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서정주와 윤동주의 자화상.....
![재인아빠](/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396/114/002/2114396.jpg?t=1713020111)
여러가지 이유로 미당(말당?)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압니다.
하지만 그의 시는.....,
간만에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과 같이 한번 읽어보시지요.
이 두사람의 자화상은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저를 결론없는 생각에 잠기게 만듭니다.
[자화상] -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믈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자화상]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댓글 4
댓글 쓰기![profile image](/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396/114/002/2114396.jpg?t=1713020111)
뭔가 때리고 싶게 만드는.....
십자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에 윤동주 전집이 책상에 항상 있었거든요.
한번씩 이분이 그 때 일제로 부터 살아남으셨다면,
그 후는 어땠을까 하는 불순한 상상을 해봅니다.
아마도 태백산맥에 묘사되는 인물중 한 사람이 됬을 것인데요......
저는 고등학교때 국사 시험에서 근대와 현대 부분은 그냥 틀리고 말았음요.
그 나이때 보아도 너무 짜증이 나서 처다보기도 싫었습니다.
![profile image](/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676/060/002/2060676.jpg?t=1633330720)
GPT4에게 서정주의 자화상을 물어봤습니다.
영어 번역본과 한글로 만든 시의 차이를 한번 보자구요.
일전에 잠깐 나왔던 주제이기도 해서요.
확실히 전혀 다른 느낌과 다른 분위기네요.
시는 번역이 불가하다고 생각되네요.
Self-portrait
Dad was a menial servant.
Late at night, he was still not home.
My grandmother stood there,
old like the shrivelled roots of a leek,
a jujube tree flowering.
A whole month long,
my mother had cravings for one green apricot. . .
under an oil lamp in earthen walls,
her black-nailed son.
Some say I look like mother's dad.:
the same mop of hair, his big eyes.
In the Year of Revolt he went to sea
and never came back, the story goes.
What's raised me, then, these twenty-three years
is the power of the wind, for eight parts in ten.
The world 's course has yielded only shame;
some have perceived a felon in my eyes,
others a fool in this mouth of mine,
yet I'm sure there's nothing I need regret.
Even on mornings when day dawned in splendour,
the poetic dew anointing my brow
was always mingled with drops of blood;
I've come through life in sunshine and shadows
like a sick dog panting, its tongue hanging out.
재인님 필체도 한 번 구경하고 싶어지는데요 ㅋㅋㅋ
윤동주의 '십자가'라는 시도 한 번 읽어보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