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번개 때 큰 공부를 한 후에 제가 추구하는 소리에 대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이 글은 전적으로 저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일전에 u12t를 청음하면서 방문기를 작성하니 몇몇 분이 무슨 기기가 소리가 더 좋으니 가격 상관없으면 그걸로 결정하는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주셨고 거기에 전 제가 보편적인 소리를 추구한다는 다소 이해하시기 힘들 수도 있는? 답변을 달았습니다.

제가 기기를 고르는 기준에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아서 오늘은 그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헤드폰은 어차피 마이파이의 영역이니 제가 무슨 기준점을 제시하고 옳다는 걸 주장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각자 개인이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것이고 전 그 각자의 취향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바입니다.

누구는 구조적인 신박한 설계 및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소리 변화에 열광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누군가는 다양한 기기의 소리들이 궁금해서 다양하게 듣는 것에 열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하이앤드로 올라 갈수록 느껴지는 한올의 안들리던 소리가 들려옴에 열광 할 수도 있는 것일 겁니다. 제가 잘 알수도 있을 것? 같은 그 누군가 처럼 너무나도 많은 기기를 들어보셔서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소리에 열광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저는 이번에 본격 하이파이 헤드폰에 입문하면서 처음부터 단 한가지 만을 추구하고자 하였습니다. 

NDH30 청음기에서 밝혔듯이 그게 바로 현장감입니다. 스튜디오 녹음 환경에서 현실과 같은 현장감을 추구하는 건 기본적으로 믹싱 설계 자체가 생생한 현장감의 개념이 들어가기에 부적절한 면이 있으니 라이브 재즈 공연이나 클래식 공연 실황 등을 음원으로 가정하겠습니다.

현장감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습니다. 해상도, 토널밸런스, 다이나믹스 등등 많은 요소가 있을 것인데 그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가수든 악기든 소리가 나는 음원과 저 사이의 거리입니다. 현실에서의 음원과 저는 기본적으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근본적인 1차 필터인 공기를 통과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런 자연 필터를 통과하면서 소리에서 감쇄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인데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그 거리가 너무나도 짧습니다.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현실의 소리와는 다른 해상도나 토널밸런스의 비현실감이 현장감을 해친다고 전 생각합니다. 스피커는 이 부분에서 만큼은 태생적으로 현장감이 좋을 수 밖에 없겠지요.

분명 일정 해상도 이상의 소리는 현장감에 크게 일조합니다. 하지만 그게 정도를 지나치면 오히려 현장감을 해치게 될 수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이해가 안되실 수도 있는데 좀 더 쉽게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끝판왕 IEM이 있다고 합시다. 이 이어폰은 너무나도 해상도 디테일이 훌륭해서 가수가 부를 때의  혀차는 소리, 이빨 부딧치는 소리 등등 마이크가 잡아낸 한올의 잡소리도 놓치지 않고 들려줍니다. 현실의 공연에서 이 소리가 다 들리려면 가수는 제 귀에 바짝 붙인 채로 노래를 불러야 그런 미세한 소리까지 들릴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소리가 너무 크겠죠? 그래서 볼륨을 줄여서 듣는다? 가수는 자기의 성량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그 소리가 가까운 데서 듣는 것 처럼 크게 들리지 않고 작게 들린다? 이런 요소가 저에게는 비현실적이며 현장감을 해치는 느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스튜디오 녹음이나 마이크가 필수적인 공연 같은 게 아니라 생악기 소리가 들리는 클래식 또는 클럽의 재즈 공연 같은 분야에 한정되어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기준점 이상의 디테일 및 플래그쉽에 들어가는 한꼬집의 양념 요소는 오히려 저에겐 전혀 필요 없는 요소라고 판단하게 된 겁니다.

엠스케일러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부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 엠스케일러는 DAC의 한계로 인해 표현되지 못한 디테일을 찾아 섬세하게 표현하고 해상도가 올라가는 그런 기기가 아닙니다. 가수의 목소리가 녹음 마이크를 거치고 ADC를 거쳐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된 다음 우리는 그걸 DAC로 변환하여 헤드폰으로 듣게 되는 일련의 과정… 이 중간 과정들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기기입니다. 즉 가수의 목소리를 제가 눈 앞에서 직접 듣게 되는 느낌을 주는 기기이죠. 그래서 현장감에 크게 일조하는 기기라서 제가 굳이 거금을 들여서 구입한 것이지 안들리던 디테일을 더 들어보겠다고 들인 게 아닙니다. 

저는 노이만 KH스피커를 모사한 NDH30이라는 헤드폰에 엠스케일러를 조합하여 이런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을 추구하는데 주력한 매칭이라고 생각하고 듣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녹음의 일반적인 곡에는 u12t 같은 고성능 IEM이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 NDH30+엠스케일러도 모조2로 EQ를 살짝살짝 조절하면 스튜디오 녹음을 듣기에도 그렇게 나쁘진 않더군요.

스튜디오 녹음실 현장에 나가 있는 느낌을 한번씩 받고는 합니다. ㅋㅋㅋ

물론 끝판왕 이어폰을 듣고 우와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추구하는 소리에 그런 끝판왕의 능력은 그저 제 개인에게는 가성비 떨어지는 돈낭비일 뿐입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도록 저를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그 정도를 지를 돈은 없거든요? ^^;;

긴 뻘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