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유선 이어폰 여정.. 입문부터 종결까지

본래 겜용으로 삼번들, 공부용으로 삼번들 노캔 쓰다가 AKG N400, QCY HT07 무선 노캔 이어폰을 공부용 및 지하철용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유튭 알고리즘의 인도로 프로듀서 DK의 심갓 EW100 홍보 영상을 접하고 확 땡겨서 몇 시간 동안 뒤지다가.. 무려 2만원짜리가 감히 메탈이 아닌 플라스틱 하우징인 게 맘에 안 들더군요.

결국 KZ D-Fi를 샀습니다. 디파이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천원마트에서 CX31993 꼬다리 사서 한동안 즐감했습니다.

그러다가 평판형 이어폰 KZ PR2가 갓성비라는 말을 듣고 이리저리 질문하다가 쪽지로 반값에 팔겠다고 하셔서 바로 샀습니다. 서비스로 비슷한 가격의 TRN XUANWU도 끼워주셨죠. 그런데 아무리 들어봐도 치찰음 및 초고음이 너무 과도했습니다. PR2는 EQ질로 고음역대 진압해주니 좋은 소리를 내서 디파이랑 번갈아가며 쓰고, 현무는 PR2 대신 쓸 메리트가 없어서 쳐박아두고 있었습니다.

무료나눔 한 번 먹어보자고 헤드폰 마이너 갤러리 눈팅하다가 제로레드가 할인한대서 구매하려 했는데, 여차저차 하다가 실수를 해서 실패했습니다. 제로레드는 중고가도 비싸서 대체품을 알아보다가 헥사가 정가에 비해 중고가가 좀 싼 것 같아서 중고로 샀습니다. 

헥사를 사용해본 결과 디파이보다 두 단계 위의 성능을 내주는 건 맞는데 심심한 톤밸런스라 집중해서 음감하거나 볼륨을 높이지 않으면 만족하기 어려운 스타일이었습니다. 또한 제 귀 모양과 살짝 맞지 않아 신경써서 착용해야 했습니다. 디자인은 참 예쁘지만 되팔까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중 추석날 친척들과 옹기종기 모여 TV를 보다가 헤마갤 특가 알림이 떠서 확인해보니 Tempotec V6과 JH Audio Diana, NiceHCK Stardream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고 있는 겁니다. 무지성으로 구매 신청했습니다. 추석이 끝나자마자 우체국으로 배송하는데 바로 다음날 도착하더군요.

Tempotec V6은 스마트폰으로서는 많이 떨어지는 성능이지만 최적화가 아주 잘 되어 음악 재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출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제가 음악 작게 듣는 편이라 게인을 15 정도로 두어도 들을만합니다. Accubattery로 확인해보니 배터리 용량도 닳지를 않아서 대체 어떻게 사용한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또한 PR2와 XUANWU를 꽂아주니 같은 볼륨에서도 성능이 나아진 게 체감되는데 SD카드에 들어있던 음원 때문인지 DAC 성능 때문인지 긴가민가합니다. 평판형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JH Audio Diana는 제 인생 이어폰이 되었습니다. 음량을 작게 들어도 만족스럽고, 이전 소유자가 지적하신 보컬 묻힘 문제는 제 귀에는 깡성능 덕인지 크게 체감되지 않았습니다. 착용감도 편안했구요. 다이애나를 사용한 시점에서 저가형 이어폰에 대한 수집욕구가 거의 증발했습니다. 스타드림도 굵은 밧줄 디자인이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이제 종결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PR2에 불만족한 이후로 가지고 싶었던 TimelessOG가 꽤 싸게 나왔습니다. Yume Ultra도 그 이상으로 싸게 나왔지만 참았는데, Timeless는 이전부터 가지고 싶던 거라 못 참았습니다. 수령해본 결과 톤밸은 다이애나가 맘에 들지만 깡성능은 다이애나에 지지 않더군요. 특히 깔끔하고 정확하며 단단한 저음이 일품이었습니다.

고출력 DAC가 왔으니 이전부터 타임리스와 함께 가지고 싶었던 헤사세를 주문했습니다. 헤사세는 중고가가 높게 형성되어 있었고, 5만원은 빛의 속도로 팔려서 5.5만에 구했습니다. 편의점 택배라 아직 안 와서 써보진 못했고, 기케가 성능이 별로라고 해서 광군절에 커케 살 예정입니다. 헤사세 + 커케를 놓친 게 지금도 아쉽네요.

다이애나 덕에 이어폰 종결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알리에서 SIMGOT EW100P를 2.1만원에 팔더군요. 예전에 사려다가 말았던 미련이 떠올라서인지 그만 2만원에 구매해버렸습니다. 수미상관적 구조를 가지고 있네요.

스피커는 책상이 좁아서 MR4로 종결했구요.

헤사세 써보고 나면 무료나눔 이벤트나 노리다가 아마 한 5년 뒤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