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25년 된 PC스피커에 서스바라를 직결해 보았습니다.
하이파이맨 사의 '서스바라(SUSVARA)' 라는 헤드폰은 저임피 저감도 헤드폰의 대명사로 불리며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출력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스피커용 앰프(파워 앰프) 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발생하였습니다.
'PC용 스피커도 엄연히 앰프가 내장된 스피커인데, 서스바라도 울려줄 수 있을 정도로 출력이 높지 않을까?'
그래서 재미있는 음향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PC용 스피커에 있는 3.5mm 헤드폰용 단자에 서스바라를 직결하여 들어보기로요. 실험에 활용된 PC용 스피커는 1999년 PC를 처음 구입하면서 구입한 이름 모를 메이커의 제품입니다. 제품에는 'FORCE Mu;timedia System' 이라고 적혀 있네요. 무려 25년 간 제 책상의 한 켠을 지켜준 은인이기도 합니다.
불행하게도 서스바라의 기본케이블은 3.5mm 단자가 아닌 6.35mm와 XLR 옵션 뿐입니다. 변환 잭이 필요한 상황이져. 그리하여 기본 케이블을 6.35mm 옵션 단자로 장착한 후 본인이 가장 우수한 품질의 변환 잭이라고 생각하는 '젠하이저 정품 6.35 to 3.5mm 변환 잭' 을 사용하여 PC 스피커에 직결하였습니다.
볼륨이 얼마나 확보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0에서부터 한 칸씩 볼륨노브를 돌려가며 확인해 보았습니다. 예상보다는 노브를 많이 돌려야 했지만 볼륨은 충분히 확보되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윈도우 내부 볼륨 100% 베이스에서 PC 스피커 노브가 MAX 를 향하는 수준에서 딱 한 칸 모자란 수준에 도달하자마자 충분할 정도로 볼륨이 확보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소리에 대한 평가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괴상한 착색이 들어간 기이한 경험' 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헤드폰 단자가 있다는 것은 헤드폰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튜닝을 해놓았다는 것을 의미할텐데, 제가 듣기에는 이상한 착색이 가미된 듯한 성능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베이스(극저음이 아닌 일반 저음) 와 '쓰읍' '씩~칙칙~~!!' 거리는 치찰음 대역의 고음이 과하게 부각된 찌그러진 V자형 음색으로 튜닝된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성 보컬이 노래를 하는 도중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쯧쯧' 하면서 혀를 차는 듯한 잡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치찰음 대역이 과하게 강조되면서 갸뜩이나 간간히 쏘는 느낌이 있는 서스바라가 더욱 사람을 미치게 만들 정도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ㅊ' 뿐만 아니라 'ㅌ''ㅋ' 이나 'ㅎ' 음절이 모두 치찰음처럼 들립니다. 어떤 노래 가사에서는 여성 가수가 매 순간 침을 뱉어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별가루 뿌리는 듯한 차임소리는 어디가고 소리가 질질 새면서 씩씩 소리만 내는 고장난 호루라기 소리만 남았습니다.
전자기타 소리는 마치 쉴새 없이 방귀를 뀌는 듯한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웅장하고 힘있게 들리는 중저음이 아닌, 부밍음처럼 들리는 200~300Hz 근처의 음색이 과도하게 부스팅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튜닝된 탓에 보컬이 있는 노래는 전반적으로 마치 공중 화장실 안에서 마이크를 들고 부르는 듯한 공허한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었습니다.
일반인이 아무것도 모르고 이 헤드폰을 PC 스피커에 직결하여 음악을 듣는다면 어떤 소리를 했을까요? '660만원 짜리 깡통' 이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정말로 특이하고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분입니다.
댓글 10
댓글 쓰기하지만 MR4라면 그나마 쓸만하게 들리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
서스바라가 빈스바라가 ㄷㄷㄷ
엠프의 비명을 들으셨군요..ㅋㅋ
부실한 물건에 물렸다가 전기적 손상이라도 입을까 저라면 못하겠네요 ㅠㅠ 강심장이셔유
저는 물려볼 생각까지는 해도 시도는 감히 엄두도 못 낼텐데 실험정신이 대단하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좋은 앰프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글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