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 PX8을 들어보았습니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건 아니고, 처음으로 진득하게 들어보았습니다.

제 동료가 쓰는 물건이라 들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이전에 처음 가져왔을 때도 들어보긴 했었는데 Hi-fi적인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이것이 B&W가 생각하는 헤드폰의 지향점인가? 하는 찝찝한 감상만이 남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 귀에 들리던 헤드폰의 소리와 측정된 FR(Rtings)은 너무 차이가 큰 것 같더라구요.

찝찝하고 또 찝찝해서 오늘 다시 한번 부탁해서 진득하게 들어봤는데, 역시나 뭔가가 이상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주인에게 앱에서 설정을 어떻게 하고 듣느냐고 물어봤더니...

저음+6, 고음 +6하고 쓰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걸 +0, +0으로 바꾸고 다시 들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괜찮아요!

처음 들었던 +6, +6 상태에서는 "이건 취향에 맞지 않으면 에어팟 맥스보다도 좋지 않은 물건이다"라고 판단했었는데, 바닐라 상태로 들어본 제 감상은 "취향차에 따라 갈릴 수 있겠지만, sonic performance 면에서 팟 맥스보다는 확실히 낫고 베티스와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라고 느낍니다.

다만 톤 밸런스적 측면에서는, 베티스 쪽이 좀 더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B&W PX8의 경우는 100Hz 부근이 비교적 강조가 되어있는데, 그 덕에 풋 베이스의 타격감은 보다 뚜렷하지만 상대적으로 근음이 약하다는 청감적 인상을 주더라구요. 저는 솔직히 Bose의 저음도 꽤 취향이라고 할만큼 부드럽게 퍼지는 저음을 선호하는지라 이 점에서는 포칼 베티스 쪽이 더 입맛에 맞습니다.

측정상으로 억제되어있는 5~7kHz 쪽 때문에 약간 텁텁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무색하게 아주 소리가 좋았습니다.

B&W 헤드폰의 유지보수가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포칼만큼 사악하진 않겠죠?

저는 아마 앞으로 누군가 PX8과 베티스 사이에서 고민한다고 하면 취향차에 따라 고르라, 또는 PX8 쪽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