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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모두 다른데...

alpine-snow alpine-snow
300 4 6

취미생활에서도 어느 정도까지는 그 흐름이 엿보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30대 꺾이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제가 보고 싶은대로 세상을 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을 겪으며 보고 들은 일들에 멘탈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30대 꺾일 무렵부터는 제가 보고 들은 일들을 이걸 믿어야 돼, 말아야 돼? 하는 혼란의 시기...

40이 가까워지면서야 아주 서서히 현실은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진실이 매우 궁금해지고,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도 담담히 받아들임을 넘어서

그게 굉장히 재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취미의 성향도 많이 바뀌게 되었는데요...

우선, 제가 옳다고 믿던 것에 대한 확신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자신감의 상실은 아닙니다. 단지 이제야 좀 배워먹을 자세가 되어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ATH-W100의 사용기를 영디비에 올리는 일도 꽤 많이 늦어졌었습니다.

모르면 몰랐어도, 적어도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을 허위로 만들어 소설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끝없이 검증해보아야 했습니다. 예전보다는 아주아주 그러고 싶어졌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레퍼런스 인이어가 ER-4S로 바뀌어 있더군요?

살 때도 너무 자연스럽게 샀었고, 메인으로 자리잡는 것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뤄졌지요.


HD650은 그보다 좀 더 이전에 신품으로 샀었지만,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신뢰하는 ATH-W100이 영원히 나의 절대반지는 아닐거다.

 측정상으로나 중론으로나 매우 공인된 녀석을 새 걸로 하나 사두자.'

그래서 HD600을 사야겠다...던 것이, 조금은 제 취향을 반영해서 HD650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매우 후회했었습니다.

ATH-W100이 워낙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보니 HD650은 장난감 같았달지요.


좀 혼란스러워서 얼마 안 가 K501을 중고로 어렵사리 구했습니다.

썩은 걸레 냄새가 나는 폭탄이었지만, 8년 전인 그 때만 해도 이미 구하기 너무 어려워져서

정말 열심히 닦아내어 멀쩡하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어패드는 형체가 다 무너져버리는 바람에 버릴 수 밖에 없었지요.

이 때 후회되는게, 특유의 나일론 체육복틱한 패드 껍데기는 살리고 폼만 다 털어낼 걸 그랬어요.


HD650, K501을 기껏 사놓고도 그 가치를 깨닫는 건 무려 7~8년여가 지난 뒤였습니다.

앰프는 음량만 확보되면 그만이라 하니 싸구려 앰프인 AT-HA20이나 계속 물고 있었지요.

분명 음량은 아주 충분히 확보됩니다만, 맥아리 없이 비실비실하게 시끄럽기만 했습니다.

'이상하네...? 음량만 확보되면 된다고 왕년의 이론가들이 분명 그랬는데?'

...이랬던게, m900을 들이고 나서 뭐가 문제였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었지요.

m900이 그렇다고 착색이 있다 하는 기기도 아닌데,

HD650과 K501 둘 다 m900 매칭에서는 의외로 화려하고 짱짱한 소릴 내어줍니다.

AT-HA20보다 작은 음량으로 들어도 에너지가 충만하게 느껴져 충분히 만족스럽고요.

"음량만 확보되면 된다매!!!" 두고보자


음향과 함께 갖고 있는 취미이던 사진 부문도 많이 틀어졌습니다.

풍부한 소스 정보량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코닥 센서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까지는 지금도 똑같은데,

(지금이야 소니 계열 BSI-CMOS의 성능이 워낙 출중하니...)

예전에는 사진이 너무나도 예쁘게 나오는 캐논 쪽을 훨씬 선호했었습니다.

아마 550D나 650D를 사려고 했었던 듯?


그런데 어쩌다 보니 펜탁스 K-x를 얻게 되어서 조금 쓰고 다니다가,

인물 표현에 화들짝 놀라 아주 기함을 하고는 그 뒤로 30대 내내 거의 폰카만 썼었습니다.


도저히 취향에 안 맞던 K-x를 정리하면서 올림푸스 E-500을 들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구형이라도 상급 바디를 하나는 사야겠다는 생각...

여기서 결국 캐논 vs 니콘의 고민을 하다가, 생각보다 쉽게 후자 쪽의 손을 들어줘버렸습니다.

사진의 맑고 투명한 프로세싱은 캐논을 능가할 녀석이 거의 없는거 같지만 그건 포기하고...

캐논 특유의 실제보다 이쁘게 포샵질하는 프로세싱은 폰카에 맡기면 되고...

인터넷에서 무보정 결과물을 보니 jpg는 둘 다 개인적으로는 영... 아닌데,

좀 투박하면 어때? 그래도 덜 꾸미는 쪽을 택하자 싶었지요.

raw를 보곤 제 취향이 뭔지 알겠다 싶어서 호다닥 매물 떠 있던거 하나 집었습니다.

어차피 raw 뽑아내면 결국 후보정 관용도 높은 쪽이 활용하기에 훨씬 편하니

그 쪽을 택한 거죠. 이왕이면 바디가 돌덩이 같은 느낌이 취향에도 맞고.


캐논 바디야 하도 흔하니 여기저기서 많이 만져봤지만,

니콘 바디는 오래 전 친구의 D90을 만져본 것이 전부였는데 아주 돌덩이인줄 알았어요.

물건이란 자고로 돌과 같이 단단해야 한다는 신조가 있어서.

그래서, '시체 색감'이란 얘기만 들었던 니콘 바디를 들이는 간 큰 짓을... ㅡㅡ;;


사실, 가정에 소홀하셨던 아버지 대신 두 형제를 열심히 데리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주신

어머니의 메인 카메라가 니콘 AF500이라는 컴팩트 필름카메라였던 것도 큰 것 같습니다.

희안하게도, 어머니는 무조건 노오란 포장의 코닥 필름만 쓰셨었지요.

현대칼라, 코니카는 아예 눈길도 안 주셨었고, 코닥이 없으면 후지를 쓰셨었던 기억입니다.

...오디오에 이어서 카메라도 결국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취미인가 봅니다. ㅋㅋㅋ

썩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지금도 어쩌다 우산 하나 사셔도 싸구려 안 사셔요.

예나 지금이나 만 원짜리 사서 일이년 쓰는 대신 3~4만원짜리 사서 거의 10년을 쓰시지요.

아;; 10년도 아니네요. 지금 쓰시는 우산이랑 양산이 20년 넘었어요.

...그래서 저도 물건 하나 쉽게 못 사고, 큰 맘 먹고 하나 사면 제대로 된 걸로 사려고 하며,

하나 사면 최소 10년, 최장 20년 되기 전에는 좀처럼 또 안 사게 되더군요.

이러하다 보니, 물건 하나가 10년을 못 버티면 슈레기라고 쉽게 단정짓는 면모도 있습니다.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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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T COCT님 포함 4명이 추천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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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저는 상대적으로 귀가 얇은 편인데 아주 비싸지 않으면서 힙해 보이는 것에 많이 휘둘리는 타입인 듯 합니다. 카메라도 그래서 당시 마이너였던 콘탁스, 펜탁스, 소니(DSLR) 썼었네요.
19:27
23.05.2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숙지니
저도 꽤나 힙스터 기질이 있어서 펜탁스, 콘탁스에 굉장히 끌렸었는데...
좀 더 오래 연구하다 보니 제 취향이 그게 아니더군요;;
캐논은 그 자체가 그냥 취향에 영 아니고, 니콘은 구형이라도 상급기...
펜탁스는 K3 이후의 최신 바디에 소니는 DSLR보단 차라리 NEX-7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올림푸스 E-500을 눈에 불을 켜고 신동품 산 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아쉽게도 E-500은 코닥 센서를 쓴 것 치곤 너무 올림푸스스럽지만,
현 시점 코닥 DCS 시리즈의 상태 양호한 바디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긴 합니다.
DCS 시리즈들 매물 대부분 센서 곰팡이 문제를 안고 있더군요. ㅡㅡ;;
조리개 바싹 조이면 곰팡이 포자 모양까지 확;;

현 시점 가장 무난한 바디를 고르자면 솔직히 소니 a550 정도가 맞긴 한 것 같아요.
동작 느낌이 너무 장난감스러운게 문제라면 문제지;;
19:36
23.05.28.
profile image 2등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고 경험도 다 다르며 그게 사진, 음향등의 취향에도 결정적이라고 봅니다. 전 이번 부산번개때 꽤나 제 소리 취향이 편중되어 있고 타협을 못하는 완고한 면이 많다는 걸 발견하고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온 끝에 제가 기독교인이라는게 크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번은 실황 파이프오르간, 피아노 연주 및 성악곡을 거진 40년 가까이 들어온 셈이거든요. 그러다보니 현실 소리와 비슷하지 않으면 듣기 싫어지는 완고한 면이 생긴게 아닌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번씩 기기 평가나 리뷰가 올라올때 댓글로 뭐가 더 좋더라 식의 댓글이 보이면... 살짝 화가 나려고 합니다만 저는 성인이거든요? ^^;; 어린애가 아니죠.

19:34
23.05.2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플랫러버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지만 꺠닫는 시기도 다른 것 같아요.
아마 제 글 보고 소위 '빡쳤을' 분들도 많으셨을걸요. ㅋㅋㅋ;;

한편, 제 취향의 변화는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의 영향도 없잖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공감하게 되더군요. 진실에 대한 추구 측면요.
음향 취미도 결국은 있는 그대로를 반영해야 한다는 믿음은 변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헤드폰을 여럿 두고 있는 여건을 쉽사리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종교에 대해 개인적인 고집을 고수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종교 자체를 쉽게 신뢰하지 않는 성격이더군요.
다만 세계관의 유사성으로 본다면 불교 쪽이 좀 더 유사성이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그게 절대적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19:44
23.05.28.
profile image
alpine-snow

저는 교회를 다니긴 해도 나이롱 신도에 가깝습니다. 술도 먹고 전담도 하고 할거 다하죠. 음향 취향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 종교를 강요한다거나 좋으니 다녀보라는 말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종교 이야기에 너무 신경 쓰지마시길...

20:38
23.05.28.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플랫러버
괜찮습니다. ㅋ;; 어떤 종교를 갖고 있든 결과적으로 멀쩡하면 된다는 주의라서...
개인적으로 광신교 아니면 전혀 개의치 않아요.
21:01
2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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