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델릭스 T71의 입체감
큐델릭스 T71의 입체감 혹은 공간감이 뛰어나냐?
어떤면에서 보면 충분히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제법 독특합니다.
다채널 스피커로 듣는 것 같은 느낌이냐?
제 작업실에 천장매립형 스피커까지 총 13개의 스피커를 7.4.2채널로 운용중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가상 다채널 헤드폰과 비슷한 느낌이냐?
Sony 700ds을 비롯해 다수의 가상 다채널 헤드폰을 사용중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그것과도 또 다릅니다.
미술에 비유해서 얘기하자면,
일반적인 회화에서 평면상에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기법은 상대적 크기를 변화시키거나 선명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시각을 흉내내서 멀리 있는 물체로 보이도록 크기를 줄이고 초점의 밖에 있는 사물의 외곽을 흐리게 만드는 등의 방법이죠. 효과적인 일루전을 위해 질서있는 왜곡을 가하는 것입니다. 음향에서는 아마도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음량을 조절하거나 소리의 도달시간 차이를 통해 이를 표현하겠죠.
그런데 큐델릭스 T71의 사실감은, 역시 미술로 비유하자면 이러한 방식보다는 하이퍼리얼리즘 회화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하이퍼리얼리즘 회화는 극도의 정밀한 묘사로 화면 전체를 채웁니다. 경탄할만큼 사실적이지만 가만히 놓고보면 조금 낯선 느낌이 듭니다. 인간의 눈은 촛점에서 벗어나면 흐릿해지기 마련인데, 하이퍼리얼리즘 회화는 모든 부분에서 초점이 완벽하게 맞아,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힘들었던 디테일까지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큐델릭스 T71는 가상의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소리에 일정한 왜곡을 가하는 대신, 각 채널의 소리를 한장 한장 가능한 최대의 디테일로 펼쳐냅니다. 그런데 어떻게 입체감이 표현되느냐, 그게 참 신기한데, 뽑아낸 소리를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차곡차곡 패이스츄리처럼 쌓아놓은 것 같습니다. 의도한 효과인지 모르겠으나, 홀로그램 같이 덩어리감이 확연히 느껴지지만 다소 흐릿하게 보이는 입체감이 아니라, 팝업북처럼 얇지만 매우 선명한 평면들이 층층히 쌓여 입체감을 형성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것이 현실적인 공간감이냐 물으신다면, 그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매우 독특한 느낌이고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다채널을 하나하나 분석적으로 듣고자 하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으나)에게는 최적의 제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주 맘에 들게 특이합니다. 정말 괴작이에요. 감탄했습니다.
댓글 11
댓글 쓰기하이퍼리얼리즘... 좋은 비유인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공감이 살짝은 갈듯 합니다. ㅎㅎ;;
전 요즘 세대 비싼 헤드폰들 대부분이 좀 하이퍼리얼리즘 성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능이 무척 좋지만 그게 실생활에서 우리 귀에 들어오는 자연음이랑 비슷하냐? 하면 좀 고개가 갸우뚱 해지거든요. 소머즈 정도의 청력을 가지고 있어야 들릴만한 소리들이 성능 좋은 헤드폰을 통해서는 들려와서 세세하게 들리는 건 좋으나 현실적이진 않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현세대 평판형등의 고성능 헤드폰 보다도 고전 DD 헤드폰들에 더 매력을 느끼시는 분들이 꽤나 많은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글 보면 살 마음이 좀 들다가도... 이미 음향 종결이기도 하고,
이미 대형 할인도 끝났고해서 찬찬히 생각해보렵니다. ㅎ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열맞춤 하시는건 여전하시네요. ㅎ
이번엔 열맞춤 안하고 썼는데, 우연히 그렇게 보이나보죠.
이게 3D 음장마냥 펼쳐지는게 아니라(이상한 잔향 리버브로 울림통만 늘린게 아니라서요)
되게 재미나게 들리기에.. 제가 들었던 저런 느낌이 틀린게 아니군요 으하하
7.4.2의 작업실이라 함은 현재 음향업계 종사자이신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ㅎㅎ
역시 큐델릭스 T71은 사용자 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물건이네요.
소리부터 기능까지 여타의 제품과는 큰차이가 있는 좋은 DAC이라는 것을 인정 받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