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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하라는 헤드파이는 안 하고...

alpine-snow alpine-snow
1176 10 13

고향(뭐?)의 맛을 못 잊고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적당한 품종과 등급의 인디카 쌀밥...


공심채인줄 알고 봤더니 아니었던 식물 요리...(어째 어감이???)

공심채를 사서 아무리 조리해도 그 때 그 맛과는 너무 딴판이어서 의아했었는데,

사진을 다시 보니, 그 때 먹었던 건 공심(空心)이 아니라 만심(滿心)이었습니다. ㅡㅡ;;

어쩐지 식감이 영 다르다 했다!! 바보!!


둘 다 취향 저격...(어???)


...

쌀은 비교적 쉽게 구했습니다.

이거 맞아요, 이거.

길쭉한 쌀알!!

쌀밥이 도통 소화가 안 돼서 국수나 라면, 잡곡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건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하더라고요.


그리고...

저 위의 채소는 알아보니, Kailan이라 불리는 채소였습니다.

주문한 물건은 아무래도 저거보다 더 큰 것 같긴 한데, 일단 반가운 마음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남들이 지탄하건 말았건 소위 '애국심'이란게 없어진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시절에 겪었던 일들은 그게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데에 아주 충분했었지요.


B2C이던 서비스업을 떠나 B2B 업계로 온지도 이젠 10년이 넘었는데...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보여진 부정적인 면들이 실생활에서는 전혀 와닿지 않아 별개로 여겼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상당히 일치해가고 있음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완전히 매말라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그 때, 진짜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을 갔다 왔더니만 그 곳에 너무 진한 향수를 느끼고 있습니다.

내 나라 내 고향은 여긴데, 마음은 영 딴 곳인 그 쪽을 향해 있어요.

인프라도, 위생도, 치안도 딱 지금 현재의 한국보다 영 못한데도 말이지요.


한국은 사상누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철학적 성장 기반이 충분히 뒷받침되고 충분히 보편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너무 갑작스레 내리꽂으며 중구난방이 되어 이미 망해버린 느낌입니다.

차라리 지금보다는 물질적으로 조금 못 살더라도, 사람다움이 남았더라면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물질적인 건 아무리 충족되어도 끝없이 결핍을 느끼지만, 사람다움이 남으면 그걸로 충분하거든요.

근래에는 국내 여행을 할 때 시골에 가면 더 살벌함을 느끼곤 했을 정도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던 전라도 쪽에 갔다가 사람들의 소박한 정에 감동을 먹었었어요.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어찌할 방도는 없으면서 뭐가 문제인지를 나름 하나하나 찾아볼 수록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되어서 요즘은 그것마저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가장 원했던 삶은,

그저 적당한 수준의 집에 무리 없는 선에서 살림과 취미거리 갖추면서 큰 욕심 내지 않고...

때로는 오는 사람 마다 않고 잠 재우고 밥 먹여서도 보내며 이 사람 저 사람과 많이 마주치고

또 다시 만나면 반가워하는 그런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백날 서양 고전 음악을 되풀이해 들어봐도 별로 시원하지가 않아서

현생으로 눈을 돌려봤더니 이래저래 잔뜩 치이기만 하다가,

결국 저 먼 남국에 여행 한 번 갔다와서 거길 마치 머나먼 고국인 마냥 그리워하고 있네요.

그 곳 자체가 그리워서는 아닐 겁니다.

사람 정이 그리운거지...

...아, 음식은 정말 맛있더군요. 입맛에 너무 잘 맞았습니다.

머물렀던 곳은 보루네오섬 투아란 지역이었습니다. 코타 키나발루 조금 위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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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rin nerin님 포함 10명이 추천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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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위추드려요ㅜㅜ현실에 실망해도 의지를 잃지 마세요.
02:06
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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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맨발
요 며칠간 유독 지독한 배신감도 느끼고 삶에 회의감도 느끼고 그러하네요.
우째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21:03
23.09.04.
profile image 2등
사람 정이 넘치는 영디비입니다. 현실 공간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힐링하세요.
06:49
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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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숙지니
감사합니다. ㅋ
...멀쩡한 사람도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요 근래 부쩍 밖에 나가기가 싫어지더군요.
회사 - 집 무한 반복입니다. ㅋㅋㅋ
21:05
23.09.04.
profile image 3등
우리나라는 정말 너무 빨리 변해서.. 어떨때는 숨이 차다는 느낌도 듭니다.
보르네오 섬이라.. 저도 가보고 싶네요.
08:32
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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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JNK
코타 키나발루 간 거였는데, 근교 투아란의 수상가옥 동네가 힐링에 최고였습니다.
주거환경은 척박하지만, 다 내려놓고 살기에는 차라리 나을 것 같았습니다.
헤드파이는 포기해야겠지만요.

한국은 집구석 하나 사든 빌리든 길바닥에 내앉지 않으며 사는 것만으로도 벅차네요.
사람 마구 갈아대는 걸 버텨내야 하니...
21:13
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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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와 사는 사람이라 뭐라드릴 말씀이없네요.
너무 위축되지 마시고, 안되겠다싶으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 유학을 올려고 했던 이유도 한국에서 공부하는게 미래가 안보여서 였습니다. 해서 좀 늦었다 싶은 나이에 나왔고 어찌저찌 살아왔습니다. 제가 아마 한국에 남아있었다면 이미 저세상 사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화이팅하셔서 좀 더 마음에드는 인생으로 나아가시길...
내인생 내마음대로니까요.
03:01
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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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재인아빠
30대 초반에 친구건 지인이건 죄다 밖으로 나가길래 아... 싶었는데,
세월이 지나보니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인아빠님도요.
한국은 가장 기본인 가정교육과 초등교육조차 기초가 전혀 안 된 것 같습니다.
인성이 제대로 되고 제대로 배운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한국은 정치인이나 기업가 욕할 것도 없이 엉망이 되어버렸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어찌해야 할지 한동안 고민 좀 해봐야 할 듯 합니다.
22:34
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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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주제 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좀 다른 시각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혹시 읽어보시고 제 욕을 하셔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계신 방식의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은 alpine-snow님께 결코 좋게 작용하지 않을 것 같아서 욕 먹을 각오로 말씀드립니다.


먼저 말씀 드릴 것은 세상의 만물은 모두 정규분포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혹은 양심적인 사화와 양심이 없는 사회라고 흔히 이야기들 하고 또 그런 구분을 바탕으로 생각을 펼쳐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떤것이든 간단히 두가지로만 나뉠 수는 없습니다. 그 중간에 적당히 양심적인 거나 적당히 비양심적이거나 한 경우가 사실 대다수거든요.


그래서 사회과학을 하는 학자들의 경우, 먼저 논의하고자 하는 부분이 전체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통계적 지표를 가지고 사회를 판단하게 됩니다. 반면에 사상가나 철학자들은 그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왜 잘못된 건지 어떻게 잘못 된건지를 자신들이 믿고 있는 기준, 가치관 혹은 사상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이런 분들이 비판이나 진단을 하는 이유는 현실한탄이 아니라 당연히 앞으로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가를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 부분을 더 강조해서 개탄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언론은 이런 부분들을 특정 방향성을 가지고 간략하게 줄여서 소개하게 되구요. 일반 독자의 경우 이렇게 특정 방향으로 편집된 부분을 읽거나 듣게 되는 것이구요. 이것이 언론이 어떻게 사회를 호도하거나 혹은 그럴듯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불행하게도 현재 한국에서 이런 편집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회주의적인 속성이 다분한지라.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회주의자들의 속셈되로 영향을 받고 있구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 사회를 진단하는 건 사실 환자가 자기 병을 진단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 사회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영향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그 사회가 이미 가지고 있던 한계 역시 구성원 자신 수준에서 내재화 되어있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방법에 천착하게 되고 언론은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 것이구요.


현재 가지고 계신 생각의 방향과 이유를 한번은 분명하게 해부해 보셔야 합니다. 사람의 생각은 참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받거든요. 소속되어 있는 사회를, 사회 혹은 국가라고 이야기하면 자신과 떨어져 있는 객체로 받아 들이게 되지만 사실은 나와 같은 개인들이 모여 있는 전체라서 그 사회 혹은 국가가 보이는 모습에 내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비판가들이 이 사실을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자신을 뺀 나머지 사회를 난도질하는데 쾌감과 우월감으로 살아가는 걸 흔히 보게 됩니다. 물론 alpine-snow님으 그러시다는 게 아니고 그런 사회의 못난 부분들에 감정적 사상적 피해자가 되시는 것 같아 보여서 말씀 드립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부디 alphine-snow님께서는 싫어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과 목표을 밖에서 발견하고 찾아 떠나시는 경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헉헉대고 살아가는 한마리 중생으로 누구보다 alpine-snow님의 생각에 공감하며 건승하시길 빕니다!

00:17
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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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재인아빠

너무 어두운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욕이라니요! 오히려 이런 음침한 넋두리에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체 중 일부 안 좋은 모습에 너무 꽂혀버린게 아닐까 하여

좋은 면을 더 보자며 그리 해보기도 했으나, 의지대로 잘 되지는 않고 있네요.

잿더미 밖에 없는 전쟁터 절망 속에서조차 살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어왔는데...

그래서 복에 겨웠나보다 하는 생각도 들곤 했습니다.

저 조차도 결점이 많은 사람일진대...


상대방을 오갈데 없는 코너로 몰아넣고 두들겨서 과실을 챙겨가는 승자들에게 질렸는데,

약자 위치의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더 약한 사람에게 그러는 걸 많이 보고 겪곤 해왔습니다.

그걸 보고 질타하며 말리는 사람들도 분명 있어왔는데, 언젠가부터는 없더군요.

말리다가도 자칫 휘말리면 법적으로 손해를 보니, 결국 점점 무관심해져가는 세태...

심지어 법 조차도 그걸 공명정대하게 선을 그어주지 못하는 상황들...


제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한 상황의 영향으로 스스로 중심을 흐트려 너무 비관적이게 되었을 수도 있고요.


현 상황을 돌파해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 시도도 해보고 있는데, 뜻대로 잘 되지는 않네요.

바깥으로 나가는 건 도피가 아닌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는 취지에 깊이 공감합니다.


여러 생각 끝에, 좀 더 돌파의 노력을 해보기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습니다.

다만 한동안 좀 휴식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합니다.

비효율적인 노력 때문인지 심신이 많이 지쳤네요.


다시 한 번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23:26
23.09.06.
profile image
alpine-snow
제 개떡같은 말씀을 찰떡같이 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일단 너무 지치신 것 같습니다.
요즘 힐링 힐링 말들이 많은데, 적당한 힐링을 찾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시니컬한 시각은 방법론적으로는 좋을 수있지만 살아가는 기본 태도로는 독이 됩니다.
부디 마음에 가지고 계신 상처와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그날을 기도해 봅니다.
00:20
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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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데, 다른 나라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너무 급해서 따라오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죠.

하필이면 위치도 이모양 이꼴이라... 중미일에 치여서 우리만 뭐 어떻게 잘 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고...

그래서 사람들이 힐링힐링 찾아다니는 거 같습니다. 리틀포레스트나 해피해피브레드 같은 영화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15:51
23.09.05.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아마티
지정학적 위치도 문제인데, 그 속에서 사상보다는 실익을 중시해야 한다는 기본도 망각되고 있네요.
양극단으로 나뉘어서 싸우는데, 소시민인 제 눈에조차 그 어느 쪽도 현명해 보이지가 않아요.
n찍 n찍 하면서 서로 욕하는 정치 광인들의 소란도 이젠 너무 지치고요.
법은 법대로 합리적이지 않고, 집행하는 것도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실효성이 없어졌고
법으로 타인을 해치는 악행이 합법이라는 이유로 공공연히 유행하는 걸 보자니 희망이 안 보입니다.
22:39
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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