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택배 - 대여청음: ATH-W100.

@SunRise 님께 대여받은 ATH-W100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대여 계획이 있던 건 아니었는데 K501과 DT880의 대여가 조금 길어질 것 같아서
그 대신 이걸 빌려주신다고 하셔서 택배로 받게 되었습니다.
마침 한 번 들어보고 싶었던 물건이기도 했는데 이런 기회로 들어볼 수 있게 됐군요.

오래 된 물건임에도 상태는 좋은 편인데 세월의 탓인지 힌지 부분에서 소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 이외에는 하우징 상태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매우 양호했습니다.

(사진 찍을 때 각도 맞추기가 어려워서 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드라이버가 정면으로 되어 있지 않고 앞쪽에서 비스듬하게 들어가는 형태라
필연적으로 헤드폰이 전체적으로 앞으로 가게 착용되는 구조입니다.
(이어패드 뒤쪽이 바로 귓바퀴에 닿는 착용 상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치에 따라 소리가 확 바뀔 수 있는 구조인데, 다행히(?) 제 두상에서는 여기서 뒤로 가면
헤드폰 자체가 머리에 안 걸려서 착용이 한 형태로 강제되더군요..;;

어제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잠깐만 들었고,
오늘 몸 상태가 좀 안 좋아서 휴가 내 놓고 좀 더 들어보고 있습니다.
(올해 유난히 몸살이 잘 나서 골치 아프군요..;;)
일단 귀로 듣는 건 그래도 평소와 큰 차이가 안 나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일단 첫 인상만 보면 '밀폐형 K501' 느낌에 가까운데 그래도 차이는 꽤 많이 나는 편입니다.
밀폐형인데 귀를 확 덮는 느낌이 적어서 밀폐형에서 느끼는 이압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이게 안경을 착용 안 해도 비슷한 걸 보면 그냥 설계가 이런 것 같습니다)
음색은 저음역대가 크게 강조되어 있지 않고 고음역대의 존재감이 뚜렷한 느낌이라
처음에 바로 꽂았을 때에는 정말 K501의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다만 역시 피는 못 속이는 법이라 미묘하게 오테의 색채인 고음역대의 예쁘장함은 살짝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오테 느낌이 들면서도 밸런스가 잘 맞아서 꽤 재미있는 물건이었습니다.

K501과 비슷하다고 느낀 가장 큰 부분은 현악기 표현쪽이었습니다.
기타나 베이스의 현의 소리를 상당히 잘 잡아주고, 저음역대는 강조가 없다 보니
베이스도 울림이나 무게보다 음을 잡아내는 데 상당히 좋더군요.
밴드 음악에서도 기타/베이스의 존재감이 크고 드럼도 경쾌한 타격감을 잘 나타내 주었습니다.
여기에 나무 하우징+드라이버 각도에 따른 울림이 살짝 더해져서
너무 드라이하지 않는 음색으로 잘 잡혀 있습니다.

반면 피아노에서 좋은 점과 거슬리는 점이 동시에 나타나더군요.
일단 현의 표현이 좋은 편이라 피아노도 음을 또렷하게 잡아내는 점에서는 좋았습니다.
특히 서스테인을 밟았을 때에도 각 타건음이 뚜렷하게 들리는 점이 재미있더군요.
다만 그만큼 피아노에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이 상당히 적은 편이었습니다.
서스테인 밟고 낮은 음을 치는데도 깊게 울리지 못해서 가벼운 느낌의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고음역대의 색채도 더해져서 피아노 날것의 소리보다는 살짝 다듬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컬은 앞쪽 살짝 높은 위치 정도에 있고, 남성 보컬도 낮게 깔리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밑으로 깔려야 되는 보컬도 살짝 뜨게 들리더군요..;;
보컬의 딕션은 매우 또렷하게 들려서 가사 듣기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치찰음은 볼륨을 한껏 올리면 그래도 잡히는데 그 볼륨이 정말 왕창 올렸을 때라
평상시 음악 감상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을 듯합니다.

가장 큰 약점은 역시 극저음역이 잘 안 나와준다는 부분과
최근 곡들에서 나오는 복잡한 믹스에서는 감당을 잘 못 한다는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복잡한 믹스의 곡을 재생하니 그걸 전부 다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부분이 좀 있더군요.
K501은 그래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편이었는데 얘는 좀 갇혀서 그런지 감당을 못 해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문제점으로는 역시 착용 문제가 있었습니다..
밀폐형이 원래 선호도가 높지 않고, 요즘 시기에는 더운 것도 있어서 오래 착용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일단 나무 하우징이다 보니 무게 배분이 아래쪽에 잡혀 있어서 꽤 무게가 느껴지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쪽 헤드밴드 쪽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 때에는 압박이 크게 없을 듯한데
제 경우에는 거의 최대로 늘려야 착용이 되다 보니 그만큼 장력이 걸려서
양 옆으로 누르는 압박감이 꽤 크게 작용하더군요.. orz
그래서 오래 착용하기에는 좀 불편한 물건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안 맞는 부분도 있고 호불호도 있는 편이었지만,
이게 1999년 출시작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괜찮은 밀폐형 헤드폰이었습니다.
특히 오테라는 브랜드에서 이 정도로 중립에 가까운 물건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더군요.
특정 부분에서는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는 매력도 충분히 높은 물건이었습니다.
대여 기간 동안에는 종종 굴리면서 재미있게 감상해 봐야겠습니다.
<착용 이슈와 더운 날씨 때문에 오래 듣지는 못하겠지만..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