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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나의 오르페우스

alpine-snow alpine-snow
743 9 9

진심으로 대단히 죄송합니다. 진짜 오르페우스가 아니어서.

그러나, 제게는 이게 오르페우스만큼 훌륭합니다.


HD600에, 22년 전 들어보았었던 HE-90/HEV-90의 1세대 모델의 특성을 상당히 녹아낸 물건이

HD650이었다고 느꼈었습니다.

지금은 세월 탓인지 그 느낌이 조금 옅어진 것 같기는 합니다만,

한창 청력 좋던 그 시기에 느꼈었던 유려함이 HD600에는 없으나 HD650에는 있다는 점이 지금도 느껴집니다.

저는 HD600과 HD650은 FR 차이만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유려함의 차이가 분명 있다고 느낍니다.

물론, 그 유려함도 HD600과 HD650의 차이에 비하면 오르페우스는 한참 저 멀리에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과도특성까지 비교하자면 HD600과 HD650은 옆동네, 오르페우스는 안드로메다에 있는 느낌이랄지.


HD650의 실력이 실질적으로 오르페우스만하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소감도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한 음악적인 감흥을 주는 것으로 보면 그 차이가 정반합으로 0에 수렴한다고 하고 싶을 정도로

꽤 경쟁력이 있습니다.


HD800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그 감흥을 못 느꼈었던 것은 샤프함에 가려진 것들이 많았었습니다.

HD800S는 조금 나아진 느낌이되, 근본은 변하지 않은 듯하여 아쉬웠습니다.

특히 소리의 에너지가 좁디 좁은 이어컵 공간 내에서 상당량 소멸되는 느낌은

HD800/800S의 공통적인 느낌이자 항상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젠하이저의 차기작에서는 "계승(繼承)"이라는 것을 제대로 확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소리를 곱씹어 뜯어보는데에는 베이어다이나믹이 늘 가장 좋았지만,

음악에 몸과 마음을 떠맡긴 채 붕 떠있기에는 젠하이저가 훨씬 좋았습니다.

지금도 그러합니다.


한편, 개인적으로 오르페우스보다 더 격이 있다고 느꼈던 건 오테 W100이었습니다.

가격보다도, 구조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훨씬 중량감이나 존재감 있는 사운드를 내지요.

분해능은 훨씬 떨어지긴 합니다만, 사운드의 격으로 보면 색이 다를 뿐 결코 뒤쳐지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지금과 같았다면 몰라도, 예전에는 안 그랬었기에 아쉬운 마음이 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가벼운 배플과 메탈 스탬핑 프레임 구조를 계속 고집하는게 좀 안타깝습니다.

제가 현행 오테 헤드폰들을 의도치 않게 격하하게 되는 가장 주된 이유입니다.


한편으로는, 한때 소니 오픈에어형 이어폰들이 그 장점들을 상당량 갖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지막 시기였던 MDR-E888을 위시하여 하위 모델들인 868, 848, 심지어 838까지도

심지가 꽤 굳건하고 색채 짙은 사운드를 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얘네들이 체급만한 아쉬움은 있었을지언정, 사운드의 진함은 결코 HD650 못지 않았습니다.

제가 HD650의 사운드도 많이 묽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금은 그 때의 그런 사운드를 느껴보기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당시 너무 심심하다고 느껴졌었던 ER-4S의 사운드가 지금은 상대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적당히 진하고 화려하다고 할만한 사운드를 느끼기 위한 비용이 꽤 증가한 것 같습니다.


하여간, 10여년 전 구매한 HD650을 나름 처음 신품으로 들인 레퍼런스급 헤드폰이라며 아끼며 쓰다가

출고 폼이 바스러질 즈음이 되어서야 부품 교체를 마음먹고 메인으로 올려놓으며 최근 진지하게 듣다보니

이게 왜 베스트 & 스테디 셀러 중 하나였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심지어 소니 & 오테 취향이었던 저 조차도 손쉽게 흡수해버린 물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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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talk idletalk님 포함 9명이 추천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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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저도 숱한 헤드폰을 들였다 팔았다 했지만 HD650 만큼은 못 보내겠더라구요. HD600에 치이고 660 시리즈에 치이고 심지어는 6XX에도 치이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제품이지만 제게는 그 어느 헤드폰 못지 않게 소중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

23:22
24.01.30.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로드러너

HD660 시리즈들도 들어봤었는데, 어차피 HD600/650에는 안 된다는 느낌만 들더군요.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완성도의 문제라고 느꼈었습니다.

HD600/650 플랫폼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으되 드라이버의 상성이 중요한데,

이후 개선작들은 드라이버의 파워 증량 대비 프레임 보강이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 안 되죠.

결국 기성품들 중에서 찾아보자니 HD650이 그나마 완성도가 높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4년에 신품 구매할 때 이미 그런 생각이었었는데, 지금도 그런 상황이어서 기분이 묘합니다.

제 관점에서 젠하이저는 10년 전과 지금이 기술 발전 측면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진다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23:27
24.01.30.
2등

정말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현재는 계획하고 있지는 않지만, 혹시 6시리즈를 사게 되면 처음으로 650을 하렵니다.

좋은 글 감사했습니다.

00:03
24.01.31.
profile image
alpine-snow 작성자
무직마니아
HD650이 반드시 답이 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HD650을 찾은 이유는, 유연함과 부드러움(시간축의 세밀함?)의 이유였거든요.
00:05
24.01.31.
profile image 3등
개인적으로는 공간과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영입하고 싶은 물건이 바로 HD650입니다. 해외에서도 HD600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합니다. 본인도 죽기전에 꼭 청음해보고 싶습니다
05:37
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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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로우파이맨최노인

HD650도 극초기 모델은 HD600에 비해 고음역이 오히려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모델은 그런 걸 못 느꼈습니다.

레퍼런스인 HD600을 살짝 틀어서 음악 듣기에 보편적으로 좀 더 좋도록 매만진 느낌입니다.

저는 돌솥 HD600도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그건 젠하이저 테이스트가 강한게 매력있었어요.

HD650은 젠하이저 테이스트가 오히려 좀 줄어들었다고 느꼈고, 그게 구매 이유가 되었죠.

21:16
24.01.31.
profile image

헤드룸맥스+HD600의 뒤를 이어서 다이나믹 헤드폰 시스템 끝판왕으로 군림하던 조합이
바로 그레이스901+HD650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옆나라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20:45
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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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ine-snow 작성자
idletalk

헤드룸 맥스 + HD600의 뒤를 이은 것이 그레이스 901 + HD650이라면 이해가 되네요.

계승이라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좀 마이너 버전인 m900 + HD650으로 쓰고 있고, 매우 만족합니다.

여전히 끝판왕이라기에는 이제 더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서 빛이 바래긴 했으나,

저는 옛것을 더 그리워하여 구태여 찾는 성격이다 보니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21:22
24.01.31.
profile image
alpine-snow
M900이면 901에서 3세대나 버전업하고 밸런스 라인아웃만 제거한 제품이니,
"마이너 버전"이라는 말씀은 지나친 과소평가입니다!!!

전원부가 밖으로 빠져나온건 데스크탑 기기에서는 장점이 더 많습니다.
크고 멋진 트로이달 트랜스는 보기엔 듬직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웁니다.
아무리 잘 만들고 전기가 좋아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더라구요.
901 손자인 제 M903도 어느날부터 귀를 대보면 징징 울고 있습니다.
06:51
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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