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의 취직 성공ㅠㅠ
룸메(라고 쓰고 여자친구라고 읽습니다)가 저 따라 타지에 온 지 이제 2년하고도 반이 지나갑니다.
전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고, 그럼에도 같이 살 생각이라면 자립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능력은
갖춰줘야 룸메 스스로도 편할거라고 생각해서 취직하는 걸 조건으로 오라고 했죠.
제가 능력이 더 있었으면 일하지 말고 집안일만 해줘도 고맙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그러는거 좀 이상하잖아요ㅎ
처음엔 그냥 제가 살던 집에 같이 살았지만, 혼자 살기에 딱 좋은 넓이였던터라 둘은 좀 갑갑하더라고요.
공부할 환경 만들어줘야지 싶어서 조금 무리해서 넓은 곳으로 이사도 가고(월세가 약 1.6배...)
단 한번도 부탁하지 않았지만 거의 매일 자발적으로 식사를 준비해주던 게 고마워서
언제 고장나도 이상하지 않던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도 바꾸고, 기타 주방용품도 싹 바꾸고,
자기소유 노트북 하나 없는게 맘에 걸려서 맥북도 선물하고, 폰도 바꿔주고 등등..
타지에 오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책임? 지원? 이라고 생각하고,
취직하면 좋은거 받을게~ 하고 농담삼아 얘기했었죠ㅎ
월세 반을 내겠다니 뭐니 하는데 벼룩의 간을 빼먹는거랑 뭐가 다른가 싶어서
공용 생활비도 전부 제 카드에서 나가게했는데, 최소한의 책임과 지원이라고는 말했지만서도
이것저것 하다보니 결국 먹는 입은 하나가 늘었지만 지출은 하나 이상이 늘어났더라고요ㅎ...
혼자일 땐 연봉이 지금보다 낮을 때도 음향기기 컴퓨터 등등 사고싶은거 사도 잔고가 쌓였는데,
이제는 절약하지 않으면 현상유지, 절약해야 겨우 안심하는 정도가 되었고요.
현실을 직시한 경제관념을 체득하게 된 주요한 계기였습니다ㅎ...
30대 중반의 나이도 그렇고 비교적 시골이라 외국인을 채용하는 회사도 별로 없어서
좀처럼 취직까진 이어지지 않고 룸메도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나름 이 지역에선 규모가 큰 근본있는 회사에 취직을 성공했네요ㅎ
얘기를 듣는데 뭔가 기쁘면서도 복잡미묘한 감정입니다. 자식 키워서 사회에 내보내는 느낌을
짧은 요약본으로 맛본 느낌이랄까...ㅋㅋ
6월부턴 같은 직장인의 입장으로 살아가게 될 걸 생각하니 걱정도 안심도 됩니다만,
그래도 기쁜 일이라 끄적여봅니다ㅎ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 음향기기 지름도 재개해봐야겠습니다...ㅋㅋ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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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