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900 패드 교체 후기 : 싸제도 괜찮다!
지난번에 마구백 지름신고를 드렸었는데요. 워낙 오래되고 낡은 제품을 산지라(중고거래 기간에 비해 신중함이... 영...)
패드가 숨이 다 죽어 있었어서, 교체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오래된 패드임에도 불구 살려면 살고 죽으려면 죽어라, 하고 빨았더니 깨끗해져서 살아 돌아오기는 하데요...?
그치만 숨까지 돌아오지는 않았다는거... 해서 알리에서 검색해서 MA 시리즈용 호환 패드를 구매했고, 그저께 도착하였습니다
구패드를 탈거한 뒤, 영디비에 워낙 구조분석 등등을 즐겨하시는 고수 여러분이 많으니만큼 내부 사진을 한번 찍어 봅니다.
MA900의 하드웨어적 특징은 사진들에서 보실 수 있는 것과 같은
- 70mm의 대구경 드라이버
- 후면의 초대형 개방 및 그걸로도 모자라 여러 개의 벤트 홀
- 그리고 경량화를 위한 얇디얇은 헤어밴드와 사이사이를 최대한 파낸 요크 및 하우징입니다.
사실 드라이버를 덮고 있는 저 더스트 커버도 너무 지저분한데, 정수리에 위치한 패드와 더불어 분리가 가능한지 알 수 없어서
정수리 패드는 알콜티슈로 무리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닦아주고, 커버는 그냥 톡톡 두드려만 줬습니다.
좀 닦아주려고 하니까 늘어나더군요 ㄷㄷ
혹시 이거 탈거하고 다른 비슷한 걸로 교체가 가능한지 아시는 분이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
영디비의 많은 고수분들이 MA900을 비롯하여 풀 개방형 구조의 헤드폰들에 대해 결코 순정패드 외의 것을 권하지 않으심에도 불구
저는 사제패드를 주문할 용기? 만용? 을 부렸는데요 ㅎㅎ
그런 모험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보시는 것과 같은 후면 개방 및 벤트들이 주된 역할을 했습니다
특유의 개방적인 사운드를, 사제패드도 대단히 바꾸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죠
탈거한 순정 패드입니다.
빨래가 잘 되서 깨끗하지만 숨이 정말 많이 죽어 있어요. 제가 특히 걱정했던 부분은 이게 너무 얇아졌다보니까 드라이버를 덮고 있는 더스트 커버가 귀에 닿는다는 거였습니다. 뭔가 드라이버에 악영향을 줄 것 같기도 하고, 더스트 커버가 깨끗하지 않기도 했고요.
사진을 뭘 안 찍었나 했는데 이게 끼워져 있을 때 얼마나 얇았는지를 안 찍어놨네요.
알리에서 도착한 사제패드와의 두께 차이입니다.
크기 및 재질 차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착한 걸 열어보는데 저기가 저렇게 갈라져서 청록색 완충재가 보이길래 이 놈들이 불량을 보냈나 했는데 그런 건 아니고 두 짝 다 비슷한 위치에 대칭으로 저만한 좁쌀모양 구멍이 나 있더라고요. 제작 공정인지...
교체 완료한 모습입니다. 마구백 인상이 완전 달라졌습니다. 패드 하나만으로 더는 같은 헤드폰이 아니에요.
패드가 빵빵해져서 더는 귀가 더스트 커버에 닿지 않는 점은 좋습니다.
패드가 워낙 두꺼워지다보니 패드 대비 헤드밴드 및 요크가 슬림해서 내구성에 문제가 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다행히 그렇진 않습니다.
이제 착용하고 착용감 및 소리 테스트를 해볼 때로군요.
사용해본 소감은 다음과 같습니다.
착용감 :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예상하셨을 것이다시피요. 헤드밴드를 한-참 더 늘려야 했고요. 순정패드가 숨이 죽어 있었을지언정 오리지널의 0.5배에서 0.6배 정도였는데 이 녀석은 오리지널의 2배 정도에 달하니 며칠 동안 끼던 마구백의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기존 패드가 밀착이 안 되어서였는지, 얇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시원했다는 느낌이고요. 이 녀석은 포근합니다. 다만 착용했을 때 온도적인 느낌 차이는 있지만 편안한 정도는 큰 변화가 없네요. 기존이 1이었다면 이건 0.9 정도라는 느낌입니다. 또한 더스트 커버에 귀가 닿지 않는다는 심적인 만족감은 대단히 큽니다.
소리 : 놀랍게도 후면의 거대 개방과 왼쪽 오른쪽에 각각 2개씩 더 있는 에어 벤트에도 불구 패드로 인한 밀폐도가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기존에 밀폐도가 워낙 낮다보니 좀 두껍기로서니 고작해야 벨루어 패드에 불과한 녀석 때문에 내부에서 소리의 난반사가 좀 생겼어요. 이래서 고수분들이 패드 재질 및 두께도 헤드폰 설계의 일부므로, 반드시 순정을 고집하는 것일까요.
다만 밀폐도가 상승하고, 느낌적인 난반사가 생겼을지언정 소리는 드라이버가 귀에 너무 착 달라붙지 않음으로 오히려 쫀쫀해진 느낌입니다. 사실 보다 엄밀한 비교는 오리지널 패드를 착용한 것과 나란히 번갈아가며 비청을 해야 할 텐데, 매번 바꿔낄 수도 없고 MA900이 두 대도 아니니 그건 불가능하네요.
이번 MA900 교체의 총체적인 소감은, 싸제도 괜찮다! 는 겁니다. 취미로 헤드폰을 하시는 분들은 각 헤드폰의 유니크한 소리를 가능케 하는 구조를 중시하기에 오리지널 패드의 중요성을 말씀하시겠지만, 헤드폰을 보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많아야 1-2대 정도 구비하는 분들은, 그중에서도 물건을 오래쓰는데 MA900처럼 오리지널 패드를 더는 못 구한다거나 하는 분들은 얼마든지 사제패드를 이용하셔도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쓸 만해요!
이걸로 교체기를 마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 27
댓글 쓰기제가 메탈만 편식해서 사용빈도가 떨어져서 얼마 안가 내놨었죠.. 필요한 분들이 가끔 보일때마다 패드라도 좀 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엄청난 실험정신입니다. 단종된 헤드폰의 최대 문제가 바로 이어패드인데요, 쟁여놓지 않으면 나중에 사제 호환품을 찾는데 고생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어팁처럼 헤드폰 성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순정패드를 구할 방법 없음 + 기존 패드가 심각하게 노후화
노패드보다는 사제패드가 낫습니다.
막상 265/525/535에 050635(600패드 파츠넘버) 장착해보면 소리가 ???가 됩니다 ㅎㅎ
525/535는 그래도 정품패드를 구했는데 265는... 방법이 없어서 565에 장착되어 왔던 호환패드 껴뒀습니다.
545/565부터 580까지는 600번대와 같은 패드를 쓰니 입수난이도는 없다시피 합니다.
사제패드 여분을 쉽게 구할수 있다면 안쪽 비닐면에 구멍을 마구 뚫어주어도 좋을거 같습니다.
글면 난반사는 잡을 수 있어요.
팁 감사합니다!
사용하던 이어패드가 생산되는 것조차 축복인 제품이 많죠.
많은 단종품을 사용해보니 그렇습니다. 사진 감사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순정패드를 구하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크지만 워낙 오래된 제품이니 다시 접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야지요. 요새 이것저것 바쁘실 줄 압니다만 이녀석도 혹시 필요하시거든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혼 안 나게, 숨은 죽었을지언정 순정 패드도 동봉해야겠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중고 헤드폰은 이런 문제가 많지요.
가능하면 깨끗한 물건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비교샷 보고 깜짝 놀랐네요.
저정도로 숨이 죽으면 없는거랑
비슷하겠네요.
저 사제패드가 순정의 규격을 무시한 것 같은... ㅎㅎ
제 프로필 사진이 마구백입니다. 빈갑습니다.^^;;
단종 직후 신품2개랑 순정패드도 몇 개씩 쟁여뒀었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이렇게 유니크한 제품으로 남을줄 알았으면 그냥 보유했어도 됐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