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단연 최강의 임팩트를 남긴 이어폰
그것은 바로 하이디션 게이밍(Hidition Gaming)의 T100입니다.
노리던 차에 장터에서 얼른 줏어오며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 이상이에요.
정확도가 좋다는 평으로 알려졌는데, 처음에는 이어폰에 해상도도 아니고 정확도? 라고 생각했는데
들어보니 왜 정확도란 단어를 썼는지 알겠습니다. 해상도가 너무 훌륭해서 정확도라고 해야 할 지경이에요
맑고 청명합니다. 군더더기랄 걸 전혀, 저언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밝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밝다는 인상을 줬다면 전혀 정확하다 느끼지 않았을 겁니다. 소리가 이제껏 들어본 그 어떤 이어폰보다 칼같이 빚어졌어요. 다만 이건 정확도를 표현하고자 함이고 다시 한 번
결코 시리거나 날카로운 소리는 아니에요. 시계로 치면 그랜드 세이코의 그것처럼 어디 한 군데 대충 마감하지 않고 미친듯이 다듬고 또 다듬은 소리처럼 들린다는 말이죠
포낙의 그것과 FR이 비슷하되, 저음이 더 나온다는 글도 봤는데 중고음은 (디테일 면에서가 아닌, 오로지 톤밸런스 면에서)동의합니다만
저음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비청한 바로는 되레 T100 저음이 덜 나오는데요(극저음부터, 비교적 높은 저음까지)
이유는 두 가지일 수 있겠네요
1. 제가 비청한 포낙이 MMCX 개조된 뒤 IE900에서 꺼낸 4.4 케이블에 연결한 녀석이어서 그런 거거나
2. 제 이도 모양상 다른 이어폰 삽입하는 만큼의 깊이로 삽입이 불가능해서 그런 거거나요. 일정 깊이 이상 삽입하면 팁이 찌그러지며 공기가 새서 밀폐도가 되레 떨어져 버리다보니 다른 이어폰보다 덜 삽입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소리가 나오는데, 이게 저음을 덜 나오게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든 제게 가장 이상적인 소리가 날 때의 착용 상태로는 감탄에 감탄이 나오는 소리였습니다. 기존에 해상도에서는 그 어떤 싱글 유닛 이어폰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포낙을 쉬이 앞서고 있습니다. 여러번 비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번만 번갈아 끼워봐도 알 수 있어요. 개인적인 최애 이어폰인 소니의 Z1R도 가볍게 앞서고, 시간의 한계상 가진 이어폰 중에서 해상도면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는 IE900과의 비청은 해보지 못했는데 곧 해볼 시간이 기대가 됩니다.
이 이어폰 듣고 연상된 헤드폰은 HD800s 입니다. 단순히 저음이 빠져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일단은 그랬어요. HD800s와도 비청할 여유가 나면 보다 정확해지겠지요. '정확도'가 언급된 이유 중에서는 정위감 등의, 이 이어폰 본연의 존재목적이던 게이밍에서의 우수함도 한몫한 것으로 아는데, 요새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게임에도 조만간 활용해보고 그때의 소감은 또 별도로 남기려 합니다.
이 다른 부분은 완벽, 아니 요새식으로 '갓벽'한 이어폰에서 딱 하나 저음이 빠진다는 것이 이 이어폰의 심대한 단점이자 '완벽하되 완벽하지 않은 이어폰'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니 문득 요새 이헤폰이 저음을 위해 정말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위에서 '마감의 끝'을 달리는 소리라고 썼는데, 혹시 저음을 대놓고 희생하면 이 정도 소리는 의외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여겨질 정도예요. 하이디션이 튜닝으로 유명한 회사이나 다른 회사들도 튜닝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제게 개인적으로 이것보다 센세이셔널한 이헤폰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상 저음을 좀 대놓고 포기한 것 같지만, 그 덕분일지 믿어지지 않게도 분명 저음이 빠지는데도 톤밸이 갓벽하게 다가오는, 포낙 이후로 처음 경험해보는 느낌을 안긴 신기한 이어폰, T100의 감상평이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 42
댓글 쓰기호들갑처럼 보이는 글을 쓴 이유가 있다니까요~ 이런 이어폰 정말 드뭅니다!
https://www.0db.co.kr/FREE/3217136
소리&완성도 면이 아쉬워 랭킹에 없는 국산품이 많은데, 당당하게 A 등급을 매긴 이유가 있습니다.
(국산은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돌려보내거나 아예 랭킹에 올리지 않습니다. 해외품은 그냥 혹평합니다)
그리고 t100의 고음이 포낙보다 많은 것은 FR만 보더라도 증명됩니다.
https://www.0db.co.kr/FREE/3487025
마지막으로 HW단에서 건드리기 힘든 SW EQ를 첨부합니다.
T100의 날을 벼린, 극한의 정밀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끝까지 올린 결과입니다.
https://www.0db.co.kr/FREE/3327813
요새 안 나오는 1ba 구성으로 하이디션에서 낼 때부터 짐작했어야 했나요? 늦게 접했지만 덕분에 그만큼 싼 중고가로 들였으니 위안 삼고 지금부터라도 즐겨야죠. ㅎㅎ
t100의 고음이 포낙보다 많다 보니 저음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돼 들린다는 말씀이 맞을까요? 그나저나 저 게시글은 들어갈 때마다 112 그래프에 놀라는...
EQ대로 바로 들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그때부터 고음 튜닝의 싸움입니다.
쏘는 것도 있고 밝은 것도 있어서 균형점을 잡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rock it sound r50, etymotic er series, hum reference, yu9 u554, akoustyx r-120, azla ase500 asmr 모두 DF타겟을 추종하지만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마찬가지로 제 글에 적었듯 하이디션 튜닝 실력은 세계에서도 한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유명한 걸 고려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선라이즈님 말처럼 갖은 df추종 이어폰 중에서도 t100이 이만한 완성도에 다다른 거겠죠.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저음도 유지하면서 좋은 소리를 내기보다 저음을 포기하면서 좋은 소리를 내는 게 난이도면에서 일정부분 더 쉬운 게 아닌가 하는 것이네요.
하이디션과 하이디션 게이밍의 관계는 다소 복잡하지만, 그 복잡함과 절실함이 T100을 만들어냈죠 ㅎㅎ
저도 토널밸런스는 틸트 DF를 좋아하긴 합니다. 하만 타겟은 DF 고음을 기본적으로 추종하되, 저음을 올린것이라서요.
보컬이 좋다고 해서 들었다가 많이 기대하고 들었는데 당시엔 약간 ? 하는 기분이 들어서 내려놨는데 제대로 들어봐야겠네요.
저도 선라이즈님의 도움으로 청음후
내려놓은?이유가 두가지였는데
하나는 극저역의 부재로 요즘의 대중가요에 부적합한 톤 밸런스
두번째로 극저역이 없는 상황에서 3khz가 빠지고 그 윗대역 강주라는 중고역 밸런스로 인한 결과적인 “건조한 보컬”
이게 원인이었어요.
요즘 트렌드가 2-3킬로가 빠지고 그 윗대역 부스팅이 트렌드인데 이게 건조한 보컬로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도 이 방향이 맞다고는 생각하는데 의외로 아주 절묘한 밸런스가 확보되어야 건조하다는 느낌을 최소화할 수가 있더라고요...
당시에 이헤폰을 고르던 기준이 상황상
대중가요, 특히 팝차트에 오른 음악들의 감상이라 t-100은 패스하기는 했는데...
하지만 가격대 생각해보면 제 입장에서도 특수목적(?)용으로
충분히 보유하고도 남을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기억이 잘나지는 않습니다만.
보컬폰을 찾고는 있었지만 골자가 펀사운드이다보니 말씀대로 재미가 반감되어 아마도 내려놓은게 아니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도 보컬폰으로 사용중인 녀석이 어느정도는 저역이 받혀주기 때문에 매우 잘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옳은 소리라면 아마 말씀하신 건조함이 옳은 소리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ㅎㅎ
돌이켜보면 조금은 소리를 듣는게 늘었으니 한번정도는 다시 들어보고 평가를 해야되는 이어폰인건 맞는거 같아요.
경질의, 메마른 소리가 난다는 뜻이었습니다 :)
양날의 검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하만 타겟의 극저음은 좋아하지만 그것도 잠시동안의 즐거움이고...
오래 들으면 어지럽기도 하고 중고역의 개방감이 아쉬워서 틸트 DF를 가장 선호합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소리의 개방감에 대한 말씀도 그렇고요(개방감, 탁 트임, 막 없음, 파란 가을 하늘 같음, 청명함 등등으로 표현 가능하겠네요). 저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극저음과 다른 대역의 공존이 가능해졌기에 젠하같이 비교적 보수적인 기업에서조차 과감히 저음을 뻥튀기한게 아닐까 싶었는데(젠하가 인이어는 원래 저음 과다긴 했네요 그런데) 아닌거 같아요. 인페이즈니, 슈퍼 트위터 ba(dd), est, 평판형 드라이버니 하는 것들 갖고도 소리의 양립, 병존이 불가능했던 걸 보면요. 아무래도 별도의 꼭지로 또 쓰게 될것 같은데, t100 듣다가 ie900 들으니까 처음에 ie300 들었을 때같은 조미료 팍팍 친 대놓고 펀사운드 느낌이 납니다. 저음 마스킹은 초고음 강조로 겨우 비껴가도록 해놓은 것 같고요. 제게도 최애 FR은 Tilted DF인가봐요.
저는 원래 이쪽이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고, 흥겨우니까... 라며 하만 쪽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조삼모사스럽게도 이번 t100을 통해서 지금 당장 드는 생각은 모든 게 자극적이어지는 시대(도파민 중독)에 단지 발맞춰간 게 아니라, 부화뇌동한 게 하만타겟 아닐까라는 것입니다. 사실 t100은 극저음이 너무 없어서 문제기는 한데, 포낙 정도만 되도 극저음 양감이 충분하거든요. 진짜 포낙이나 t100 듣다 요새 하만타겟 이어폰 들으면 천둥소리가 몰아칩니다. 한동안 t100으로 귀를 덜 조지려고 합니다.
그나저나 말씀해주신 어느쪽이 원음이냐 논란은 흥미롭네요. 제 개인적으로는 (심지어 위와 같이 말해놓고도)전자가 아닌가 싶어요. 결국 이헤폰은 좋은 스피커의 편의적 대체재라는 시선에서요. 사실 그래서 t100의 극저음 실종을 분명히 단점으로 지적하게 되는 거기도 한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이게 er 시리즈를 아주아주 싫어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혹자는 t100이든 뭐든 er시리즈에 비하면 해상력이,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하는것 같은데 er 시리즈는 스피커의 소리가 전혀 아니지요. 음상이 완전 블랙홀처럼 중력붕괴된(=한없이 왜곡된) 소리예요.
이렇게 스피커를 세팅하고 들어보면 절대 하만 IE타겟이 아닙니다. 그보다 저음이 훨씬 적더라고요.
흥미로운 자료 감사드립니다 ^^
게이밍용 말고 그 음감용 팁이던가 그건 상당히 음감하기에도 좋더군요.
다만 요즘 분들 취향엔 저음이 좀 쳐줘야 신나게 들을텐데 그 부분이 아쉽긴 했습니다.
한국가면 가장 업어오고 싶은 음향기기 1순위는
하이디션 비엔토 B컨피그레이션 커스텀인데 돈도 시간도 회장님도 허락하지 않을듯 합니다.
저음이 없다는 것만 아니라면 T100도 노려 볼만 하겠네요. ㅎㅎ