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들어보는 것들
음악은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어떤 오디오는 그 마음을 조금 더 많이 혹은 조금 더 자주 움직이게 해 줍니다. 제가 가능한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듣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아래 세 곡은 근래에 제가 각각 다른 방법으로 감동을 받은,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오디오의 성격을 가늠하고자 할 때에도 듣곤 하는 곡들입니다.
1. Chlöe - Someone's Calling (Chlöe)
클로이의 첫 솔로 스튜디오 앨범인 In Pieces는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아주 성공적인 앨범은 아니지만, 오프닝인 Someone's Calling (Chlöe)은 자못 흥미롭습니다. 루이암스트롱의 Chloe (Song of the Swamp)의 샘플링에 본인의 목소리를 중첩시켜 장엄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 때 무엇으로,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더욱 holy하게 들리기도, 밝거나 쎄하게 들리기도, 혹은 앙상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2. 石川紅奈 - Off The Wall
베이시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이시카와 쿠레나의 데뷔 앨범 Kurena에 수록되었습니다. 목소리와 베이스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하면서도 풍성한, 그리고 따뜻한 곡입니다. 사정이 된다면 소리를 조금 높여서 듣기를 추천합니다. 스피커로 들을 때는 저역이 어떻게 공간을 채우고 마침내 귀와 몸으로 전해지는지를,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들을 때에는 귀를 통해 전해진 베이스의 울림이 안구와 광대와 목젖을 어떻게 진동시키는지 생각해 보며 듣다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3.NewJeans - ASAP
12분 남짓한 러닝타임에 6트랙을 수록한 역사적인 EP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입니다. Super Shy, ETA, Cool With You와 같은 주요 곡들이 런던의 새로운 엔지니어들에 의해 믹싱된 반면 오프닝과 엔딩인 New Jeans와 ASAP는 이전 곡들과 같이 아틀란타 기반 엔지니어인 Phil Tan이 믹스했습니다. 이 곡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단연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들리는 '틱탁틱탁틱타틱'입니다. 스피커로 들을 때엔 스피커를 중심으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들을 때엔 머리를 중심으로 회전하게 됩니다. 다만 바이노럴 믹스는 아닌 스테레오 믹스이므로 이어폰과 헤드폰으로 들으면 12시와 6시 부근은 특히 취약점이 됩니다. 간격이 띄엄띄엄하고 전후 구분이 어렵기 마련인데, 이를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 유의해 들어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