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관리 실패인지, 의도인지 햇갈리는 HD800S 음색

  검은색이 젠하이저에서 제시한 HD800S 의 확장 음장 주파수 응답 그래프입니다. 제품 책자에도 나와 있죠. 레퍼런스라는 표현을 보니 이 그래프를 타겟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텐데요..,

  인터넷에서 찾은 시리얼 4천번대 초기형의 그래프입니다. 1~2khz 대역 특성이 확연히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유사해 보입니다.

한편...아래 그래프는 제가 보유한 5만 4천번 대 제품의 그래프입니다. 보통 2023년 5~6월 정도에 구입한 제품들이 아마 5만 4천번 대 시리얼 번호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1 khz 이후 대역부터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khz~4khz 고역대가 보강된 반면, 6khz~12khz 초고역대가 상당부분 감소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초기형과 5만번 대 제품은 이름만 같은 뿐 사실상 완전히 다른 헤드폰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입니다. 

 실제로 청음샵에 있는 1~2만 번대 근처의 구형 HD800S 를 들어보면 상당히 깨끗한 음색과 극도로 넓은 공간감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특정 음원에서 고막을 송곳으로 관통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치찰음이나 초고역대의 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사실 이것 때문에 HD800S를 꺼려하는 분들도 계시죠.) 반면, 5만 번대의 제품은 특유의 쏘는 느낌은 상당부분 완화 되었지만 초기 제품 대비해서는 개인적으로 공간감이나 깨끗한 음색 특성 역시 다소 감소된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유저들에게는 HD800S의 고유 특성이 많이 희생되었다며 실망할 수도 있고, 어떤 유저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자극적인 치찰음이 개선되어 도리어 완전체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젠하이저의 레퍼런스 그래프 측면에서 본다면, 5만 번대 이후의 HD800S는 사실상 불량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시된 그래프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HD8XX 도 만들고 660S2 등 이런저런 신제품들을 개발하느라 바쁜 나머지 미처 일정한 품질관리에 실패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의도적으로 개선한 잠수함 패치일수도 있습니다. 요즘 젠하이저의 행보를 보면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있어 그 숨겨진 원인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 해골물 이론일수도 있지만 같은 5만 번 대라도 미세하게나마 음색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초기제품 불량으로 교환하면서 느낀 부분인데요, 이쪽 분야에 문외한 본인으로서는 헤드폰의 품질이 이렇게 균일하지 못한 것이 일반적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