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손 HFI-2000에 얽힌 추억

2002년의 일이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과 처음으로 만난 일이 있었지요.

그 자리에서 HFI-2000을 처음 봤었지요.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그 HFI-2000이 그 때의 그 물건 맞습니다.

해가 지고 난 다음의 어둑어둑해진 세종문화회관 출입구 쪽이었습니다.

그 때 왠지 생맥주를 팔고 있었던 기억입니다.

강렬한 노란 빛의 백열등 불빛 아래에 앉아 노란 생맥주 한 잔씩 하면서

노란 금빛으로 번쩍이던 진동판이 내는 소리를 들었던 인상이 강렬했습니다.

원래의 드라이버 자기회로가 부식 파괴되어 자가 수리하였으나 원래 음이 안 살아나서

중고 HFI-2200 것으로 교체하여 원래의 음을 찾는가 했더니만(이어패드가 문제였으나)

막장스런 플라스틱 소재 특성 탓인지 바디가 파삭파삭 부서져서 일단 방치 중입니다.

이러함에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처음 들어보았을 때의 충격적인 음을 잊지 못해서입니다. ㅋ

그리고, 오리지널 이어패드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드라이버가 원래의 것과 같은 것으로 바뀐게 맞는 건지

일단 그 때의 느낌이 굉장히 많이 살아나 있다 보니 그냥 그대로 보관해두고 있습니다.

얘랑 음의 성향이 조금 닮았던게 베이어 DT931이었는데, 말 그대로 '조금'이었습니다.

얼마 전 새로 들였던 DT990 Pro도 그렇고, HFI-2000과는 비슷한 듯 많이 다릅니다.

특히 DT990 Pro는 극저역 양이 HFI-2000보다는 훨 많지요.

HFI-2000은 저역이 전반적으로 매우 적었지만, 당시 물건 치고도 극저역이 나오는 물건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제대로는 처음 들어본 고성능 헤드폰이 HFI-2000이었고 그게 기준이 되어버렸지요.

대역 밸런스는 그닥이었지만, 일단 광대역에 하이스피드라는 개념이 그 때 생겼던 듯 합니다.

...간만에, 그 때 들었었던 Mecano의 Naturaleza Muerta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K501로 듣다가 DT990 Pro로 바꾸어 듣고 있는데, 아... 그 때의 느낌과는 확실히 다르네요.

지 혼자 부서져버린 HFI-2000을 어떻게든 복원하고 이어패드도 오리지널을 확보해봐야겠습니다.

예전에 울트라손 본사에 컨택했을 때 오리지널 패드가 분명 있다고 했었거든요.

혹시나, HFI-2000 신품도 남아있다고 한다면 저는 결국 그거 하나 더 살 거 같아요.

W100도 좋지만, 저는 HFI-2000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FR이 괴팍한 거야 소소하게 튜닝해서 잡으면 그만이고...

카메라에 비유하자면 DR 엄청 넓고 색 영역과 계조가 아주 넓은 그런 느낌이라서 잘 고치고 싶네요.

...이거 복원해서, 일출님 들려드려도 공감 못 받을거 같긴 합니다. 이상한 물건은 맞거든요.

저 다음에 닉네임 바꿀 땐 SunSet으로 해야 할까 봅니다. ㅋㅋㅋㅋㅋ (퍽퍽퍽)

나름 원본 올려본다고 한 건데, 이게 맞았나 모르겠어요.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나가 아이폰 갖고 파바박 연사 날려가며 1,600여장을 찍었다 보니

유사한 사진이 늘어지게 많네요.

뮤직마니아님 사진 퍼가셔요.

...어, 이거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