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일을 하면서 매니악해진 이유...
10년 넘게 공장 사무관리직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이 제 헤드파이의 지향점을 상당히 많이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발음체의 경우 물리적 구조의 영향을 벗어난 품질의 사운드를 내는 경우는 아직 못 들어봤습니다.
대체로 진동판과 자기회로를 지지하는 구조물의 재질과 형태, 결합 방식이 사운드에서 많이 드러나더군요.
물론 실제 소리를 먼저 듣고 판단함이 옳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육안으로 보여지는 구조를 먼저 보는 습성이 든 것은,
자면서도 기계를 손에 쥐어왔던 삶 때문인 듯 합니다.
어이없이 부서진 기계들을 보다보니 어느 순간 어이없이 부서진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는 더더욱.
1순위. 구조적인 강건함
앰프건 발음체건, 기본 골격이 매우 강건한 물건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볼트 체결부는 특히 내마모와 터짐에 대비한 보강이 되어있지 않으면 마음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판재 위주의 구조라면 보강 리브 수와 방향은 반드시 고려 대상입니다.
2순위. 재질의 적합성
성분 분석과 파괴 검사를 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려울 겁니다만...
그 정도는 아니어도, 이리저리 들어보고 부숴보다 보면 누구나 감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재질이 구조 대비 충분한 강성이나 유연성을 갖는지도 저의 주된 관심 대상입니다.
3순위. 음질 (Sound Quality)
만일 제가 리뷰를 한다면 신뢰할 수 없는 리뷰어라고 생각합니다.
FR이 기본적으로 중요하겠으나, 사실 부분적인 기복 정도는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입니다.
거시적인 밸런스가 상식적인 수준이냐 아니냐만 봐요.
부분적인 딥이나 피크는 그냥 제품의 특성이나 개성으로 보고 넘어갑니다.
그렇다고 FR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더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이나믹레인지와 해상력, 그리고 스테미너(어?)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고성능 기기라면 기본기이고, 뒤에 언급한 스테미너는... 어...;;
큰 에너지의 음을 표현할 때 무너지는 물건들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물건들은 장시간 사용시 더더욱 무너진다고 느꼈지요.
젠하이저, AKG, 베이어다이나믹 헤드폰들이 아쉬운게 그러한 부분입니다.
지금은 K501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이거 후기형이고요...
배플부터가 굉장히 부실합니다.
그 부실한 배플에 비해 드라이버 성능이 특출난 건 아니라서 그냥 들을만은 합니다만,
호환 패드가 에너지 방출량이 적다 보니 배플이 중역대에서 부르륵 떠는 느낌입니다. ㅋㅋㅋㅋㅋ;;;
옛날 camac 스피커 들을 때 거슬리던 그 느낌과 비슷한 느낌이... ㅠ.ㅠ
하여간 요래조래 이 폰 저 폰으로 이 음악 저 음악 들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엔 다른 것 먹으면 안 됩니다.
알코올만큼이나 위험하더군요, 안주라는 건.
칼로리와 음주 욕구를 더 불러오지요.
좋은 술일 수록 취함보다는 향미를 은은히 즐기고 끝냄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위스키는 늘상 짜릿하고 화려한 피트 향이 나는 스카치 블렌디드를 선호했었는데...
취향이 좀 달라진 듯 합니다.
건강 관리를 해야겠다는 절실함이 생겨서 음주량이 거의 금주 수준으로 절멸했는데...
간만에 아이리쉬 위스키를 작은 병으로 사와서 음미해보고 있습니다.
...이게 더 세련되게 느껴지네요. ㅎㅎㅎ
댓글 16
댓글 쓰기언제가 될지 몰라도, 꼭 뵙고 싶은 마음입니다.
술은 무척 좋아합니다만, 문제는 혼자 삭여온 점이었어요. ㅋ;;
온 마음으로 술 한 잔 같이 할만한 사람이란 정말로 흔치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누구나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해요.
저도 아무리 탐구해봤자 현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에 비하면 수박 겉핥기일 뿐이겠죠.
다만, 매니아 입장에서 나름의 경험을 보태어 기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싶달지.
...그런데 그걸 이미 너무 능숙하게 잘 하고 계신 분께서 계셔서, 흐뭇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많이 배우려 하고 있어요. ㅋ
살짝 기계밥 먹은 적이 있어서
저도 비슷 합니다.
요즘 튜닝으로 기계적 성능을 커버하는
제품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질 낮은 재료에 조미료만 잔뜩 친 음식 같아서...
튜닝으로 커버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번들 이어폰 + EQ 튜닝은 사발면 갖고 궁중음식 흉내기 이상은 어렵다고 봅니다.
소스의 충실함, 물리적인 베이스의 강건함 위에서 올바른 재생음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꽤나 헝그리 오디오 베이스의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자린고비 스타일을 보고 가만히 있지는 못합니다.
이놈아 그런 궁상을 떠냐고 두들겨 패서 쫓아내야 성질이 풀리는 성격이랄지요.
언젠가 큰 대륙에 가면 식사 한 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연락드릴게요.
연락 주세요 ㅎㅎ
취미가 일에 영향을 주고 일이 취미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겠죠^^
저도 뭔가를 가르치다가 음악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서 바람직 해 보입니다.
제가 사장이 되지 않는 한... ㅠ.ㅜ
역으로 일을 하며 배운 점들을 취미에 적용하자니 정말 무궁무진하네요.
척 보면 딱 아는 경지에 오르신지 이미 오래인듯 합니다.
십여년 전 하이파이맨 헤드폰 단단하게 잘 만들어진 줄 알았는데
오래 써보고서야 벌키하게 어거지로 만든 걸 알았답니다ㅜㅜ
이어폰들은 그렇다 쳐도 헤드폰들은 여전히 부실한 제품들이 더러 보이네요.
저번에 HD25를 살 때도 강성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제조업과는 전혀 관련없는 업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말씀하신 내용이 평소 제 생각과 100%일치합니다
제가 저도 모르게 쓴 글이 아닌가 깜짝 놀랐습니다.
제머슨 반갑네요.
저도 무언가에 타서 마시고 싶을 때는 종종 애용하던 술입니다.
반갑습니다!! ㅋ
안 그래도 사물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제조업에 있다보니 한참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게다가 자동차를 여럿 섭렵하면서 기초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달았지요...
지금 타는 차도 바디의 부실함이 느껴져서, 어쩌려나... 보강 튜닝을 하게 될 듯 합니다.
차가 낭창거려요.
제머슨은 두 번째 마셔보는데, 은은하니 크리미한 느낌이 의외로 고급지네요.
피트 향 특유의 반짝이는 느낌이 없는게 좀 아쉽긴 한데,
따지고 보면 피트 자체는 싸구려 땔감이니...
FR은 엔딩이죠.
중간 스토리라인을 생략하고 엔딩만 보면 어느 책이든 형편없을 겁니다. 타겟에 맞으면 해피 엔딩, 안 맞으면 새드 엔딩?
물량, 설계 그리고 직관이 합쳐져야 좋은 음질이 나옵니다.
너무 과해도 좋지 않지만, 너무 합리만 따지면 기초가 부실해지기 쉽죠.
언제나처럼 쓸데없는 말이 없습니다.
진정으로 다가오는 글에 언제나 사람 있음을 느껴 좋습니다.
술은 좋은 겁니다. 특히 같이 마실 친구가 있다면 더욱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