진 비슷한 심리 검사패키지가 70만원이랍니다
당장은 후달려서 다시 또 영양제에 기대를 해보려고 검색을 딱 했는데, 여기서 다시 또 레시틴이.......
아 그 때 그걸 끊는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알았습니다
레시틴은 음식물에서 뽑아낸 이를테면 중간재에 불과하고, 거기서 다시 분리농축해서 만들어내는 신박한 성분들이 더 있다는 것을..
이 분야의 일짱이 해외에서는 알파gpc, 국내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라고 부르는 놈인데 치매치료용 처방이라고 ㅎㄷㄷㄷ
그리고 시티콜린이라고 해서 알파gpc랑 같은 과인데 어째 좀 2류취급 받는게 있고 또 포스파티딜세린이라는 컨셉이 살짝 다른 유사품이 있네요
같은 물질은 아니지만 목적이 통한다고 하는 테아닌이랑 가바도 있구요
그리고 은행잎추출물도 알고 보니 이쪽 분야더군요
무서워서 레시틴을 대용량으로 한병 샀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뒤적거리다가 잠도 좀 자보고 싶은 마음에 가바를 장바구니에 담고, 좀 나중에 발견한 후퍼진이라는 제품이랑 같이 결제를 했어요
여기서 턴을 종료하고 배송을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산 가바랑 후퍼진이 먼저 왔고, 용기를 내어 삼킵니다
몸 좋아지려고 추가로 먹는 보충제가 대개 일주일이나 한달정도 기간을 두면서 자기도 모르게 점차점차 상태를 개선시켜놓아서 먹는 중에는 몰랐다가 안먹자마자 역체감으로 느끼게 되는 편인데 이건 바로 효과가 나타나네요
이걸 잘 먹어서 제 선천적인 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는 없지만, 당장 닥친 실존적 쪼발림은 분명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술집 서빙 일 배워서 수행하는거나 악기연주나 운전같은걸 지금 당장 시도해서 이전과 다르게 금방 잘 해내게 될거라는 확신이 생겨요
찌뿌둥하지 않고 시무룩하지 않고 막 의욕이 생기고 팽개쳐놨던 방바닥청소랑 받은 택배 까는거랑 빨래를 후다닥 해치웠습니다
갑자기 이러네요
그동안 저만 빼고 모두들 이렇게 활력넘치고 희망찬 무드로 살아들 왔던 것인가, 좀 더 빨리, 아니 훨씬 더 빨리 깨달아서 이렇게나마 조치를 했다면 내 삶이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편하고 폼났을텐데,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것이지 자기연민에 빠져서 쪼그려앉아 있다가 불도 끄지 않은 채 슬그머니 잠들고 배고파서 깨지는 않았다는 거
둘 중에서 후퍼진의 효과일 것 같기는 한데 둘이 같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조화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기분이 달라요
그리고 또 좋은게, 이쪽은 가바가 해준게 더 많을 것 같은데 아무 때나 그런건 아니고 잘만한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자려고 누우면 순식간에 금방 잠듭니다
내일 할게 뭐뭐있나 정도만 간단하게 떠올려 보다가 부지불식간에 의식을 잃고는 잠든줄도 모른 채 기억이 생생히 살아있는 상태로 정신이 들었는데 어 5시간이 지났네?왜 정신이 맑지? 그 시간동안 선잠을 잔건가? 설마 가바 부작용인가?! 더 자볼까? 아니다 대충 나갈 때 됐다 출격! (볼일 다 보고 귀가 후 씻고 먹고 놀다가 문득)아니 근데 왜 안 피곤하지? 아까 잘 잔게 맞나보다??
이렇습니다
여러분 세상이 이렇게 살만합니다
저는 이제 자신감을 갖고 취직만 성공하면 돼요
문의는 댓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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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아빠 재인아빠님 포함 4명이 추천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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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결국 맞는 성분의 영양제가 효과가 있는거군요! 다행입니다.
22:27
23.05.19.
profile image 2등
전문적인 의료 상담이나 조언은 못해드리지만
보조제로 효과를 보셨다니 다행이지만 효능에 대해
의약계에서도 반반입니다.
70만원이면 작은돈은 아니지만
(제가 있는 미국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네요.)
자가진단+ 보조제 보다는
정밀 검진한번 받아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치료나 원인을 못 찾더라도
다른곳에 이상이 있을수도 있으니까요.
22:49
23.05.19.
profile image 3등

건강 검진 받으시면 아무래도 원인을 찾을수 있습니다. 몸 조심하세요.

01:05
23.05.20.
profile image

도움이 되는 것을 찾으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그래도 일단 병원이랑 심리검사같은 걸 꼭 받아보셨으면 합니다. 

 

04:15
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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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us 16.10.20.15:40 397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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