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한잔 + 정지용의 향수
저는 나름 한주를 마무리 하는 맥주 한잔 합니다.
이번 한주도 수고들 많으셨어요.
맥주는 기네스와 하이네켄, 안주는 사과와 당근입니다.
맥주한잔하면서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올려봅니다.
전에 노래로도 나왔던건 다들 기억하시지요?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여러 모양의 별들이 섞여 빛나는 모습)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댓글 14
댓글 쓰기참 음유시인되기 쉽네요.....
주4일 근무자?
는 아니신거 같은데..^^;;;
근데 요번주 안주는 건강식이네요?
어차피 맥주 두캔이라.....
전에 많이 나왔었지요.
멋진 시와 노래.. 그리고 맥주...
한 주를 늘 멋지게 마무리 하시네요.
저는 내일에나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많이 부럽습니다. ^^;;
내일이면 푹 쉬실 수 있으시니까.
오늘 하루만 더 참으시압......
사진작가에 시적 정서까지!
좋은 시 잘보고 갑니다.
사진작가 절대 아니구요. 시는 다들 좋아하잖아요.
아무튼 좋다고 하시니 너도 좋습니다.
오늘 안주는 건강식이군요.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나이 들면 사과와 당근이 싫어져요. ㅎㅎㅎ
멋집니다.^^
근데 조금 먹어야 되는데 많이 먹으면 배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