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택배 2편 - 순수8 케이블.

어제 대여물품과 함께 도착한 또다른 택배 물품인, 잠깐 화제였었던 PURE8 케이블입니다.
이 녀석이 어제 스펙터클한 배달 경로가 찍혔던 그 물건입니다..;;
(도대체 속초로 가던 애가 어떻게 창원까지 턴을 한 건지 알 수 없는..)
3.5로 처음 나왔을 때에 구매를 할까 말까 계속 망설이다가 결국 안 했었는데
4.4로 나오고 샘플도 들어보니 역시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포장은 케이블 정가(60만원) 생각하면 돈이 좀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는 평범한 종이 상자입니다.
<공구 할인가 40만원으로 생각해도 좀 애매할 것 같기도 하지만..>

상자를 열면 위쪽에 설명서/보증서가 있고 아래쪽에 케이블을 담은 케이스가 있습니다.
구성도 간단하게 되어 있긴 한데 케이블에는 잘 없는 설명서/보증서가 있는 건 좀 신기했습니다.

종이 안쪽을 열면 왼쪽에 설명서/오른쪽에 보증서가 있는 형태입니다.
특이하게 케이블인데도 보증 기간 1년을 제공하는데 서비스가 얼마나 좋을지는 아직 미지수이군요.
(개인적으로는 밑에 적을 내용 때문에 보증은 포기해야 하지만..)

그리고 뒷면에 케이블 선재의 그래핀 인증용 라만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이게 순수하게 그래핀만 찍으면 저렇게 나오지 않고 그냥 바닥에 일자 형태로 배경 선이 있고
G피크, 2D피크만 솟아오르는 형태로 찍히는데, 이렇게 찍힌 건 구리 위에 올라간 상태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G피크, 2D피크 이외의 불순물 없이, 구리 위에 그래핀이
'화학적으로' 깨끗하게 합성/증착되어 있다는 걸 이걸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만을 보여준 건 좋은데 간단한 설명이라도 있었으면 좀 더 이해하기 좋았을 것 같군요..;;

케이스는 회색 톤에 R&S 로고가 찍힌 형태로 깔끔하게 되어 있고,
뚜껑을 열면 PURE8 케이블과 가죽 줄감개가 들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배색도 구리의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잡혀 있는데 이게 호불호가 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호불호 문제 이외에 이어폰 유닛과의 매칭 문제도 있지만)

(사진을 원체 못 찍어서 그림자 진 상태로 찍었습니다.. orz)

이게 8심 케이블이라 전체적으로는 살짝 굵은 편인데, 최근에 원체 굵은 케이블도 많아서
그런 것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휴대하기 괜찮은 굵기입니다.
(용비늘은 아무리 봐도 휴대하면서 쓰라고 만든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래핀 케이블 특성인지 모르겠는데 전체적으로 유연한 편은 아니고 살짝 뻣뻣한 편입니다.
특이하게도 모양 잡으려고 구부리면 그대로 구부러진 상태를 유지해서
흡사 철심이 있는 케이블을 다루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단자 부분에도 구릿빛으로 깔끔하게 만들었는데, 4.4 플러그 부분이 상당히 얇게 만들어졌더군요.
그래서 4.4 단자인데도 아주 무겁지 않고 보관할 때에도 덜 거슬렸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정말 안 맞았던 게 이어가이드에 사용된 수축 튜브입니다.
처음 이어가이드가 있는 상태에서는 뭘 어떻게 해도 귀에 제대로 걸리지 않더군요.. orz
케이블 건드려서 좀 조절해 볼까 해도 제대로 조절이 안 되어서 대체 왜 이럴까 하고 봤는데
이어가이드의 수축 튜브가 상당히 두꺼운 재질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구부리려고 해도 제대로 구부러지지 않아서 도저히 못 사용하겠더군요..
그래서 결국 (늘 그렇듯이) 직접 이어가이드를 제거하였습니다.
<이러니 이제 보증은 포기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이게 일반 공방에서 만드는 케이블이면 미리 제거를 요청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 건 기성품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야 되더군요.. orz
(이건 몹쓸 귀 탓을 해야 하는 건지 케이블 탓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생긴 게 구릿빛이다 보니 U12t에 매칭하면 확실히 좀 안 맞는 인상입니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이전 백조 케이블이 딱 맞는 느낌인데
그래도 결국 이렇게 맞춰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케이블 특성이 강하지 않으면 변화를 잘 못 느끼는 편인데,
애는 특성은 거의 그대로인데 체급이 확실히 좋다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일단 전 대역에 걸쳐서 해상력이 확실히 좋아지는 게 체감이 됐습니다.

저음/중음/고음 전부 또렷하게 들리는데 양이 더 늘어난 느낌은 아닙니다.
특히 저음역대의 경우 U12t에서 살짝 불편했던 둥둥거리는 울림이 확 줄어들어서
깊게 울리고 단단하고 또렷하게 때리는 상당히 듣기 좋은 저음역대라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중음역대도 위치나 양이 바뀌지는 않았는데 선이 또렷해져서 보컬 듣기에도 한층 좋아졌더군요.
고음역대는 완전히 날것 상태는 아니고 아주 약간의 잔향과 함께 반짝이는 느낌이 추가됐습니다.
다만 이게 해상력이 좋아진 것과 합쳐서 거슬리거나 밸런스가 틀어지는 느낌은 없습니다.
다른 분 말로는 양념을 살짝 얹은 느낌이라고 하던데 그 말에 공감이 가는 물건입니다.

다만 케이블이 묘하게 상성을 타서 그런지 U12t처럼 아주 잘 맞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잘 안 맞고 고음역대가 세게 치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직접 확인한 경우는 MESTMK3 였었는데, 원래 여기에 매칭할 생각으로 들인 물건이라
한 번 매칭해서 들어봤더니 고음역대가 아주 날카롭게 바뀌어서 소리가 피곤하게 바뀌더군요..;;
아무래도 드라이버 특성을 더 뚜렷하게 보여줘서 그런 것 같은데,
이 점 때문에 MEST MK3에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U12t에 사용중입니다.
(그리고 U12t+PURE8보다 취향에 안 맞아서 현재 이탈 후보에 들어갈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Prestige LTD도 도착하면 그쪽에도 매칭해 봐서 어떻게 나올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다만 아직도 중국에서 출발 안 한 터라 언제쯤 도착할지 예상이 안 된다는 게.. orz>

정가 기준으로 보면 소리 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좀 있어서 추천하기에는 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사진에도 살짝 나와 있는데 R 단자의 표기 위치가 안쪽이 아니라 좀 틀어진 것도 있습니다..)
다만 소리만 놓고 보면 매칭이 잘 될 경우 체급이 한끗 정도 더 올라가는 느낌이라
고가의 이어폰에 잘 어울리는 케이블로는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그래핀은 굳이 빼놓고 생각해도 국내에서 이런 케이블이 나온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