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놀이 하고 왔습니다.

FX30과 E-500으로 비슷한 샷을 찍어보았습니다.

FX30은 원래 영상바디이고 컴팩트 크롭바디 중에선 끝판왕이라 하고 실제로 써봐도 대단합니다.

소니 Exmor R 2,600만화소급 CMOS 센서가 들어갔고, 기계식 셔터 없이 전자식 셔터만 있습니다.

E-500은 18년 전에 나온 보급형 경량 DSLR이고, 당시로도 그렇고 지금은 더더욱 그렇지만

정말 별볼일 없는 성능의 바디입니다.

특징이라면, 오로지 코닥 FFT CCD 센서가 들어간 것 정도입니다.

기기 스펙으로 보면, 비록 영상 바디라 해도 FX30이 당연히 압도적으로 우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서 둘의 '사진'을 비교 촬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셋팅은 그냥 둘 다 조리개 우선 모드에서 조리개 활짝 열고 AF로 촬영했습니다.

각 샷별 위의 것이 FX30이고, 아래가 E-500 입니다.

RAW로 찍지 않고 그냥 JPG로 찍었고, 무보정 원본입니다.

FX30이 상대적으로 어둡게, E-500이 상대적으로 밝게 나오긴 했는데...

옛날부터 느꼈던 각 브랜드별 특징이 현행 기종에서도 드러나는 점이 참 재밌습니다.

FX30은 18-105 G 렌즈이며, 최저 조리개값 f4. ISO 최저로 125.

소니 특유의 회색 톤... 잿빛 톤이 생각보다 짙게 드리우네요. 소니 특유의 독특한 도회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디지털틱하고 사이버틱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감성이 묻어나오는 점이 재밌습니다.

E-500은 40-150 표준 망원 줌렌즈, 최저 조리개값 f4. ISO 최저로 100.

올림푸스 초기 디지털 바디 특유의 아련한 프로세싱이 느껴지는 가운데, 코닥 센서의 특성이 물씬 묻어나옵니다.

파나소닉 센서 올림푸스 바디는 특유의 아련함이 독특했는데, 총천연색 코닥 센서와 함께 하니 이런 느낌이... ㅎㅎㅎ

바디의 성능으로 보면 당연히도 FX30이 압도적입니다. 전자식 셔터이지만 센서 성능과 프로세싱은 무시 못합니다.

동영상... 뭐, 비교할 수 있나요. FX30은 시네마라인 영상 바디이고 E-500은 영상 기능도 없고 설령 찍으려 해도

구닥다리 CCD 센서가 순식간에 과열되어 다 타버릴 겁니다.

그러나 저화소로 커버되는 수준의 스냅 사진에서는 E-500도 여전히 매력적인 발색과 계조 표현을 보여주네요.

구형 보급형 바디에 구형 CCD, 그것도 까탈스런 코닥 센서라서 여러 모로 다루기 까다롭긴 합니다만,

발색과 계조 및 투명감 표현력 때문에 참고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올림푸스 바디답게 야무집니다.

니콘 F80 바디로 만든 DCS Pro SLR/14나 n 같은 바디보다 사진은 좀 아쉬워도 바디 성능은 훨 낫습니다.

CR123A 배터리 패키지라 배터리 수급 어려움도 없고요.

솔직한 얘기로, 발색과 계조 표현만 놓고 보면 여전히 구닥다리 코닥 센서가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위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하늘 색상이나 계조 표현이...;;;

말아먹지 말고 그대로 잘 발전되었다면 좋았을텐데, 빛에 과민한데다 바디 성능마저 워낙 구려놓으니... ㅡㅡ;;

진심으로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다음 번엔 완전히 바디부터 센서까지 완전히 코닥인 하이엔드 똑딱이 P880을 저 장소에 들고 나가볼까 합니다.

뼛속까지 코닥인지라 준신품 컨디션인데도 여기저기 덜걱덜걱 삐걱이고 AF 잡을 땐 바바바박 소리도 들립니다.

배터리 뺐다 꼽을 때마다 날짜 전부 리셋됨... -_-;; 근데 발색은 E-500 못지 않습니다. 더 나은 부분도 있고...

현 시점, 이런 레벨의 발색이 나오는 바디를 만드는 브랜드는 후지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후지는 또 코닥과는 좀 다르더군요. 풍부한 발색을 보여주지만, 약간 춥고 우중충한 느낌이어서요.

코닥은 그보다는 따스하고 화사하며 묵직한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합니다.

이상, 디카 하면 코닥 밖에 모르는 바보 막귀의 사진놀이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